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치워야죠" 원희룡, 이천수·엄홍길 함께 계양산 오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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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4 빅매치 르포]인천 계양을-원희룡 국민의힘 후보
봄볕이 따스했던 지난 16일 오전 계양산 초입인 인천 계양산성 박물관 앞.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운집한 주민들을 향해 이같이 밝혔다. 그가 밝힌 치워야 하는 돌덩이란 이 지역구 현역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가리킨다. 이날 계양 희喜말라야 원정대 행사는 주민들에게 계양 발전이란 기쁨을 드리고 싶단 의미를 담아 기획됐다. 산행엔 세계 최초로 해발 8000m 이상 산악 16좌를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 이천수 후원회장이 계양 원팀으로 함께했다. 최원식 계양갑 후보, 윤형선 계양을 상임선대위원장도 자리를 빛냈다.
원 전 장관은 등산복을 제대로 갖춰입은 엄 대장과 참석자들을 향해 "혹시 여길 진짜 히말라야로 알고 오신 건 아니죠"라고 장난을 쳤다. 그러면서 "오늘은 등산이 주 목적이 아니다. 사진이다. 언제 이런 조합으로 찍어보겠나"라고 했다. 실제 집합부터 등산 시작까진 1시간이 걸렸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진 촬영에 모두 응하면서다. 사진 촬영 후엔 매점에서 오뎅 등을 먹었다. 지역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취지다.
원 전 장관의 악수 요청에 어색해 하거나 "왜 길을 막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일부 있었다. 2030 세대들은 심드렁한 표정이다가 이 후원회장과 엄 대장을 목격하고는 "오 이천수다, 이천수 아니야?" "뭐 하나 했는데 엄 대장님이 계시네"라며 관심을 갖기도 했다. 이 동네 토박이인 이 후원회장을 선배님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는 주민들도 목격됐다. 이 후원회장의 역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들 3인방이 산행 도중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도와주시면 당선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여론조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원 전 장관이 이재명 대표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만큼,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상황이다. 원 전 장관은 "16%p에서 시작해 3주 만에 3%p까지 올라왔다. 하루하루 변화하는 민심을 느낀다"며 "계양은 특정 정당이 25년간 독점해 발전이 정체됐다. 계양을을 구석구석 돌며, 교통·주거·문화 혁신을 약속드렸다. 원희룡은 진짜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장관과 이 후원회장은 하산 후 쉴 틈도 없이 계양산 시장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서부간선수로를 찾았다. 따뜻한 봄기운에 산책 나온 계양 주민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선 이 후원회장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천계수중학교를 다닌다는 중학생 무리는 이들과 한 차례 인사를 나눈 뒤 다시 찾아와 축구화와 축구공에 사인을 요청했다. 친구와 통화하던 한 중년 여성은 이 후원회장에게 전화를 바꿔주기도 했다. 70대로 추정되는 주민은 "야, 천수야 오랜만이다. 선거운동 하며 매 맞고 다니지 마라. 보고 슬프더라"고 걱정했다.
원희룡캠프 관계자는 "동별 맞춤공약은 현장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며 꼭 해결해 달라는 것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서운역을 설치해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대신 전철을 타고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하겠단 공약도 출근길 인사 도중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원 전 장관은 국토부 장관 경력을 이용, 교통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하철 9호선을 동양동, 박촌역까지,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홍대에서 계양, 서운, 작전까지 연결한단 방침이다. GTX-D 작전 서운역 신설도 약속했다. 또 노후 아파트 재건축 시 종種상향으로 용적률을 높이고 계양 테크노벨리에 AI인공지능 생태계와 수영장, 키즈카페 등을 포함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천 계양을은?
대선주자급 인사인 원 전 장관의 출사표로 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인천 계양을은 기존엔 민주당 계열 정당이 사실상 싹쓸이 해온 지역구다. 계양구의 동북부 지역이 이 선거구에 해당한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계양구가 단일 선거구였던 16대 총선부터 계양을로 분구된 17~18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송 전 대표가 중도에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치러진 2010년 재보궐 선거에서 이상권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보수 정당 후보가 승리한 건 이 때가 유일하다. 이 후보는 야권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 분열됐는데도 약 5%p포인트 격차로 신승을 거뒀다. 19대 총선에선 최원식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선됐으며, 20대 총선에선 2년 전 인천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송 전 대표가 이 지역으로 돌아와 다시 배지를 달았다. 21대 총선까지 이 지역에서 5선의 기록을 세웠다. 2022년 6월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전략공천했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민주당의 텃밭에 출마하는 데 대해 여권에서 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에선 지역 일꾼으로 이 지역구에 2차례 출마한 경험이 있는 윤형선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가 이기는 결과도 일부 나왔으나 결국 10.5%p 차이로 이 대표가 승리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작전서운동을 계양을로 보내고, 계산1동과 계산3동을 계양갑으로 넘기는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계산 1동이 갑 선거구로 넘어가고 진보세가 강한 작전서운동이 을 선거구로 넘어왔단 점에서 원 전 장관에게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 이곳 계양을에 전국구 인지도를 가진 후보가 처음 등판했단 점에서 이 대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단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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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인천=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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