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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이명박근혜 정권보다 지금이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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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3-11-2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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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박찬운 전 인권위원에게 묻다 ① 기록하지>

[유창재 기자]

quot;인권위, 이명박근혜 정권보다 지금이 더 심각quot;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박찬운 교수 제공


"인권위가 지금 위기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에서도 인권위는 시련을 견뎌내야 했지만 윤석열 정부 지금은 그보다 더 심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법 학자이자 인권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여당 쪽 추천 인권위원들이 다수를 점한 뒤부터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묻자, 곧바로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박 교수는 2020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년 1개월간 인권위 상임위원을 지냈다.더구나 그는 인권위 상임위원 취임일부터 퇴임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일과 업무 경험, 소회를 담아 책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를 엮었다. 3년간의 기록 분량만도 무려 200자 원고지 6000장에 달하며, 책은 29일 세상에 나왔다.

박 교수에게 책이 출간되기 직전에 어떤 책인지, 기록을 책으로 엮게 된 계기를 물었다. 또 인권위가 어떤 조직이고 무슨 기능을 해야 하는지, 인권위원은 무슨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 한 국가에서 인권이 왜 중요한지 등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인권위원끼리 인신공격하는 일은 없었는데"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인권위가 최대 위기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최근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인권위는 인권위원 간 극심한 갈등 속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지명한 상임위원 2명이 송두환 위원장을 공격하고 있고, 20년 이상 만들어 온 인권위 회의 관행이 깨져가고 있다."

그의 지적대로 윤석열 정부 들어 인권위는 인권위원 구성이 여당 쪽 추천 위원 수가 우세하게 됐고, 일부 위원들의 막말·혐오 발언 논란뿐만 아니라 위원들 간에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어지러운 상황이다.

박 교수는 "송 위원장이 인권 문제에 성명을 내면 상임위원들이 반대 성명을 내고, 인권위원이 인권단체 관계자를 수사 의뢰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면서 "그동안 인권위가 보수-진보로 나뉘어 결론을 내는데 진통은 있었지만, 이렇게 인신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2023.11.8
ⓒ 연합뉴스


실제로 최근 한 인권단체가 3개월간 소위원회 개최를 거부한 김용원 상임위원여당 추천을 고발했으며, 군인권보호관을 겸한 김 상임위원은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인권위 15층을 항의 방문한 군인권센터 관계자와 군사망자 유족들을 특수감금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렇다면, 인권위원의 자질과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박 교수는 지난 2월 6일 자신의 퇴임식 때 했던 퇴임사 중 일부를 답변 대신 소개했다.

"우선, 인권위원님께는 인권위다움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권위는 주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조직입니다. 독립기관이지만 정치적 상황과 무관할 수는 없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균형추가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이것은 인권위의 조직 원리상 예상된 운명입니다. 문제는 그 와중에도 인권위다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권의 보편성을 실현하고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인권위 본연의 임무입니다. 물론 위원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에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치열한 토론으로 인해 위원 간의 동료애에 금이 가서는 안 됩니다. 서로 신뢰하면서 인권을 신장시키겠다는 마음 자세를 당부합니다."


덧붙여 그는 "아마 오늘과 같은 일을 예상하고 한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인권위 내 어지러운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최근에 인권위에 합류한 인권위원들께서 인권위의 성격과 인권위원의 본분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본다"고 짚었다.

특히 박 교수는 "인권 감수성이 있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인권위의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면 비록 보수적인 인권관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렇게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권위원들이 가치관과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에 치열하게 토론할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인권위원 상호 간에 지켜야 할 예의와 동료애에 금이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개탄했다.

이처럼 내홍을 겪고 있는 인권위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운영돼야 할까. 박 교수는 이번에 출간한 자신의 책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제 8장 인권위의 미래를 구상하며에서 조목조목 제언하고 있다면서 네 가지를 방향을 제시했다.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3년을 기록한 책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박찬운 지음. 기록하지>
ⓒ 혜윰터 제공


"인권 감수성 없는 법률가가 인권위원이 된다면"

우선 인권위는 헌법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권위는 법률기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위의 생명이라고 하는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독립적인 기관이 정권이 바뀌면 흔들립니다. 지금 인권위에 위기가 온 것은 바로 정권이 바뀌고 인권위에 큰 관심이 없는 대통령이 집권했기 때문입니다. 법률기관으로서의 인권위는 어쩔 수 없이 대통령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막지 않으면 인권위의 역할은 영원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인권위원 임명 절차 개선을 제시했다. 이 부분은 매우 상세하게 기술했다.

"인권위는 합의제 기구인 만큼 인권위를 구성하는 11명의 인권위원을 어떻게 임명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무리 사무처가 잘 지원을 해줘도 인권위원인 위원장, 상임위원, 비상임위원들이 위원회를 잘 이끌어가지 못하면 인권위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인권위원장은 인권 감수성과 전문성 그리고 조직 관리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인권위원장은 단순히 한 명의 인권위원이 아닙니다. 인권위를 대표하고 인권위 조직을 관리하며 인권위의 의사 결정을 주도합니다. 따라서 인권위원장으로 가져야 할 조건 중 하나만 부족해도 인권위의 존재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임위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인권위 상임위원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박 교수는 "3명의 상임위원 중 2명만 굳게 연대하면 인권위원장이 하고자 하는 일도 막을 수가 있다"며 "상임위에 올라오는 정책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인권위원장 포함 4인 중 3인의 찬성이 필요한데, 2명이 다른 생각을 가진다면 위원장인들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서 비상임위원 역할에 대해 말했다.

"비상임위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비상임위원이 속한 소위원회는 만장일치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비상임위원 한 사람이라도 끝까지 반대하면 안건을 통과시킬 수가 없습니다. 이러니 모든 인권위원이 인권 감수성과 전문성을 갖지 않으면 인권위가 신뢰받을 수 있는 인권전담기구가 될 수 없습니다. 상당수의 법률가들이 인권위원이 되는 것은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으나 문제는 인권 감수성 없는 법률가가 인권위원이 되면 오히려 인권위의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현판
ⓒ 김시연



인권위원 자질의 중요성도 짚었다. 법조문만 달달 외우는 단순한 법률가가 아닌 국제인권법에 최소한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을 가진 이가 인권위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의 판단은 사법기구보다 반보 혹은 한발 앞서는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데, 법조문만 달달 외우는 법률가들이 인권위원이 되는 경우 그 가능성은 매우 낮아집니다. 그들은 모든 판단을 실정법 내에서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법률가이면서도 국내 실정법에만 관심이 있지 인권위의 존립 이유 중 하나인 국제 인권법에 따른 인권 보장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따라서 법률가가 인권위원이 된다 해도 국제 인권법에 관한 최소한의 전문성을 가져야 하며, 부족한 인권 감수성을 타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현재 인권위 구성원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인권위원 11명 중에는 도대체 인권위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조차 모르고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권위의 기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과거 경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면서 "인권위를 인권위답게 만들려면 최소한 이런 사람들이 인권위원으로 임명되지 못하도록 인사 절차에서 거르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덧붙여 "법률기관으로 당분간 존속한다고 해도 인권위원들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지도록 추천 절차가 법제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인권위 사무처의 전문성 강화를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고 말하는 박 교수의 진정성이 담긴 쓴소리가 이어졌다.

"인권위 사무처의 전문성이 보다 강화돼야 합니다. 인권위의 주요 결정은 회의를 통해 이뤄집니다만 그 결론이 수준 높기 위해서는 사무처의 지원 능력이 좋아야 합니다. 지난 20년간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제가 보기엔 아직도 사무처의 전문성은 충분하지 못합니다. 더 전문적인 조사관이 있어야 하고, 더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정책전문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확보하기 위한 인사제도, 교육제도 등이 필요한데 현재 이런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인권위의 조사 부분은 조금 더 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현재 인권위가 담당하는 진정 사건은 주로 자유권 영역과 평등권 침해 분야인데, 그 내용도 협소하다. 자유권 영역의 전면적 확대와 사회권 영역의 진정이 가능하도록 인권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권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열정의 고언을 쏟아낸 박 교수에게 한 마지막 질문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지금 새롭게 구성될 22대 국회의원들에게 하고픈 당부의 말이었다.

"인권위가 우리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더 강화해야 하고,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인권위원을 임명할 수 있도록 입법부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인권 옹호는 사법적 기구만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법기구와 함께 인권위와 같은 비사법적 기구가 활성화될 때 인권 보장은 가능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점을 확고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②] "국가인권위 3년간 무슨 일이... 여기 다 있어요"https://omn.kr/26k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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