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만들어 민간인 무차별 공격…천재테러범 옥중 사망 > 정치기사 | politics

미국에서 십여 년간 사제 폭탄으로 민간인들을 무차별 공격한 수학 천재이자 폭탄테러범인 ‘유나바머’ 테드 카진스키가 옥중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1세.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카진스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교도소 의료 센터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미 연방교정국FBP 측은 사인을 함구했으나, NYT는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다.

카진스키는 1978년부터 1995년까지 사제 폭탄을 제조해 미국의 대학과 항공사 뿐 아니라 민간인들에 대한 묻지마 테러를 저질렀다. 유나바머Unabomber란 그의 별명도 대학을 뜻하는 영어단어의 앞글자 ‘Un’과 항공사를 뜻하는 앞글자 ‘a’, 폭탄제조자라는 뜻의 ‘Bomber’가 조합된 말이다. 1996년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되기 전까지 그의 연쇄 폭탄 테러로 3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여러 모방 범죄를 낳았으며 영화 등에서 수도 없이 다뤄졌다.

1942년 시카고에서 출생한 카진스키는 촉망받는 수학 천재였다. 유년 시절 그의 IQ는 167에 달했으며, 16살의 나이에 하버드대 수학과에 입학했다. 하버드를 졸업한 뒤 미시간대에서 수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67년엔 같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나이 25살이었다. 1967년 말에는 UC버클리 대학에서 조교수로 선임됐다.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그였지만 대인관계엔 문제가 있었다. 동급생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했으며, NYT에 따르면 이성교제를 한 경험도 없었다. UC버클리 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할 땐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괴짜 교수로 통했다.

카진스키는 27살인 1969년 UC버클리 조교수 직을 돌연 내려놓았다. 사직 동기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미국 월간지 아틀란틱에 따르면 그는 이즈음 머리 속에 살인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1971년부터는 미 몬태나주 시골에 판잣집을 짓고 사냥과 채칩 등으로 자급자족하며 은둔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산업 자본에 의해 시골 마을이 점차 개발되면서 자신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판단한 그는 기술 문명과 산업 사회에 대한 증오를 키운다. 1978년부터 폭탄 테러를 저질러온 동기다. 그는 검거 전인 1995년 각 언론사에 보낸 52페이지 분량의 선언문 ‘산업사회와 그 미래’를 통해 기술 발전이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혁명을 통해 산업 사회를 뒤엎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년간 카진스키의 존재를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수사당국은 그가 남긴 선언문을 단서로 검거에 성공한다. 카진스키의 동생이 가족들과 연을 끊은 형의 문체와 선언문의 문체가 비슷하다며 FBI에 제보한 것이다. 결국 카진스키는 1996년 4월 몬태나주 강가에서 FBI에 검거됐다. 그가 체포된 후, NYT는 카진스키가 살았거나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7개 주에서 동급생 등 지인을 찾아나섰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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