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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징용 배상금 받으면 20% 내라" 지원단체, 피해자와 11년전 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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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08회 작성일 23-05-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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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중공업 피해 5명과 체결
약정 근거로 판결금 요구 가능성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지난 3월 21일 오전 광주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지난 3월 21일 오전 광주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돕는 시민 단체가 징용 피해자들과 ‘일본 기업들에서 어떤 형태로든 돈을 받을 경우, 20%는 단체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11년 전에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피해자 유족이 최근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해 판결금을 2억원 안팎 수령한 가운데, 해당 단체가 이 약정을 근거로 금액 지급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 모임이하 시민모임’과 미쓰비시중공업나고야 징용 피해자 5명은 2012년 10월 23일 약정을 맺었다. 피해자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하기 하루 전이었다. A4 용지 2장짜리 약정서를 보면 “이 사건과 관련해 손해배상금·위자료·합의금 등 그 명칭을 불문하고 피고로부터 실제 지급받은 돈 중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제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 역사적 기념사업 및 관련 공익 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모임에 교부한다”고 돼 있다.

이와 함께 미쓰비시가 법원 판결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더라도 피해자들이 아닌 수임인들이 우선 돈을 받아 20%를 지원 단체에 지급하도록 했다. “위임인들피해자은 수임인들이 피고로부터 직접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으면 정한 금액을 시민 모임에 직접 지급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돼 있다. 민변 출신으로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인인 이상갑 변호사가 수임인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피해자들은 약정서에 도장 또는 지장指章을 찍어 동의를 표시했다.

피해자들과 약정을 맺은 시민 모임은 2009년 3월 만들어져 강제징용 문제 공론화, 피해자 후원과 소송 지원 같은 활동을 해왔다. 2021년 이 단체를 계승한 비영리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출범했다. 이사장인 이국언씨는 오마이뉴스 광주·전남 주재 기자 출신으로 시민 모임 사무국장을 지냈다. 정부 해법에 반대하는 일부 피해자를 대신해 최근까지도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진행해 왔다.

지원 단체와 피해자들이 약정한 시점은 2012년 10월이다. 그해 5월 대법원이 “신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이 징용 피해자 9명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일제 식민 지배로 피해를 본 한국인이 일본 기업에 승소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으로, 이후 각 지역에서 소송 제기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약정서에 서명한 피해자들은 1992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기각된 상태였다. 피해자들은 약정 체결 다음 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고 일부 승소를 확정했다.

지원 단체가 교부를 약정하며 내세운 명목은 피해자 인권 지원 사업, 역사적 기념사업, 관련 공익 사업 등이다. “지급받은 돈을 정한 대로 사용하고, 위임인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매년 1회 그 구체적 사용 내역을 위임인들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했다. 이상갑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금전적 배상을 받으면 여러 지원 단체 공익 변호사들의 활동 결과로 얻게 되는 건데 다른 공익 변론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돈을 나누자는 취지가 아니다. 당사자들에게 다 설명했고 다들 흔쾌히 동의하셨다”고 했다. 이국언 이사장도 “약정서에 쓰여 있는 취지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이때 약정한 피해자 5명 중 3명이 세상을 떴다. 이런 가운데 유족 일부가 3월에 발표한 정부 해법에 찬성해 지난달 일제강제징용피해자지원재단에서 판결금 약 2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 때문에 지원 단체가 약정서를 근거로 판결금 교부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 해법에는 반대하면서 판결금 중 일부를 요구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또 정부안에 반대해 내용증명까지 보낸 생존자 1명이 마음을 바꿀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지원 단체가 수용 의사를 철회하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단체는 “이 싸움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저희가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다만 이에 대해 지원 단체는 “피해 당사자들만의 외로운 싸움으로 놔두지 않으려는 논의가 있었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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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기자 email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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