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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널리 구하지 않으니…퇴행성 엠비 정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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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6회 작성일 23-09-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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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98

이명박, 국회의원·단체장 경험에

‘실용·합리·개혁 보수’ 진용 갖춰

윤 대통령, 그중 ‘출세주의자’ 발탁

정치경력·철학·안목도 많이 부족


이명박 전 대통령이 9월1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제주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닮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이명박 정부 시즌 2’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윤석열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관계가 특별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두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이던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엠비 때가 상당히 쿨했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이런 발언과 인식은 객관적 사실과 매우 동떨어진 것이어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검찰은 정권의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해주는 청부업자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표적 수사했고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미네르바 사건과 피디 수첩 보도를 무리하게 수사했습니다. 법인세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한국방송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뇌물 수수 및 횡령 등 개인 비리로 징역 17년이 확정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했습니다. 특별사면으로 잔여 형기 14년 6개월뿐만 아니라 미납 벌금 82억원도 면제됐습니다.

국민 통합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요? 브로맨스일까요? 정확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어쨌든 참으로 독특한 취향인 것 같습니다.

둘째, 겹치는 인맥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참모나 고위 공직자 출신들을 대거 기용했습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입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대변인 출신입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외전략기획관 출신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금융비서관 출신입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출신입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통일비서관 출신입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환경비서관 출신입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홍보수석 출신입니다.

9월13일 개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15년 전 인물을 다시 기용한 것입니다. 희귀한 경우입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9월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박근혜 탄핵, 친박 몰락의 여파?


이처럼 윤석열 정부에 이명박 정부 출신들이 유난히 많은 데는 현실적인 사정이 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 때까지는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나 장차관을 임명할 때 아무런 장애가 없었습니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때부터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시작됐고, 상당수 공직자가 낙마했습니다. 언론 검증과 국회 인사청문회가 점점 더 강화됐습니다. 노무현 정부 임기 중반인 2005년부터는 모든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했습니다.

고위 공직 후보자들은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로 줄줄이 나가떨어졌습니다. 어느 정권이든 인물난으로 애를 먹었습니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2007년 12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계기로 보수 세력 인사들은 친이명박친이 세력과 친박근혜친박 세력으로 갈라졌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친이 세력이 대거 기용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친박 세력이 대거 기용됐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친박 세력이 몰락했습니다. 보수 세력 인맥은 친이명박 세력만 남게 된 것입니다.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들을 많이 기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정말 ‘이명박 정부 시즌 2’일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결산을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이명박 정부보다 훨씬 못한 ‘엠비 퇴행 정부’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대통령의 출신, 경력, 의식이 너무나 다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흙수저 출신입니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금수저 출신입니다.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가난을 모르고 자랐습니다. 고생을 모르고 성장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가난과 고통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4대 민자당 전국구 의원, 15대 신한국당 서울 종로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돼 청계천을 복원하고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했습니다. 국회의원과 단체장 경험은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끌어가는 데 매우 중요한 이력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이력이 전혀 없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실용주의자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은 실용주의입니다. 정부의 명칭을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실용 정부’로 하려고 검토했을 정도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 이념과 별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된 뒤 ‘늦깎이 뉴라이트 의식화’를 통해 ‘이념 대통령’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아무리 살펴봐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입니다.

둘째,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환경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2위와 22.53%포인트, 530만표 차이가 나는 압승을 거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위와 0.73%포인트, 24만7천표 차이 신승을 거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총선 승리로 임기 내내 여대야소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소야대로 출발했고 지금도 여소야대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야당과 협치를 추구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과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습니다. 내년 4월 총선 승리에 판돈을 모두 걸고 도박을 하는 듯한 태도입니다.

셋째, 인맥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은 그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었던 거의 최고 수준의 엘리트들이었습니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서울시 출신이 많아서 ‘고소영 에스라인’이라고 비판을 받았지만, 능력과 인품을 갖춘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합리적 보수, 실용 보수, 개혁 보수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들이었습니다.

대선 공약 ‘30대 장관’까진 아니더라도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신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용한 사람들은 이상하게 출세주의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가히 ‘출세 보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5년 펴낸 국정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자신과 함께 일한 참모들의 이름을 꽤 많이 기록했습니다. 특히 회고록을 어떤 사람들과 함께 집필했는지 후기에 자세히 써놓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쓴 순서대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김두우 홍보수석,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박형준 정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 이달곤·김효재 정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정정길·하금렬 대통령실장, 유명환·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강만수·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백용호·김대기 정책실장, 박병원 경제수석,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박범훈 교육문화수석, 유명희 미래전략기획관, 정종환·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이동우 기획관리실장, 김상협 녹색성장기획관, 김영수 연설기록비서관, 박정하 대변인.

이들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발탁되지 않은 사람 중에 능력과 인품이 뛰어난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람을 보는 안목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책임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 검사를 했습니다. 정치 경험, 행정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거의 알지 못합니다. 검사는 사람을 의심하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학교 선후배나 검찰 가족 말고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정치에 나서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사람을 찾아 나섰어야 합니다. 아니, 대통령이 된 뒤에라도 그렇게 해야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인사수석을 두고 전국의 인재를 찾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수첩에 장관감들의 이름을 적어 나갔어야 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엠비 정부 시즌 2’나 ‘엠비 퇴행 정부’라는 비판은 인재 발굴을 하지 않은 게으름의 대가인 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인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30대 장관들’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제발 인품과 능력을 갖춘 새로운 인물을 몇 사람이라도 좀 발탁하시기 바랍니다. 가능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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