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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빼라" 결재판 집어던진 사령관…"못 뺍니다" 항명한 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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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4-08-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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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육사 후배’ 사령관과 ‘선배’ 여단장
정보사 오피스텔 ‘민간 임대’ 충돌
여단장 “비전문가 개입하니 안 돼”
사령관 “보고 안 받겠다… 나가라”
폭행 등 맞소송… 공작 기밀 유출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두 장군의 ‘막장 다툼’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군과 정보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군무원의 해외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에 이어 이번 장성 간 싸움으로 정보사 공작 관련 기밀마저 아무렇지 않게 공개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군 안팎에서조차 “부끄럽다”, “너무 부적절한 모습”이라며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군에 따르면 정보사령부 소속 여단장 A준장육사 47기과 사령관 B소장육사 50기은 최근 하극상과 폭행, 직권남용을 주장하며 법정 다툼에 들어갔다. 지난 6월 사령관이 A준장을 상관 모욕과 폭행 혐의로 국방부 조사본부에 신고했고, A준장은 지난달 17일 사령관을 폭행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22일 대북 인적 정보휴민트를 총괄하는 A준장이 서울 시내 영외 사무실인 한 오피스텔을 민간단체인 군사정보발전연구소가 사용하도록 하고 이를 사령관에게 보고하면서 비롯됐다. 사령관은 A준장이 자신의 승인 없이 민간단체에 오피스텔을 쓰게 했다며 “직권남용 및 배임에 해당하니 지원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A준장은 고소장에서 “사무실 지원 문제로 이미 1~2월부터 시비가 시작됐고 법적·절차적 문제가 없는데도 이상하리만치 집착했다”고 주장했다.

A준장이 이날 내용을 보강하고 다시 보고하기로 마무리한 뒤 두 사람은 6월 7일 마주했다. 사령관이 보고서에 적힌 연구소를 보고 “무조건 방을 빼라”고 하자 A준장은 “못 뺍니다. 지금 어떻게 뺍니까. 기획사업 자체가 불가합니다”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비전문가인 사령관이 개입하니까 공작이 안 됩니다”라고 하자 사령관이 결재판을 A준장을 향해 던지며 “보고를 안 받겠다. 나가라”고 했다는 게 A준장 측의 설명이다. A준장은 “누가 요새 이런 식으로 결재판을 던집니까. 요즘 소령·중령한테도 결재판 던지는 사람이 없는데 저도 장군입니다. 분명 이 행위는 사령관님이 잘못하시는 겁니다”라고 말하고 사무실을 나왔다고 한다.

사령관은 A준장의 ‘비전문가 언급’ 등이 자신에 대한 폭언과 모욕이라며 조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고, A준장은 결재판을 자신 쪽으로 던진 행위에 부하를 시켜 자신의 출퇴근 시간을 감시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더해 고소한 것이다.

군 관계자들은 A준장이 사령관보다 육사 세 기수 선배인 데다 정보사령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인데 사령관으로 정보업무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후배’가 오면서 휴민트 및 공작 관련 업무에서 서로 부딪쳤고 결국 이날 쌓인 감정들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A준장이 사령관을 고소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기획사업’ 등 정보사의 공작 활동 관련 내용을 자세히 담으면서 이것이 외부에 알려졌다는 점이다. A준장 측은 “해당 연구소가 기획 공작인 ‘광개토 사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사령관을 설득하려 했다”거나 “오피스텔이 공작 활동 기반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광개토 사업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없지만 한반도 북쪽으로 영토를 확장했던 광개토대왕 업적과 정보사 업무 성격에 비춰 중국 동북지방을 배경으로 하는 대북 공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예비역 중장은 “장성들이 하극상 운운하며 내부 기밀이 드러나도록 싸우는 모습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면서 “너무 부끄럽고 잘못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이날 오후 국회를 찾아 여야 정보위원회 의원들에게 관련 사건을 보고했다.

허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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