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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한 경제로 풀겠다는 윤 대통령이 잘못 알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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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21회 작성일 23-05-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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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81

취임 뒤에도 기념식 꾸준히 참석

‘왜곡·폄훼’ 보수세력과 다른 행보

‘광주의 한 경제로 풀겠다’지만

5·18 정신 핵심은 민주주의·통합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도 5·18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오월의 어머니’들과 함께 헌화하고 분향했습니다.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입니다”라고 썼습니다. 주먹을 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습니다.

기념식을 마친 뒤에는 묘역에 참배하고 유가족을 위로했습니다. 주검을 찾지 못한 희생자나 다른 묘역에 묻힌 고인들의 영정을 모신 유영봉안소도 방문했습니다. 궂은 날씨였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행사장을 떠날 때까지 비옷을 입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가기념일인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석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직도 “전두환이 뭘 잘못했냐?”


5·18은 국민의힘의 치명적 약점입니다. 국민의힘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뒤 창당한 민정당에 뿌리가 닿아 있습니다. 지금도 국민의힘 의원이나 지지자 중에는 ‘5·18을 무력으로 진압한 전두환 신군부가 도대체 뭘 잘못했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들의 주장이 옳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들을 쫓아낼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입니다. 누군가 5·18 망언을 해도 못 들은 척 가만히 있다가 민심이 악화하면 발언 당사자를 징계하는 대증요법으로 넘겨왔습니다. 전광훈 목사와 대화 도중 5·18 정신을 헌법에 넣는 것에 반대한다고 동조해 파문을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한 것도 그런 경우입니다.

사실은 국민의힘 사람 중에만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른바 보수 세력 안에 5·18에 대해 비뚤어진 역사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가 지난 16일치 신문에 쓴 칼럼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특히 김재원·태영호 두 최고위원에 대한 국힘당의 징계는 공천까지 연계된 헛발질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이 대통령과 반드시 같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5·18과 4·3에 대한 시각은 오히려 두 의원의 견해에 동조하는 보수층이 훨씬 더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1980년 5·18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었습니다. 일주일 뒤 현장에 내려가 취재한 내용을 5월25일치 7면사회면에 큰 기사로 썼습니다. 이런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바리케이드 너머 텅 빈 거리엔 불안감만”

“무정부 상태 광주 1주”

“총 들고 서성대는 과격파들 길목서 저지…무기 반납 지연”

“시민들 ‘생필품 동나 고통스럽다’”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의 입맛에 꼭 맞는 기사였습니다. 43년 전이나 지금이나 5·18에 대한 김대중 칼럼니스트의 기본적인 시각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선 출마한 윤석열 후보의 울먹임


그렇다면 윤 대통령에게 5·18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1980년 5·18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 법학과 2학년 학생이었습니다. 당시 거의 모든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학생 윤석열’도 전두환 신군부에 분노와 적개심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뒷날 “12·12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면서 당시 신군부 실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윤 대통령에게 5·18과 광주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21년 6월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7월17일에 광주에 갔습니다. 박관현 열사, 홍남순 변호사, 김태홍 전 의원의 묘역을 참배한 뒤 이런 말을 하며 울먹였습니다.

“광주의 한을 자유민주주의와 경제 번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려왔습니다만, 박 열사와 홍 변호사님, 또 김 의원님 참배를 하면서 보니까 저 스스로도 아직도 한을 극복하고자 하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광주가 경제 발전이 너무 안 돼서 18년 전이나 똑같다”는 말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2003~2004년 광주지검 검사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것에 대한 견해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찬성이라는 뜻으로 보시면 무방하다. 그래서 제가 일부러 제헌절에 광주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광주문화방송mbc> 에 출연해서는 “저는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게재되는 데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의 어머니’들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2021년 10월19일 덜커덕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파장이 커지자 다음날 “전두환 정권 군사독재 시절 김재익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대통령’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전문가적 역량을 발휘했던 걸 상기시키며 대통령이 유능한 인재들을 잘 기용해서 그들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결국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닷새 뒤인 11월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가 “제 발언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실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제 원래의 생각이 5·18 정신이란 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또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므로 당연히 헌법 전문에, 헌법이 개정될 때 반드시 올라가야 된다고 늘 주장해왔다”고 확인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5·18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것은 윤 대통령 친구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아버지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의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습니다. 뒷날 이종찬 전 원장은 “내 친구였던 김재익 전 경제수석 사례를 들어 ‘대통령이 되면 잘 모르는 사람도 과감하게 발탁해서 기용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준 것인데 그걸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어쨌든 윤 대통령은 고비를 넘겼고 2022년 3월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대통령 취임 뒤 첫번째 지역 방문 행사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장관 14명, 대통령실 수석 6명과 비서관들을 이끌고 5·18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치 해설가 중에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번 5·18 기념식 참석이 ‘내년 총선 득표용’이라고 공학적으로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악화한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총선 득표를 위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다고 표를 몰아줄 호남도 아닙니다.

미워하지 말고 갈라치지 말고


그럼 뭘까요? 그동안 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5·18과 광주에 대해 그 나름대로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5·18로 맺힌 광주의 한을 경제로 풀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2021년 7월17일 광주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유민주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서 광주·전남 지역이 고도 산업화와 풍요한 경제 성장의 기지가 되고 발전하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지역이 되길 바랍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2년 5·18 기념사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광주와 호남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 담대한 경제적 성취를 꽃피워야 합니다. 에이아이AI·인공지능와 첨단 기술 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이루고 힘차게 도약해야 합니다. 저와 새 정부는 민주 영령들이 지켜낸 가치를 승화시켜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올해 5·18 기념사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말했습니다.

“오월의 정신은 자유와 창의, 그리고 혁신을 통해 광주와 호남의 산업적 성취와 경제 발전에 의해 승화되고 완성됩니다. 저는 광주와 호남의 자유와 혁신을 바탕으로 에이아이와 첨단 과학 기술의 고도화를 이뤄내고 이러한 성취를 미래 세대에게 계승시킬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뒷받침하겠습니다.”

신기하지요? 논리가 옳든 그르든 일관성은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윤 대통령이 5·18 정신을 좀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5·18은 민주주의를 짓밟은 군부 쿠데타에 광주와 호남 시민들이 저항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따라서 5·18 정신의 핵심은 민주주의입니다. 국민통합입니다. 윤 대통령도 모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 염원하시는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께서 쟁취하신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습니다.”2021년 11월10일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통합의 주춧돌입니다.”2022년 5월18일

자신이 한 이 말들을 윤 대통령이 그대로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국민을 갈라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이 조금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면 좋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난을 그만두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5·18 기념식에 다시 참석하면 좋겠습니다. 대통령 임기 동안 매년 5·18 기념식에 참석해 5·18 정신을 되새기면 참 좋겠습니다. 가능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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