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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리스크라 쓰고 윤석열 리스크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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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0회 작성일 24-0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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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복 차림으로 대국민 영상 메시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다.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의 간판으로 등장할 당시, 모두가 전망했다. 향후 한 위원장의 최대 난제는 ‘김건희 리스크’일 것이라고. 결국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둘러싸고 ‘윤-한 갈등’이 촉발됐고,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을 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권은 김건희 리스크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반응도 많은 이들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후배’조차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 누구도 ‘에프엘FL, First Lady’의 이름을 거론해선 안 된다. 이 정부의 성역은 그렇게 완성됐다.



윤 대통령이 7일 한국방송KBS과의 새해 대담에서 김 여사 논란에 직접 의견을 낼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말 관련 보도가 나온 지 두 달여 만이다. 대통령실은 녹화 당일인 4일 “현장에서 직접 그간의 생각을 즉답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여권에선 이 대담을 통해 국민 의혹을 해소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 약속이 언급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최소한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도입에 전향적인 입장은 나올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과연 이번 대담으로 민심을 돌릴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현지시각 한국인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에는 ‘대통령실에 VIP가 두 명 있는데, 1호 VIP는 김 여사’라는 농담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통해 확인한 것은 그것이 농담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명품가방 보도를 처음 접할 당시 많은 국민은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몰카 공작’이라 해도 망설임 없이 쇼핑백을 받는 김 여사의 처신에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그 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반응은 국민을 더욱 놀라게 했다.



2022년 9월13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재미동포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짜리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를 선물 받는 모습. 사진 왼쪽 아래에 김 여사가 받은 파우치가 든 종이가방이 보인다. <서울의 소리></div> 동영상 찍음.

‘정치인 한동훈’이 이 논란을 두고 한 발언이란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정도다. 그것도 ‘함정 몰카’를 전제로 했다. 솔직히, 이걸 두고 용산에 날을 세웠다고 해석하기도 민망하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을 사과했다. 그런데도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친윤석열계한테서 “대통령의 배신감이 크다”는 공개적 비토와 함께 사퇴 압박을 받았다.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로 윤 대통령의 ‘뒤끝’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



김 여사 문제 앞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돌변은 처음이 아니다. 리투아니아 순방 당시 ‘명품 쇼핑’ 논란 때도,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의 사적 순방 동행 논란 때도, 김 여사 팬클럽에 대통령 집무실 사진이 유출됐을 때도 대통령실은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해명할 수 없었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때마다 대통령실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말로 국민의 의구심만 키웠다.



리투아니아 매체 <주모네스>amp;#381;monamp;#279;s.lt가 12일현지시각 김건희 여사가 수도 빌뉴스의 현지 옷가게를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주모네스>누리집 갈무리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의 본질은 김 여사의 처신이 아니다. 이 사안을 대하는 윤 대통령의 생각과 태도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기자회견을 피했다. 많은 이들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난감한 질문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하는데도 ‘승부사 윤석열’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번 대담을 성사시키는 것조차 윤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전 조율된 대담에서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에 어떤 답변을 하든, 냉담한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상식적인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권에선 결과와 무관하게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 해도 여권의 구심력은 ‘미래 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는 데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김건희 리스크를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번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통해 김건희 리스크가 실은 ‘윤석열 리스크’라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라는 게 좀더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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