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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균형 외교 절실한 시기에 대통령이 제 한 몸 지키려 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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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1-1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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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결집용 여론전 펼치려
야당·중국 결탁 주장 ‘색깔론’
“중·북의 식민지로 만들려 해”
트럼프 시대 외교 전략 차질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극우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반중국 의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미·중 균형 외교에 공을 들이던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다. 외교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시기에 대통령이 개인 안위를 위해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 대통령은 야당과 중국의 정치적 결탁을 주장하며 색깔론 공세를 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개한 메시지에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면서 “부정선거 시스템은 이를 시도하고 추진하려는 정치 세력의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대상은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같은 날 체포되기 전 여당 의원들을 만나 2030세대의 탄핵 반대 집회 연설에 대해 “친중 세력에 대한 반감이 담겨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도 민주당이 “이 땅을 중국과 북한의 식민지로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행보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반중 여론을 조장해 이념 갈라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16일 “윤 대통령이 평소 사석에서도 거칠게 특정 국가를 비난하는 표현을 썼다”며 “아무래도 비상계엄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설명하면서 감정이 격해진 게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도 비상계엄 사태와 중국을 연결시키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김민전 의원은 지난 2일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소추에 찬성한다고 나선다”고 했고, 이상휘 의원은 지난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화통신 기자가 포함된 외신기자들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비밀 회동’이라고 주장한 것은 외신기자 간담회였다.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적대 정책에 지나치게 연루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다져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후 브라질 등 중남미 순방에서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있어 양국미·중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통화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교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한국 외교 전략의 큰 틀을 구상하고 섬세한 전략 구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를 모를 리 없는 대통령이 반중 발언을 하는 건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교적 결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국민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중국에 대한 반감을 악용해 지지 세력을 모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어 정치권이 신중해야 하는데 좀 우려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김대기 전 비서실장을 주중대사로 지명했으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모든 절차가 중단됐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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