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꽃다발, 돈 방석, 돈 케이크…포장해드리는 선물은 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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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4-04-27 03:08 조회 23 댓글 0본문
[아무튼, 주말]
궁극의 효도냐 물신 숭배냐 진화하는 현금 선물법 ![]() 어버이날 등 기념일 선물, 불멸의 선호도 1위는 현금이다. 이색 돈 선물 포장법만 시중에 수백가지 나와있다. 방석 위에 지폐를 깔아 돈방석에 앉아보시라는 유머를 선사하는 돈 방석 상품의 예. /온라인 커뮤니티 예쁜 돈 봉투는 명함도 못 내민다. 돈 총, 돈 케이크, 돈 꽃다발, 돈 피자, 돈 티슈, 돈 방석, 돈 부채, 돈 풍선…. ‘돈 선물 이벤트’ ‘현금 포장’이란 태그를 달고 온·오프라인 쇼핑몰, 꽃집과 떡집, 공방에서 수백 가지 이색 돈 포장용품이 쏟아진다. ![]() 카네이션 생화를 지폐로 한 송이씩 감싸 만든 어버이날용 돈 꽃다발. /페이스북 방석 위에 돈을 깔아 “돈 방석 앉으시라” 하고, 돈 부채 #xfffd;d 펼쳐 돈 바람을 일으킨다. 떡판이나 한우 세트에서 비닐 밀봉된 돈이 줄줄이 나오고, 지폐 수십 장을 돌돌 말아 3단 케이크를 쌓기도 한다. 우산을 펼치면 돈 비가 내리고, 천장에서 리본 달린 돈 벼락이 내리친다. ‘돈이 보약’ ‘금융치료’라 적힌 한약 파우치마다 지폐가 들어 있다. ![]() 보약 파우치에 약 대신 현금을 넣은 돈 보약. 전용 박스에 담아 선물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효도의 완성은 현금’ ‘꽃보다 돈’ ‘△△△ 여사님 이제 돈길만 걸으세요’ ‘아빠 하고 싶은 거 다 해’ 등 익살스러운 문구도 넣는다. 매개·지불 수단일 뿐인 화폐가 경탄과 감상의 대상이요, 궁극의 선물로 등극한 것ㅇ다. ![]() 지폐를 허공에 쏴주는 돈 총money gun. 이색 돈 포장으로선 클래식이 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이용했고, 부모들도 가장 많이 웃는다는 제품이다. 다이소에서도 판다. /온라인 몰 서울 노원구 주부 이진영씨도 “양가에 돈 총, 돈 방석 등 유행하는 건 다 해드렸다”며 “단점은 같은 이벤트를 또 써먹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가족끼리 기념일에 현금을 주고받는 건 1990년대 IMF 외환 위기 이후 본격화된 현상이다. 사회·경제적 욕망의 선택지와 취향이 복잡다단해지면서 그 선택의 자유를 상징하는 현금에 대한 선호가 강해졌다. 상대의 기호나 필요를 짐작해 특정한 물건을 선물한다는 건 주제넘는 일이 됐다. 지난해 LG CNS 설문에서 전국 50대 이상 부모들은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로 현금66%을 1위로 꼽았고, 상품권28%이 2위였다. 다른 조사에선 부모가 받기 싫어하는 선물 1위가 책, 2위는 케이크, 3위는 건강식품이었다. 어린이날 선물로도 완구나 책, 핸드폰을 제치고 현금성 선물이 1위로 올라섰다. 축의금과 부의금, 용돈 액수가 인간 관계를 규정하는 시대다. ![]() 고급 화과자 세트 박스에 돈을 접어넣은 돈 과자세트. /인스타그램 그러나 가족 간에 화폐를 선물하는 건 서구 자본주의 종주국에서도 볼 수 없는 문화다. 미국·영국에선 평생 간직할 뜻깊은 물건이나 취미 생활 용품, 함께 시간 보내기를 최고의 선물로 여긴다. 화려한 돈 포장은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일부에서만 나타난다. 2021년 퓨 리서치가 선진 17국 국민에게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물었다. 미·유럽·일본 등 14국이 ‘가족’을 1위로 꼽은 반면, 한국만 ‘물질적 안녕’을 1위로 꼽아 설왕설래를 낳았다. ![]() 지난 2021년 국내외에서 파장을 낳은 선진국 17개국 국민 인식 조사.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구 선진국 등은 대부분 가족을 꼽은 반면, 한국만 물질적 안녕을 1위로 꼽았다. /퓨 리서치 센터 에이, 우리도 돈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거 안다. 자식을 돈으로 평가하는 부모는 없다. ‘현금이 최고’란 건 바쁜데 선물 고르느라 애쓰지 말라고, 다 웃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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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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