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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캄캄해지더니 순식간에 기절…지구 중력 6배 체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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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3회 작성일 24-03-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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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캄캄해지더니 순식간에 기절…지구 중력 6배 체험해보니

중력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에서 6G를 체험한 후 의식을 잃은 기자의 모습.공군 제공




청주=뉴스1 허고운 기자 = 분명히 눈을 뜨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의식을 잃었다. 실제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었다면 기체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말로만 듣던 중력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G-Test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기자는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에 있는 공군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G-Test, 비상탈출 훈련, 비행착각 체험, 고공 저압 환경 훈련 등 공군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받았다. 이 훈련은 모든 공중근무자가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것으로, 비행 중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미리 겪어보고 대처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가장 괴로운 훈련은 역시 G-Test였다. 전투기가 급격히 기동할 때 발생하는 중력가속도에 의식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한 훈련이다. 중력이 높아지면 압력으로 인해 순식간에 체내 혈액이 하체로 쏠리고 눈과 귀에는 피가 공급되지 않아 시야가 흐려지고그레이 아웃 눈앞이 깜깜해지며블랙아웃 일시적인 의식상실상태G-LOC에 빠지기도 한다.

전투기 조종석 모양의 훈련 장비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착용하자, 장비가 마치 원심분리기처럼 빙글빙글 돌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탑승자에 가해지는 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중력 가속도가 지구 중력1G의 2~3배를 넘기 시작하자 얼굴이 일그러지며 점점 더 못생겨지는 게 느껴졌다. 6G에 가까워지자, 시야가 좁아지는 그레이 아웃을 느꼈고, 곧이어 블랙아웃 상태에 빠졌다. "연습한 호흡법 해야 합니다"라는 말은 들렸으나 앞은 보이지 않고, 몸과 영혼이 분리된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숨 푹 자고 일어난 듯했다. 불과 몇 초밖에 되지 않는 순간이지만 이때 꿈을 꾸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는데, 기자는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으니, 운이 좋은 편이라고 훈련 교관은 말했다.

G-Test를 극복하기 위해선 피가 머리에 원활히 도달할 수 있도록 배와 허벅지, 종아리 근육에 힘을 주고 약 3초 간격으로 빠르게 호흡을 교차하는 가속도 내성 증진 기법AGSM을 구사해야 한다. 그레이·블랙아웃 단계에서 AGSM을 제대로 한다면 다시 시야를 넓혀 위급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비상탈출 훈련을 받고 있는 기자의 모습.




기자의 시야가 흐려졌을 때도 교관은 "AGSM 하셔야죠"라고 말했으나, 당황한 기자는 몸에 힘도 주지 못했다. 정신을 차린 기자에게 교관은 "한 번 더 하면 성공하실 텐데"라고 말했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공군 조종사들은 보통 9G에서 15초 이상을 버텨야 전투기에 탈 수 있다. 8G 이상의 높은 중력을 받는 훈련을 하면 몸 구석구석 실핏줄이 터지기도 한다. 6G도 이겨내지 못한 입장에서 조종사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투기 조종이 불가능한 경우에 대비하는 비상탈출 훈련에도 임했다. 탈출 손잡이를 당기면 조종석이 고속으로 솟구치는 방식의 훈련이다. 실제 상황에선 사출 시 조종사가 받는 충격이 최대 20G에 달할 수 있지만 훈련장비는 최대 6G로만 운용된다.

비상탈출 훈련 교관은 어깨와 목에 힘을 줘 조종석에 머리를 밀착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실제 상황에선 엄청난 가속도 충격과 외부의 돌풍 등으로 인해 목이나 척추가 부러지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상탈출에 성공해도 조종사 중 85%는 작은 상처라도 입으며, 그레이 아웃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간감각능력 상실도 전투기 조종사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간의 감각은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전투기 기체가 뒤집혔는데도 정상 상태로 착각하거나, 전투기가 선회 중인데도 수평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오인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비행착각 체험 훈련을 위한 4D 체험 놀이기구처럼 생긴 기기에 들어가자, 비행착각을 실제로 겪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높은 큰 각도로 떠오르고 있다고 느꼈음에도 실제로 상승각은 10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비행기가 왼쪽으로 틀어져 있는 것처럼 보임에도 계기에는 수평 상태임이 표시돼 있었다.


대한민국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지난 24일 싱가포르 창이전시센터에서 열린 ‘싱가포르 에어쇼 2024’ 퍼블릭데이 첫날을 맞아 관람객들 앞에서 다이아몬드Diamond 기동을 선보이고 있다. 일반인들은 이와 같은 비행을 하면 순식간에 의식을 잃게 된다. 공군 제공 2024.2.25/뉴스1




공군은 비행착각 체험 훈련을 자신의 느낌을 못 믿게 되는, 부정해야 하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사들은 착각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감각이 아니라 계기판을 믿고 비행하는 법을 배운다.

이날 마지막 일정은 고공 저압 환경 훈련이었다. 고도가 높아져 저압·저산소 상태가 지속되면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 승객이 아닌 공중근무자로서 비행기에 탑승하려면 이런 돌발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기자를 포함한 취재진이 들어간 훈련실은 2만5000피트약 7600m 상공의 환경을 모사했다. 운용자의 지시에 따라 산소마스크를 벗자 99%를 유지하던 혈중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험지를 따라 저산소성 저산소증이라는 글씨를 따라 쓰고, 1분마다 자신의 증상이나 느낌을 적는 임무를 받았다. 혈중산소포화도의 숫자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불안해졌고, 피가 쏠렸는지 얼굴이 화끈함을 느꼈다. 다행히 오랜 기간 저기압 상태에 노출되진 않아 글을 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일반인의 경우 2만5000피트 환경에 있게 되면 3~5분 이후 의식을 잃게 된다고 한다. 취재진은 3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만 마스크를 벗었다. 급격한 기압 변화로 인해 귀가 심하게 아픈 중이통이나 감압증을 호소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하루 동안 극악의 환경을 경험하면서 공중에서 평소와 같은 정신력과 신체상태를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됐다. 공군의 조종사뿐 아니라 공중 근무자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귀한 국가적 자산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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