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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천문학적 액수를 퍼주면서 주한미군을 붙잡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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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5회 작성일 25-01-1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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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게임 . ‘ 미국에 방위비 분담금 5 배 정도 올려주기 VS 주한미군 대폭 감축 수용하기 .’ 이 게임은 더 이상 재미의 영역도 상상의 영역도 아니다 . 2 기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한국이 피하기 힘든 딜레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 물론 선택지가 이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 대미 협상력을 발휘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폭을 최대한 낮출 수도 있고 , 방위비 대폭 인상의 반대급부로 미국으로부터 자체 핵무장을 용인받거나 주한미군의 대안으로 자체 핵무장을 선호할 수도 있다 .

한국의 딜레마가 심해지고 있는 까닭은 한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는 데에도 있다 . 중국의 부상과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 그리고 북러 동맹의 재결성은 그 핵심에 해당된다 . 이 와중에 조선의 김정은 정권은 ‘ 불가역적 핵보유국 ’ 추구와 ‘ 적대적 두 국가론 ’ 을 들고 나와 남북관계에 관한 기존 문법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있다 . 이러한 상황 전개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 한미동맹 강화 및 한미일 군사협력 추구의 핵심적인 동인으로 작용했었다 . 그런데 트럼프는 ‘ 한미동맹 브레이커 ’ 로 불릴 법한 인물이다 .

주한미군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의 선택지는 길게 펼쳐져 있다 . 대선 유세 때 한국을 “ 머니 머신 ” 이라고 부르면서 “ 내가 백악관에 있으면 그들은 주한미군 주둔비로 연간 100 억 달러를 지출할 것 ” 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 터무니없는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 . “ 언젠가는 미군을 데려오고 싶다 ” 고 말했던 것처럼 ,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을 추진할 수도 있다 .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미동맹의 역할을 대북 억제에서 중국 봉쇄로 이동하자고 압박할 수도 있다 . ‘ 안보의 경제성 ’ 을 주창한 아이젠하워 행정부처럼 ,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대신에 핵무기를 한국에 전진 배치하려고 할 수도 있다 .

이에 반해 한국의 선택지는 매우 좁다 . 대규모의 주한미군의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 기본값 ’ 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 기본값을 바꾸지 않으면 , 미국의 부당하고 위험한 요구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 그래서 우리의 선택지를 넓히려면 기본값도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 이와 관련해 싱가로프 외교부 상임장관을 지낸 빌라하리 카우시칸은 미국 외교전문지 ‘ 포린어페어즈 ’ 1·2 월호 기고문을 통해 “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지나간 시대의 상상 속의 공통 가치들을 갈망하기보다는 , 2 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미국의 자연스러운 위치로의 회귀로 간주하는 것이 좋을 것 ” 이라고 충고한다 . 소련이라는 실존적 위협이 사라진 지 사반세기가 지났는데도 냉전 시대와 같은 미국의 개입주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

일단 트럼프는 주한미군 감축을 압박 카드로 삼아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 받는 것을 1 차적인 목표로 삼는 것 같다 . 10 배 정도로 불러놓고 5 배 안팎의 인상을 목표로 할 수도 있다 . 하지만 이는 가당치 않다 . 미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의 상당 부분은 인건비이다 . 약 70% 에 달하는 이 비용은 미군이 어디에 있던 들어가는 돈이라는 뜻이다 . 또 한국이 주는 방위비 분담금도 남아돌아 불용액이 쌓여 있다 .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 그런데도 트럼프는 막무가내이다 . 주한미군을 용병 취급한다는 비판이 나와도 “ 한국이 돈을 많이 내야 한다 ” 는 말만 되풀이한다 .

미국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르면 , 미군 인건비는 미국 의회가 승인한 국방 예산에서만 지출할 수 있고 , 외국 정부나 단체로부터 미군 인력에 대한 직접적인 보수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 또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SMA 의 적용 범위는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 군사건설비 , 군수 지원비로 한정되어 있다 . 이는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 한국이 분담금을 대폭 올려주면 어디에 쓰는 것이냐 ’ 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

하나는 인건비를 제외한 ‘ 비인적비용 Non-Personal Cost’ 을 한국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 2020 년 기준으로 이 비용은 약 24.3 억 달러였고 한국이 39% 를 부담했다 . 또 하나는 한미연합훈련비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이다 . 연합훈련비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한국은 한국군과 관련된 비용을 , 미국은 미군 관련 비용을 부담해왔다 . 전략 자산 전개 비용은 미국이 대부분 부담해왔다 .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SMA 개정을 통해 관련 항목을 신설해 한국에 비용 전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 특히 미국 선박업의 퇴조로 해군 함정의 유지 · 보수가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 미국의 전략자산에 해당하는 항공모함 등 대형 함정 및 잠수함의 유지 · 보수를 한국에 떠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

비인적비용 , 연합훈련비 , 미국 전략자산 전개 및 유지 · 보수 비용을 합쳐 대략 50 억 달러라고 가정해보자 . 또 한국이 이들 비용의 전체를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 현재보다 방위비 분담금은 5 배 가까이 늘어난다 . 대선 유세 때 10 배를 부른 트럼프의 요구에 비하면 선방하는 것일까 ?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주한미군을 붙잡아두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 ? 만약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지만 ,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주한미군 존재 자체에 대한 공론화는 필요하다 . ‘ 창조적 파괴 ’ 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

딜레마는 줄이면서 한국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는 북미관계에 있다 . 트럼프는 한국을 상대로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 조선을 상대로는 5 년 넘게 단절된 북미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을 공산이 크다 . 하지만 이는 어울리는 짝이 아니다 .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은 한미 일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한미동맹 강화와 궤를 같이 한다 . 그런데 이렇게 될 경우 조선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 이에 따라 트럼프의 야심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보다 더 근본적인 방향을 향할 개연성도 있다 . 그것은 바로 조선과 적당한 타협을 이루고 주한미군의 감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

여기서 적당한 타협이란 비핵화는 사실상 내려놓고 북핵 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제한을 비롯한 군비통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미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중재를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 이렇게 할 경우 트럼프로서는 ‘ 조선의 ICBM 위협으로부터 미국은 안전해졌다 ’ 고 주장할 수 있다 . 주한미군의 감축 , 한미연합훈련 및 미국 전략자산 전개 축소나 중단으로 ‘ 미국 예산을 대폭 아낄 수 있게 된다 ’ 고 주장할 수도 있다 . ‘ 조선 - 중국 - 러시아 - 이란의 반미 연대를 약화시키고 미국의 힘을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게 된다 ’ 고도 할 것이다 . ‘ 긴장완화를 통해 한반도 전쟁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 며 노벨상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 아울러 조선의 ICBM 제한으로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높아졌다며 한국을 설득하려고도 할 것이다 .

트럼프가 이렇게 접근해올 경우 김정은이 호응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 그리고 국내에선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 최악의 시나리오 ’ 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 그런데 이게 한국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인지는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 비핵화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 절대적인 목표 ’ 이고 주한미군은 한국 안보를 지키는 ‘ 절대적인 존재 ’ 라는 시각에 머문다면 , 그렇게 볼 수도 있다 . 하지만 한국이 도그마에 빠져있을수록 진짜 최악의 시나리오를 자초할 수도 , ‘ 패싱 ’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 진짜 최악의 시나리오는 방위비 분담금은 대폭 인상되고 북미대화의 결렬로 조선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전쟁 위기가 일상화되거나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

그렇다면 트럼프가 주한미군의 감축을 추진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려주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은 앞서 지적한 바 있다 . 1 기 트럼프 행정부 때엔 미국 의회가 방패막이 역할을 했었지만 , 2 기 때엔 어려워졌다 .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엔 주한미군을 2 만 8 천 500 명으로 유지한다고 하면서도 법적 강제력이 없어져 트럼프의 재량권이 커진 것이다 . 또 1 기 때엔 “ 어른들의 축 Axis of Adults” 이 주한미군 철수 논의를 막았지만 , 2 기엔 트럼프의 ’ 충성파 ‘ 로 채워지고 있다 . 그런데도 방법은 있을 수 있다 .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미동맹의 성격을 대중국용으로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다 . 미국의 초당적인 목표이자 2 기 트럼프 행정부가 더더욱 의지를 다지고 있는 대중 봉쇄와 견제에 한국이 적극 동참할 테니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말아달라고 미국에 요구할 수 있다 . 한국이 이런 입장을 표명할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수용성도 높아질 것이다 .

하지만 이는 ‘ 가능한 최악 ’ 에 해당된다 . 기로에 선 한중관계는 파탄을 면치 못하고 , 북중 · 북중러의 결속을 야기할 것이며 , 한국이 동아시아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 . 무엇보다도 대만 해협 등에서 미중 무력충돌 시 한국이 원하는 않는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 특히 한미 · 미일동맹과 북중 · 북러동맹을 고려할 때 , 자칫 ‘ 동맹의 체인 ’ 에 엮여 몽유병자처럼 전쟁으로 빠져들어간 1 차 세계대전과 유사한 상황이 한반도와 대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벌어질 수 있다 .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 트럼프가 ‘ 미국 우선주의 ’ 를 앞세우면서 주한미군 감축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 우리도 ‘ 한국 우선주의 ’ 의 시각에서 미국과 상호 만족할 만한 논의를 해볼 수는 없는 것일까 ? ‘ 주한미군이 줄어든 한미동맹 ’ 을 설계해볼 수는 없는 것일까 ?

나는 ‘ 주한미군 50% 감축과 확장억제 유지 ’ 가 한미동맹의 현실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미래라고 본다 . 세계 5 위 수준에 도달한 한국의 군사력과 미국의 중장거리 투사 능력을 고려할 때 , 이렇게 해도 한미동맹 본연의 임무는 수행할 수 있다 .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은 한국 방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주한미군을 줄이면 한미 모두 관련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 수원 등 군공항을 주한미공군 기지로 이전해 관련 지역의 숙원을 해결할 수도 있다 . 조선과의 군비통제 및 군축 협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극심한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 ‘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합의 ’ 란 이런 것이 아닐까 ?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2019년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DMZ 지역인 파주 캠프 보니파스 북쪽의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찾아 북한쪽을 살펴보고 있다. 파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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