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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尹·파랑 이재명, "좋아하는 색은?"…서울대생도 나락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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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4회 작성일 24-03-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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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대답 잘못하면 곤란해지는 나락퀴즈쇼
극단적 캔슬 컬처, 사회 금기 깨는 쾌감
서울대·중앙대·고교서도 단체 행사서 인기
빨강 尹·파랑 이재명, quot;좋아하는 색은?quot;…서울대생도 나락에 빠졌다

"다음 중 본인이 더 좋아하는 색은?"

지난달 15일 서울대 공대 신입생 행사에서 진행된 퀴즈에서 이 같은 문제가 나왔다. 선택지는 단 둘.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이 있는 파랑이거나 2번 윤석열 대통령 사진이 부착된 빨강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답안을 두고 난감한 표정의 학생들은 우왕좌왕했다. 답 공개와 동시에 자신의 정치 성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이 당황하자 다른 학생들은 폭소했다.

최근 대학가에서 인기 개그 프로그램인 나락퀴즈쇼를 본뜬 퀴즈쇼가 유행이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처음 선보인 쇼는 출연자에게 난처한 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한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사람을 고르라고 한 뒤 친일파나 독재자로만 구성된 선택지를 준다.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이 문제적 발언으로 대중의 공격을 받고 지위나 직업이 박탈되는 현상인 캔슬 컬처cancel culture를 풍자하는 것이지만, 자칫 정치 혐오 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한 도덕적 잣대 피곤"…게임으로 선 넘기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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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와 중앙대, 다수의 중·고등학교 행사에서도 비슷한 퀴즈가 진행됐다. 중앙대 경영경제대는 지난달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오티에 나락퀴즈쇼 풀이 영상을 준비했다. 학교 마스코트 푸앙이가 퀴즈를 푸는 영상이었다.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을 묻는 질문의 선지로 1번 이재명 대표, 2번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3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4번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등장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는 지난해 연말 축제에서 나락퀴즈쇼를 진행했다. "가장 살기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면?"을 묻고 "1번 초등학생 시절" 선지 위에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2번 중학생 시절" 선지 위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을 넣었다.

학생들이 나락퀴즈쇼를 즐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민감한 의견 표현을 금지하는 사회적 금기를 깨는 쾌감을 느끼고,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인사를 풍자한다. 중앙대 경영경제대 1학년생 A씨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과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일이 흔해 피곤했다"며 "나락퀴즈쇼가 그런 현상을 비판해서 재미있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나락퀴즈쇼는 출연자가 쩔쩔매는 상황에서 오는 코미디적 요소와 함께 다른 의견엔 낙인이 찍히다보니 표현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답답함이 해소되는 효과가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특정인 조롱·혐오 유발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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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체 행사에서 특정인에 대한 조롱이나 혐오를 유발할 수 있는 퀴즈를 진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일부 학생들은 "다수의 학생 앞에서 정치 성향이 드러나는 답을 요구하는 건 잘못됐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행사에 참여한 신입생 B씨는 "아무리 게임이라도 답을 골라야 했고, 고르면 저 사람은 저 정당을 선호하는구나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주변 친구들도 너무하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당시 퀴즈에선 대표자가 답을 해야만 팀이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행사 준비위원회 측은 "신입생 대부분 나락퀴즈쇼를 알 거라는 전제하에 준비한 게임이고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답에 따른 점수 차별도 전혀 없었다"고 했다.

피식대학은 최근 부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가장 싫어하는 운동을 고르시오"라는 질문 선택지로 3·1운동, 흑인 민권운동, 노동자 인권운동, 여성운동 등을 제시했다. 약자 권리 향상 운동을 조롱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해당 채널 구독 취소가 이어졌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소수자 혐오 수위를 넘으면 나락퀴즈쇼는 풍자의 주체가 아니라 캔슬 대상이 될 것"이라며 "캔슬 실행자퀴즈쇼들을 단순히 시끄럽다 비난할 게 아니라 이들의 표현의 자유도 보장하면서, 캔슬 문화의 성급함까지 비판하는 논의의 장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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