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국면에 돌출된 반중 정서…낙인 찍기로 세력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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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5-03-14 06:24 조회 5 댓글 0본문

2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펫말을 들고 있다. 2025.2.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서 반중反中이 탄핵을 반대하는 우파 진영의 핵심 모토로 쓰이고 있다. 약 10년간 한국 사회 저변에 내재돼 있던 반중 또는 혐중 정서가 정치적 수사로 이용되면서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을 둘러싸고 찬반 양 진영의 여론전이 점차 뜨거워지는 가운데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중국 공산당CCP과 간첩을 언급하는 플래카드와 구호가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진보 성향 언론사가 친중 성향이라거나, 앵커가 중국인이라는 설까지 퍼지면서 언론 불신까지 조장하고 있다.
종북에서 반중으로 기조 변화…황교안·김용현 등 기존 정치권도 합세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12·3 비상계엄 사태 초반에만 해도 중국보다는 종북세력 척결을 기조로 한 구호가 더 컸다. 이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및 계엄 해제 담화문에서 종북 반국가세력을 언급하면서 계엄을 정당화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작년 12월 12일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그 배후로 지목된 북한의 해킹이 어느 순간 중국 간첩으로 뒤바뀌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작년 12월 26일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인 해커 부대 90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뒤부터다.
이후 지난 1월 16일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이 체포돼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이송됐다는 스카이데일리 보도로 중국 선거 개입 논란이 확산됐다. 국방부와 주한미군, 선관위 모두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지만 이는 탄핵 반대 진영이 반중 정서에 올라타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이 섞여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중국 것이라는 등 주장이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졌다.
비상계엄을 주도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힘을 보탰다. 김 전 장관은 변호인단을 통해 지난달 2일 공개한 옥중 편지에서 "악의 무리들은 오직 권력욕에 매몰돼 중국·북한과 결탁해 여론조작과 부정선거로 국회를 장악하고, 의회 독재를 이용해 사법·행정을 마비시킴으로써 무정부 상태를 만들어 나라를 통째로 북한·중국에 갖다 바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반대 진영은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도 모여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중국대사관에 난입을 시도하다 현행범 체포됐던 일명 캡틴 아메리카 복장의 안 모 씨42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고 욕을 해보라면서 사상 검증을 하려는 사람들도 나왔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카이스트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5.3.1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10년간 한중·미중 갈등 심화로 반중 정서 고착…정치적 수사로 증폭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반중 정서는 이미 수년간 지속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동북공정과 한한령, 사드THAAD 배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약 10년간 쌓여온 중국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이 이번 탄핵 국면에서 이념적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소득이나 직업, 연령이라기보다 반중 또는 혐중 정서가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낙인찍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주의나 반공주의 등 기존의 고착화된 사회 균열 구조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나의 불행이 누구 때문에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식의 표현이 자기 진영을 동원하는 데 제일 적격"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 심화 등 국제 정세가 국내 정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에 대한 태도 차이가 보수와 진보 간 쟁점으로 자리 잡았고, 친미 성향이 강한 우파 진영에서 중국 배척이 곧 한미 동맹을 위한 것이라고 선전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통적으로 한국의 보수층은 친미 반북反北 성향이 있었는데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친미 반중까지 확대된 것"이라며 "2016년 탄핵 이후 2024년 탄핵 국면에서 보이는 새로운 변화 양상 중 하나"라고 짚었다.
국내 반중 정서가 격화된 나머지 폭력적인 양상으로도 나타날 경우 심각한 외교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하면서 대사관에 대한 폭력까지 나오는 것은 나중에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며 "정치권에서 이성을 찾고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분해 외교적 해결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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