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의 노무현, 고민정의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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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노무현이 말한 원칙의 승리와 민주당의 길
[박소희 기자]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에는 자당 출신 대통령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중 하나는 당연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정청래, 고민정 최고위원이 서거 14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의 이름을 호명한 것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들이 각각 노무현을 다시 부른 까닭은 달랐다. 그들이 노무현을 말한 이유 정청래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대의원제 폐지를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천혁명도 기득권의 반발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개혁에는 항상 반항과 반발이 뒤따릅니다. 민주당의 대의원제 폐지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의원제 폐지, 개혁의 길로 가야 합니다. 정당 민주화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저부터 국회의원의 대의원 장악 기득권을 내려놓겠습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정치에서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가 물었다. "우리 민주당이 4.19 역사 앞에 얼마나 떳떳한가 자문해본 바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이들의 뒤를 잇겠다던 민주당 안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이 터졌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의 위기
민주당은 지금 위기인가, 아닌가. 국회의원이든, 보좌진이든, 당직자든 현재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 질문에 쉽게 "아니오"라고 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말 스스로 위기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출입기자로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의문이다. 지난 14일 열린 쇄신 의원총회가 그랬다. 물론 위기와 쇄신을 논하는 자리라고 꼭 울상으로 참석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날 의총 전 하나둘 자리에 앉은 민주당 의원들 중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이들은 소수였다. 기자들끼리 왜 이렇게 다들 표정이 좋냐고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6시간 난상토론의 결론마저 심심했다. 민주당은 이날 김남국 의원의 국회 윤리위 제소를 뺐고, 결국 며칠 뒤 떠밀리듯 징계안을 제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확연한 지지율 추락은 경험치 못한 탓일까. 가끔 민주당 의원들은 정권교체 직후 야당 지지율이 이 정도면 대단하다고 말했다. 2021년 전당대회 송영길 캠프의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 등이 연이어 터져도 30%선을 유지하니 괜찮다고 믿는 것일까. 그 사이 계파 간 틈은 점점 더 벌어졌다. 저마다 당을 위한다고 하지만 뒤돌아서면 저 사람은 분명 공천 때문에 그런다는 손가락질이 반복 중이다. 당의 지지층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흔히 40대는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꼽힌다. 2022년 대선 직전2022.2.28.~3.2. 한국갤럽 조사 때만 해도, 40대의 민주당 지지도는 57%에 달했다. 40대 응답자 중 무당층 비중은 겨우 11%였다. 하지만 대선 이후 이러한 40대의 그래프 모양은 점점 달라졌다. 돈봉투 의혹이 한창이던 2023년 5월 1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36%민주당 지지-34%무당층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내년 총선 때 여당 다수 당선과 야당 다수 당선 중 어디에 더 동의하냐고 물었을 때, 40대의 61%가 야당 다수 당선을 택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가장 최근 실시한 5월 3주차 조사에선 44%민주당 지지-29%무당층으로 일부 회복됐지만, 이런 흐름이 좋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지난해 9월 <오마이뉴스> 와 만난 이관후 전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간사는 "어느 여론조사에서 핵심 지지층인 40대 남성이 떠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더라"며 "코어가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또 "집권할 수 있는,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을 보여주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그때 코어가 빠진다"며 민주당의 고민을 당부했다. 심상찮은 코어... 자꾸 미뤄지는 과제 다시 최고위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애석하게도 정청래 최고위원이 호명한 노무현은 "확장할 수 있는 전략"과는 너무나 멀다. 직접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대의원제 폐지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당의 현 상황이 그렇다. 대의원제 폐지는 강성지지자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사항이다. 특히 일부 지지자들은 토론보다는 문자폭탄, 좌표찍기 등 쪽수로 당을 압박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이뤄 낼 줄 아는 상생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던 노 전 대통령의 말과도 다른 태도다. "너도 나도 진보를 얘기하고 개혁을 얘기하고 새로운 정치를 얘기하지만 원칙을 지킬 줄 모르면 그 정치는 한 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2007년 3월 20일, 국무회의"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을 떠올려보면, 고민정 최고위원의 자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멀리 보면 대의가 이익이다2007년 6월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원칙의 승리를 간절히 바란다2007년 9월 11일, 기자간담회" 등 원칙과 대의는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단어였다. 하지만 민주당의 원칙과 대의는 꾸준히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은 당헌까지 바꿔가며 무리한 공천을 강행한 2021년 4.7 재보선 때부터 원칙과 대의가 뭐냐는 질문에 시원한 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돈봉투 의혹·코인 논란 등 연이은 파문에도 물욕 없는 송영길 검소한 김남국이라며 두둔하는 이들도 있었다. 고 최고위원이 이날 "민주당이 국민이 아닌 민주당을 살리는 일에만 전념하는 것만 같다"면서 노무현을 호명하고 스스로를 돌아보자고 한 까닭이다. 2022년 여름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의 성인남녀 3000명 대상 웹조사에서 참가자들은 민주당의 지지도 제고를 위한 시급과제 1순위로 정치행태에서의 신뢰 회복21.9%을 꼽았다. 이를 2순위 과제로 답한 경우와 합하면 42.4%에 달한다. 자꾸 과제를 미루고 또 미뤄도 내년 총선에서 한 석이라도 이기면 될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원칙의 승리"는 정녕 그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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