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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순직이 뭐야?" 묻던 아들, 조종사 아버지 곁에 묻힐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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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5회 작성일 23-07-07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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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돌아온 아들 만난 이준신씨

남편 박명렬·아들 박인철왼쪽 공군 소령을 모두 호국 영웅으로 떠나보낸 이준신씨가 지난 5일 국방홍보원 공개 영상에서 인공지능AI이 살려낸 아들 박 소령과 서로 거수경례를 나누고 있다. 이씨는 “남편과 아들을 기억해주시는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국방홍보원

남편 박명렬·아들 박인철왼쪽 공군 소령을 모두 호국 영웅으로 떠나보낸 이준신씨가 지난 5일 국방홍보원 공개 영상에서 인공지능AI이 살려낸 아들 박 소령과 서로 거수경례를 나누고 있다. 이씨는 “남편과 아들을 기억해주시는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국방홍보원

국방홍보원은 지난 5일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고故 박인철 소령1980년생·공사 52기과 어머니 이준신67씨가 재회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16년 만의 모자母子 상봉에 많은 국민이 함께 눈물 흘렸다. “영웅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반응이 이어진 데 대해 이씨는 6일 본지 통화에서 “많은 국민이 제 아들을 기억해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이씨는 남편 박명렬1953년생·공사 26기 소령이 F-4E 팀스피릿 훈련 도중 숨진 1984년 3월 14일 밤을 기억한다. “그 전날에 남편이 비행 없다고 했었거든요. 사고가 났다기에 ‘우린 아니겠지’ 했는데, 남편이 순직자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이씨 곁엔 네 살 아들 인철이와 두 살 딸이 있었다. 이씨는 “저는 당시 관사官舍에 살던 28세 전업주부였다”며 “이제 어떻게 애들 데리고 먹고사나 눈앞이 캄캄했다”고 했다.

1987년 어느 날, 국립서울현충원의 남편 무덤에서 아들이 “엄마, 순직殉職이 뭐야?”라고 물을 때 이씨는 “멀리 공부하러 떠났다는 뜻이야”라고 했다. 20년 뒤 그 꼬마가 아버지 곁에 묻힐 줄은, 그 묘비에 ‘순직’ 두 글자가 또 새겨질 줄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아들 박 소령은 2007년 7월 20일 서해 상공에서 KF-16 야간 비행 중 순직했다. 27세였다.

남편이 순직한 뒤 나오는 수당으론 세 가족 생계를 꾸릴 수 없었다. 미용 일을 배워 가게를 차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미용 학원에 와서 일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다행히 그건 적성에 맞았어요.” 아들과 딸이 ‘아버지 없이 자란 자식’이라고 손가락질받을까 봐 매사 반듯하게 키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아들은 서울 선덕고 재학 시절 공부도, 운동도 잘했다. 이씨 역시 “더 열심히 공부하면 전교 1등도 하겠는데, 머리는 좋은데 왜 노력을 안 하니” 같은 잔소리를 하던 평범한 어머니였다. 그는 “주말마다 셋이서 동네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밥도 먹던 일상이 그립다”고 했다.

고교를 졸업한 아들이 “아버지처럼 공군사관학교에 가겠다”고 했을 때 이씨는 가슴이 철렁했다. 결국 아들에게 ‘공사에 가더라도 조종사 말고 교수가 돼라’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하지만 아들은 결국 남편 같은 조종사가 됐다. 아들을 잃은 뒤 이씨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아들을 결코 파일럿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했다고 한다.

아들 시신은 바다에서 찾지 못했다. 미리 잘라둔 머리카락을 현충원에 묻었다. 아들이 혹시 돌아올까 싶어 현관문 비밀번호도 안 바꿨다. 신을 원망하면서도 남은 딸을 보며 “그래도 살아야지” 했다. 포천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미용 봉사를 그즈음 시작했다. 이씨는 2018년 순직조종사부인회순조회 추천으로 충북 충주에 있는 보훈휴양원 원장에 임명됐다. 딸은 2021년 결혼했다.

AI가 되살린 아들과 재회하던 지난달 5일 촬영일, 아들의 공사 동기였던 김상훈·이두원 중령을 보며 이씨는 ‘내 아들도 살았다면 결혼도 하고 손주도 낳았겠지’ 생각했다고 한다. 아들 박 소령은 2008년 결혼할 예정이었다.

‘만약 천국이 있어서 남편과 아들을 진짜 재회한다면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남편에겐 “가족 남겨놓고 이렇게 좋은 데 먼저 와 있었느냐” “인철이 왜 이렇게 빨리 데려갔느냐”고 말하겠다고 했다. 아들에게 해줄 말을 잠시 생각하다가, 어머니는 끝내 흐느꼈다. “인철이한테는... 그냥 ‘보고 싶었다’고 말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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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선우 기자 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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