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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월에 격리환자 숨진 해상병원…전 직원 "6월도 사망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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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4-10-18 06:05 조회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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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해상병원 격리실에서 침대 머리맡과 벽 사이에 하반신이 끼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피해자 박아무개58씨. 하반신이 끼이기 시작한 건 4월19일 새벽 2시12분이었는데, 5시37경 의료진이 처음으로 문을 열고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이때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다. 시시티브이 화면 갈무리




최근 정신병원에서 잇따라 드러난 환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한때 해당 병원에 몸담았던 내부자들의 이야기를 연속으로 싣는다. 이들은 정신병원 밖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문제의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한 일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병원의 관성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두 번째 회는 지난 4월 자해 시도를 하다 응급입원된 환자가 8시간 만에 사망한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이다. 병원 내부자들의 추가 제보를 기다린다. 편집자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 173 해상병원. 2011년 개원했으며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2016년 4월 20대 환자가 격리·강박 중 숨지고 올해 4월에도 50대 응급입원 환자가 8시간 만에 사망해 논란이 된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구 엔젤병원에서, 올해 6월에 또 석연치 않은 환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현병으로 가족의 의뢰로 보호입원된 이 환자는 일주일간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고 분당 심박수가 기준치 이상 올라 간호인력이 “외래진료를 보내야 한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숨졌는데, 심장마비에 의한 것처럼 처리됐다는 주장이다.



증언한 이는 해상병원에 근무해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ㄴ씨다. 그는 “4층 5병동에 입원한 46세 남성인 김아무개씨의 상태가 계속 안 좋아 간호조무사가 보고한 것으로 안다. 이분의 심박수가 147bpm성인 신박수 평균은 60~100bpm까지 올라가 간호진들이 위험하다는 보고를 했는데도 다른 조치 없이 약만 먹이고 주사만 놓았다. 결국 새벽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ㄴ씨는 은폐·축소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간호 책임자가 사고일지를 지우거나 차팅간호 기록을 못하게 했다. 환자 안녕에는 관심 없고 윗선 동태만 살핀다”고 비판했다.



ㄴ씨는 지난 4월19일 이 병원 격리실에서 하반신이 침대와 벽 사이에 끼인 채 4시간이나 방치됐다가 숨진 박 아무개58씨 사건에 대해서도 소상히 들려주었다. 자해 시도를 하다 응급입원된 박씨는 입원 8시간 만에 죽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은 ‘불명’이었다.



“당시 4층 5병동 격리실에 있던 박씨가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아래층까지 들렸음에도 1층 행정실 직원은 물론 아무도 현장에 가서 상황을 살펴보지 않았다”는 게 ㄴ씨의 말이다. 그는 “워낙 크게 소리가 나니까 다른 층에서 전화로 ‘환자 목소리 아니냐’고 물었는데도 4층 근무자가 ‘별거 아니다’라고 반응한 것으로 안다. 누군가 와서 보고만 갔어도 사망까지는 가지 않았을 텐데 허망하다”고 했다.



이 병원의 원래 이름은 엔젤병원이었다. 2016년 4월 발생한 격리·강박 사고가 에스비에스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등 언론에 보도되자 해상병원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여러 정신병원에서 근무해봤다는 ㄴ씨는 “저의 고발이 정신병원 환자 인권에 대해 최소한이라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ㄴ씨와의 인터뷰는 8일 오전 서울의 한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이후에도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5회 이상 이야기를 나눴다. 한겨레는 ㄴ씨의 증언이 사실인지를 묻기 위해 해상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아무개 이사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으나 응답하지 않았으며, 병원을 방문해 접견을 요청했지만 이 이사는 모두 거부했다. 이 이사는 앞서 지난 9월20일 한겨레와 한 통화 당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더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2016년 7월23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아무도 모른다-정신병원의 비밀’ 편. 해상병원당시 엔젤병원 격리실에 사지가 강박된 27살 남성의 모습이다. 이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 에스비에스 화면 갈무리


병원 쪽은 사실 확인을 거부했지만, 한겨레는 ㄴ씨의 증언이 병원에서 오래 근무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9월 초 해상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며 한겨레와 접촉한 20대 ㅇ씨의 제보와 일치한 대목도 많았기 때문이다. 아래는 ㄴ씨와의 일문일답.





올해 6월에 또 발생했다는 사망사고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3개월여간 입원했다가 사망한 것으로 기억한다. 조현병이 있는 46살 남성이었고, 성은 김씨였다. 부모에 의해 보호입원됐는데 처음부터 인지능력이 별로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졌다는 점이다. 마지막엔 식은땀을 흘리며 코를 심하게 골고, 분당 심박 수가 147bpm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안다. 심장병 징후가 있어 외래를 보내야 한다고 보고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정신과 약물만 계속 먹였다. 약을 많이 쓰면 간이 제 역할을 못 하는데, 약을 또 늘린 거다. 결국 환자가 계속 비몽사몽 하면서 다른 환자 침상에 가서 물건을 만지는 등의 행동을 하니까 아예 잠을 재우기 위해 이른바 ‘코끼리 주사’로 불리는 할로페리돌과 아티반 주사를 놓기도 했다. 사망 당일엔 환자 상태가 너무 안 좋아 간호 담당자가 차마 그 주사를 못 놓았다고 한다. 그 환자분은 새벽 2시께 숨을 거뒀다. 정확한 날짜는 특정을 못 하겠다. 4월에 난 사건 두 달 뒤 같다. 아마 6월경일 것이다.“





― 유족의 항의는 없었나?



“유족이 연로한 부모다. 항의를 제대로 하기 힘들었을 거다. 당연히 부검도 안 한 것으로 안다. 담당 간호사가 작성했던 차팅 기록은 간호 책임자가 축소하거나 삭제한 것으로 안다. 사고 축소·은폐가 가장 나쁘다.”



― 올해 4월에 벌어진 사망사건 상황도 알고 있나.



“4월18일 저녁에 입원한 환자였다. 4층 격리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니까 고래고래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벽과 침대 사이에 허벅지가 끼인 뒤 더 크게 질렀는지는 확인이 안 됐는데, 아무튼 또 ‘지X하나 보다’ 하고 만 거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몇몇 환자들이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3층까지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렇게 비명이 나오는데도 당일 근무하던 보호사는 나오지 않았다. 보호사가 있던 방은 사망환자가 있던 격리실 반대편 끝이었다. 그 정도면 아래층은 물론 1층에 있는 행정실 직원도 상황을 알았을 거다. 행정실 직원이 이 환자 입원시키고 바로 잤을 수 있다. 의사도 없었다.”



― 왜 아무도 가서 상태를 안 살폈을까.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각 병동 간호인력이 1명만 근무한다. 3개 병동이 있는데 총 3명이 일하는 것이다. 1층 당직 의사는 이름만 올리고 입원하는 환자가 없으면 밤 9시에 퇴근한다. 1층 원무과 당직 직원이 있지만, 자정 무렵이면 잠을 잔다. 보호사도 각 병동에 1명씩 있지만 24시간 교대 근무라 이 시간에는 잔다. 결국 간호인력만 눈을 뜨고 있었던 거다. 이 병원이 180병상인데, 여자 3명이 밤새 180명 환자를 지키는 셈이다. 그런데 그날 간호실에 있던 1명이 초보였다. 소리를 지르니까 겁을 낸 거다. 게다가 다른 환자한테 린치공격를 당한 경험도 있어 더욱 그랬다고 한다. 당시 간호사실에서 시시티브이를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지만, 봤다면 어떻게든 조치를 취했어야 할 일인데 이해가 안 간다. 간호사실에 한 명이 더 있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4월19일 새벽 1시54분,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 격리실에서 박 아무개씨가 문을 두드리며 내보내 달라고 하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 당직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방금 말했듯, 당직의는 당직으로 이름만 올려놓지 밤 9시면 퇴근한다. 밤에 응급 상황이 있어도 전화를 받지 않고, 메시지를 남겨도 오전 7시가 넘어야 답장이 온다. 이 병원의 실질적 주인인 이아무개 이사는 의사가 아니다. 병원장을 포함한 의사들은 ‘페이닥터’월급 받는 의사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의 이동도 잦다.”



― 올해 4월 사망사건 뒤에 병원의 변화는 없었나.



“사건 난 뒤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9월부터 한겨레 등 언론에 보도된 뒤 달라졌다. 큰 게 아니다. 이아무개 이사가 직원들에게 격리실에서 죽은 박아무개씨의 시시티브이 영상을 보여주었다. ‘자지 말고 시시티브이 지켜보라’는 거였다. 인권교육 차원이 아니었다. 밤 11시부터 아침 5시까지 일하는 간호사실의 나이트 근무자야간 근무자들은 의무적으로 2시간 쉬는 게 계약서에도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 근데 4월 사망사고 이후부터 이아무개 이사가 간호사실 시시티브이를 돌려보고 밤에 쉬는 근무자들에게 시말서를 받는다. 무조건 수면 금지다. 잠을 못 자게 하려면 한 명을 더 붙여줘야 한다. 이걸 견디지 못한 직원들이 퇴사하기도 했다.”



― 해상병원은 어떤 병원인가.



“한강이 가깝다 보니 응급입원이 많다. 한강 자살시도 환자들은 거의 이 병원으로 온다고 봐도 된다. 외래건 폐쇄병동이건 늘 가득찬다. 여러 정신병원에서 일을 했지만 이곳이 최악이었다. 다른 병원에서는 ‘가급적 약 덜 주고 묶지 말라’고 하는 의사들도 있었지만, 여기선 그런 거 못 봤다.



의식주도 형편없다. 한 끼 식사의 비용이 1000원을 조금 넘기는 걸로 안다. 빵값도 안 된다. 내가 한 번 먹은 뒤 다시는 안 먹었다. 약을 많이 쓰다 보니 환자들 면역력이 약한데, 반찬이 정말 부실해 영양실조 걸릴 판이라 김치라도 많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원 식당은 지하 1층인데, 의사와 직원들의 식사 질은 환자들과 다르다. 환자 의복은 한 병동에 60명인데 하루에 다섯 벌씩만 새로 준다. 그것조차 안 줄 때도 있었다. 침상은 사이드 레일이 온전한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다 고장 나 있다. 사이드 레일이 고장 나면 낙상사고가 나기 쉽다. 이런 위험 때문에 사이드 레일 자리에 간호 담당자들이 사물함을 대신 놓기도 한다. 4월 숨진 환자의 병원 격리실 사진을 보면 사정이 짐작될 것이다.



또 의사들은 환자 상태가 안 좋으면 ‘약 하나 더 늘리라’고 하고 ‘환자가 좀 이상하다’고 보고하면 ‘주사 놓으라’고만 한다. 이러다 보면 환자에게 먹이는 약이 한주먹이 되고 주사만 놓게 된다. 종일 약에 취한 환자가 몇 명 있다. 의사가 회진도 돌고 면담도 해야 하는데 내가 근무하는 동안 몇 번 못 봤다.”



9월 초 해상병원 입원 경험이 있다며 한겨레에 연락한 ㅇ씨도 ㄴ씨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식사 때마다 배식을 받아 휴게실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바닥에서 밥을 먹었다. 청소·배식·짬잔반 처리 등의 노동도 환자들이 반강제로 했다”는 그는 의복과 관련해서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갈아줘 이해할 수 없었다. 대소변이 묻은 옷을 입고 있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ㅇ씨는 한마디로 “강제수용소였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4월18일 밤 9시52분,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 격리실에서 박아무개씨가 간호진이 준 약을 삼키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 격리·강박은 어떤가.



“낮에는 의사의 오더지시를 받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이트 근무’ 때는 당직의가 없으니까 근무자 재량에 맡겨둔다. 나도 많이 묶어봤다. 환자 위에 올라타서 제압하고 천으로 팔을 먼저 묶는다. 강박 2시간마다 풀어줘야 하는데 그런 거 잘 지켜지지 않는다. 정신병원에서 왜 환자를 묶는다고 생각하나. 환자의 자·타해 위험 때문에 불가피하다면서, 강박이 고난도 치료기술이라고 말하는 의사들도 있다. 사실은 근무하는 사람 편하자고 묶는 것이다. 근무하는 사람은 한정돼 있고, 다른 환자도 돌봐야 하니까. ‘불가피하다, 어쩔 수 없다’는 그 말이 정말 싫다. 어쩔 수 없어 격리하고, 어쩔 수 없어 강박하고, 어쩔 수 없어 폭행하고…. 그 사람 인생이 달려 있다는 생각은 왜 안 하나.”



―제보하게 된 계기는.



“병원 내에는 환자들 불편사항을 적어내는 보고함이 설치돼 있는데 간호 책임자가 다 폐기 처리한다. 환자분들이 너무 어이없게 돌아가시는 걸 보면서 누군가는 이야기해야겠다 싶었다. 환자가 사망하면 병원에선 그분에게 있던 지병 핑계를 댄다. 대부분 환자가 고혈압이든 당뇨든 전립선이든 뭐든 있기 마련이다. 병원 쪽 관리소홀로 죽었는데, 다 개인 지병 때문인 것처럼 모는 거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 있다. 제보하기까지 정말 고민 많이 했다.”



올해 4월 해상병원에서 사망한 박아무개씨 유족들은 지난 9월3일 영등포경찰서에 해상병원을 운영하는 재단법인 한국산업환경보건연구소 최아무개 대표와 사망 당일 근무했던 간호조무사, 담당 보호사, 당직 의료인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최 대표가 누구인지, 이 병원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실질적 오너로 알고 있는 이 이사와 최 대표가 어떤 관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등포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이고 대한의사협회, 의료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자문을 받아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상병원은 오는 21일 의료기관 평가인증원의 정신의료기관 평가와 인증을 앞두고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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