[단독] 명태균, 창원산단 대외비 미리 봤다…"부시장 찾아와 지시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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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경남 창원 국가 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선정 몇달 전부터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산단 추진 계획 및 진행 상황 등을 담은 대외비 문서를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산단 입지 선정을 위해 현장 조사를 하러 창원에 온 국토교통부 실사단을 명씨가 직접 안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무런 공식 직함이나 권한이 없었던 명씨가 국책사업 대상지 선정에 개입한 양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
24일 한겨레21이 입수한 문건과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명씨는 2022년 10월 김영선 당시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창원시 공무원들을 면담하고 산단 관련 문건을 보고받았다. 한겨레21이 확보한 4건의 문서는 △‘창원 방위 원자력 산업 특화 국가산업단지 제안서’대외비 자료 △‘창원국가산업단지 구조고도화사업 추진현황’ ‘국가산업단지 개발 관련 업무현황 보고’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현장점검 대응계획’창원시 내부 자료이다. 이 중엔 입지별 현황 비교, 거점 개발 계획, 유치 시설 목록 등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되는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명씨의 지시로 각종 선거 여론조사를 벌였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일했던 강혜경씨는 한겨레에 “당시 명씨는 김영선 의원의 세비를 ‘반띵’해갈 뿐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었는데 공무원들이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갔다”며 “창원시 부시장 ㅈ씨와 담당 국장 ㄹ씨가 자주 김 의원의 사무실로 찾아와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고, 사무실 밖에서도 명씨와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강씨는 “산단 추진 인력과 산단 부지 구역”에 명씨가 주로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창원시 ㄹ국장은 “김영선 의원에게 보고할 때 명씨가 있었고, 4~5차례였던 걸로 기억한다. 시 직원들은 명씨가 총괄본부장이라 하니 김 의원 보좌관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민간인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명씨가 창원산단 유치를 위해 창원시뿐 아니라 국토부, 국회 등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는 복수의 진술도 나왔다.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을 지냈던 김태열씨는 “2022년 연말 국토부 공무원들이 산단 입지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할 때 명씨가 현장을 다 안내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목한 현장 조사는 2022년 11월23일 국토부 산업입지정책과와 국토연구원 국토계획지역연구본부에서 진행한 실사단 방문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 공무원들이 명씨에게 전달한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현장점검 대응계획’엔 이 현장점검에 대한 상세 내용이 담겨 있다. 강씨 역시 “명씨가 여러 차례 창원시 공무원,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입지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산업입지정책과 관계자는 “2022년 11월엔 국토부 직원이 아니라 입지 선정 평가위원들이 현장 실사를 간 것이고, 만약 명씨가 동행했다고 해도 당시에는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실사 동행은 창원시 직원들이 하지 민간인은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구 숙원사업인 창원산단 사업을 따내기 위해 김 전 의원은 2022년 12월28일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국회의원 51명이 연서명한 ‘창원국가산단2.0 신규 지정을 위한 서명 건의문’을 전달했는데, 강씨는 이 과정에도 명씨가 관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명 건의문을 명씨 지시로 만들었다”며 “명씨가 누구누구에게 서명을 받아오라며 의원을 찍어줬다. 51명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적인 인물들은 명씨가 지목하고 섭외했다”고 했다.
명씨는 창원산단 선정에 개입하면서 산단 예정 부지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도모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10년지기’이자 ‘동업자’인 강아무개씨와 2022년 하반기 무렵부터 산단 예정 부지에 있는 땅과 건물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강혜경씨는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주변에 창원산단 땅을 사라고 했고, 본인에게도 사라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실제로 동업자 강씨는 창원산단 지정 두달 전에 공단 예정 부지의 땅과 건물을 샀다. 한겨레21이 확인한 등기부등본을 보면 강씨는 2023년 1월24일 창원 의창구 동읍 화양리에 72㎡ 규모의 건물을 매입했고, 명씨는 같은 해 7월께 미래한국연구소 집기를 이 건물로 옮겼다. 강씨는 이 밖에도 공단 예정지에 있는 다른 땅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건물 일부를 임차해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ㄱ씨는 한겨레21과 만나 “강씨가 인근에 임야도 샀다. 하지만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등은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강씨는 지난 7월 해당 건물에 ‘매○○디엔씨’라는 이름의 부동산 개발 업체를 차렸으나 현재 해당 사무실은 비어 있는 상태다. 이달 초 창원지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미래한국연구소의 짐도 어디론가 치워졌다.
동업자 강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회사 부지와 사무용 부지를 위한 사업용 땅을 산 것일 뿐, 창원국가산단과는 상관없다”며 “명씨와는 2015년 동문회 사업으로 알게 된 사이여서 짐을 맡아 주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명씨는 한겨레에 “창원부시장을 만나든 말든 내가 땅 한평을 샀느냐. 소설 쓰는 것”이라며 “국토부 공무원 안내한 바 없고, 차 타고 쫓아다녔다. 난 공무원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창원시도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명씨가 산단 지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본구상안 마련부터 제안서 제출과 현지 실사, 제안서 발표 및 마지막 후보지 선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홍남표 창원시장이 직접 챙기며 강력한 유치 의지를 피력한 끝에 경남 유일의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해명했다.
창원/김완 곽진산 채윤태 서영지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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