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3월18일 밤 8시10분 전남 고흥의 한 유흥업소. 한 룸의 문을 걷어차며 들어온 만취 남성이 다짜고짜 여종업원에게 "나랑 잘해보자"며 욕설 섞인 폭언을 쏟아낸다.
다른 손님과 함께 있던 여종업원은 술에 취한 남성과 사연이 있는 듯 "차라리 죽여보라"며 소리쳤고, 그순간 남성이 여성을 향해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3년 전,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A씨66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했다. 일과가 끝나면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았고 가끔 유흥업소를 찾기도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종업원 B씨52를 알게 됐다. 나이는 한참 어렸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호응해주는 B씨에게 점차 호감이 생겼다.
A씨는 2~3년 전부터 B씨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 식사도 하고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으며 좋은 관계를 이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성적인 감정은 커져만 갔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더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B씨가 다른 남자와 교제하게 되면서 사실상 A씨는 마음을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가득찬 A씨는 B씨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
사건 발생 1주일 전, B씨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긴 A씨는 이때부터 협박과 스토킹, 심지어 살인예고까지 서슴지 않았다.
네 목숨 거두러 간다, 지금 죽이러 간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흉기를 들고 B씨의 주거지에 찾아가 수차례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A씨는 자택 인근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B씨를 발견하고 질투와 시기심에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술을 마신 A씨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B씨를 찾아갔고 "교제하는 남성과 헤어지고 나랑 잘해보자"라며 일방적인 만남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화가 난 A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B씨를 향해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허정훈는 8월17일 살인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이 이성적 호감을 가진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문자를 보내는 등 스토킹 행위를 이어가다 무참하게 살해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A씨는 사건 범행에 대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피해자가 죽여보라는 말을 하고 모욕적인 말을 했기 때문에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됐다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A씨는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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