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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박용진·임종석이 왔다가면 험지 분위기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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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3회 작성일 24-04-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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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용진 의원. 연합뉴스

모든 드라마에는 주연과 조연이 있습니다. 4·10 총선에서 175석의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의 드라마에선 이재명 대표가 주연일 겁니다. 이 대표는 승리의 월계관을 쓰는 동시에, 당 공천으로 주류 교체를 이뤄내며 2027년 대선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열연’을 펼쳤으나 월계관도, 꽃가마도 없이 물러난 조연들도 있습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용진 의원. 민주당 열세지역을 주로 찾아다닌 비주류 3인방입니다. 이들의 지원 유세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선거운동 기간 한 표가 아쉬운 험지의 후보들에게는 단비와 같았다고 합니다. 경남 지역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민주당의 한 후보는 한겨레에 “임 전 실장과 김 전 총리, 박 의원이 지원 유세를 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분위기가 좋았다. 도시가 아니다보니 거물급 정치인들을 볼 기회가 별로 없는 탓이기도 하겠으나 이분들이 다녀간 뒤에 동네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총리직에서 퇴임하며 현실 정치를 떠난 김 전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사실상 정치에 복귀했습니다. 지난 3월 선대위 합류를 선언하며 그는 “무능력·무책임·무비전, 3무 정권인 윤석열 정부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입법부라는 최후의 보루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주 2회 재판 출석과 지역구 선거운동 등에 발이 묶여 운신의 폭이 좁았던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전국의 유세지를 광폭으로 하루 10여곳씩 돌아다니는 게 김 전 총리의 역할이었습니다. 측근들이 농반진반 “당이 김부겸을 너무 부려먹는다”고 하소연을 할 정도였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선거를 8일 앞둔 지난 2일 민주당 선대위의 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의 일정표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 이재명 상임공동선대위원장



-공개 일정 없음



■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



-공개 일정 없음



■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



① 08:40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허영 후보 지지 방문
② 10:20 강원 원주을 송기헌 후보 지지 방문
③ 10:50 원주 MBC 인터뷰
④ 11:20 강원 원주갑 원창묵 후보 지지 방문
⑤ 13:00 충북 충주 김경욱 후보 지지 방문
⑤ 15:30 경상북도 더불어민주연합 및 경북도당 합동비전정책 공동선언식
⑥ 16:00 경북 구미을 김현권 후보 지지 방문
⑦ 17:20 대구 수성갑 강민구 후보 및 수성라 전학익 기초 보궐 후보 지지 방문
⑧ 18:50 대구 후보자 합동 유세





하루 앞선 1일에도 이 대표가 지역구인 계양을 유세에 집중하는 동안 김 전 총리는 서울에서 13개의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쳤습니다. 지난달 13일 지역 유세를 시작한 뒤 4주간 이렇게 유세에 나섰으니 사실상 전국 254개 지역구를 거의 다 찍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10일 당 개표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환한 웃음을 보여준 것을 끝으로 깔끔하게 퇴장했습니다. 선거 승리의 공을 강조하며 ‘숟가락’을 얹는 대신 이 대표와 당선자들에게 모든 기쁨을 넘겨주고 물러난 셈입니다.



공천 과정에서 큰 내상을 입은 임종석 전 실장과 박용진 의원의 백의종군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했다 사실상 공천배제됐고, 박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거푸 상처를 입었지만 ‘험지 지원’을 자처했습니다. 승리하는 선거의 출발점은 낙마한 당내 경쟁자들의 지지를 모아내는 일이라는 게 정치학의 기본입니다. 당 비주류의 지원 없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원톱 체제’로 치른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선거운동은 그런 의미에서 크게 달랐습니다.



이들 모두 정치적 미래에 대한 고려 없이 ‘자원봉사’에 나선 것은 아닐 겁니다. 유세 현장을 뛰며 지지자를 만들고, 당내 선거에서 이번 총선 유세의 ‘빚’을 갚아줄 지원군들을 확보하는 과정이었겠지요. 박 의원과 임 전 실장의 유세 영상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선당후사 백의종군 멋지다”, “다음엔 대선 후보로”, “민주당에서 큰 일 하세요” 같은 지지 댓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현장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합니다. 호남 출신인 두 정치인은 이번에 영남을 돌며 큰 자산을 확보했을 듯 합니다.



다만 당원은 물론, 당내 의원들도 대부분 ‘친이재명계’로 재편된 민주당에 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 21일 선임된 친명계 지도부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 이 대표는 향후 대선까지 당내에서 단 하나의 ‘북극성’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 전 실장과 박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직에 도전할 거란 전망이 있으나, 당내에선 임기를 마치는 이 대표를 다시 대표에 추대해 연임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동적인 한국 정치에선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대선까지 3년, 이 시간 동안 이 대표와 경쟁자들의 역학은 어떻게 작용할까요.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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