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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난 소매치기 모임 회장"…노인만 노린 노인들, 딱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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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44회 작성일 23-09-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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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남 함양 산삼축제 행사장에서 배회하는 소매치기 일당. 이들은 지난 8월12일 대전0시축제와 지난 9일 오산시민의날 행사장에서 각각 20돈짜리 금목걸이를 니퍼로 끊어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도 모자를 눌러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경찰 추적을 피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지난 10일 경남 함양 산삼축제 행사장에서 배회하는 소매치기 일당. 이들은 지난 8월12일 대전0시축제와 지난 9일 오산시민의날 행사장에서 각각 20돈짜리 금목걸이를 니퍼로 끊어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도 모자를 눌러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경찰 추적을 피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노년에 접어든 소매치기 전과자들이 역할을 분담해 동년배 남성들의 금목걸이를 노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노인 소매치기단에서 장물아비를 맡은 최연장자는 올해 여든 한 살이다.

경기 오산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65씨 등 60~70대 남성 6명을 구속하고, B81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지역 축제를 찾은 또래들의 금목걸이만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이들 경찰에서 그 이유를 “노인들은 감각이 둔해서 목걸이를 끊어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들은 지난달 12일 대전 중앙로 일대에서 열린 ‘2023 대전0시축제’ 현장에서 71세 남성의 금목걸이를, 지난 9일엔 경기도 오산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산시민의날 행사에서 75세 남성의 금목걸이를 끊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에 자신을 “소매치기 전과자 모임의 회장”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절도 전력자들 끼리 경조사를 챙기는 상조회 성격의 모임이 있다는 게 경찰이 전한 A씨의 설명이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최근까지 변변한 직업 없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소매치기 범행으로만 10여 건의 전과 기록을 쌓아온 A씨는 이번에도 함께 수감 생활을 하며 친분을 쌓은 회원들을 조직했다. 작전을 짜는 것도 A씨의 몫이었다.
노인 소매치기 절도단을 검거한 오산경찰서 강력2팀 소속 윤태희왼쪽 경장과 김현유 경장이다. 윤 경장은 경남 함양 산삼축제 행사장 인근 주택가에 세워진 소매치기 피의자 일당의 차량 안에서 범행 도구인 니퍼를 발견했고, 김 경장은 이들의 동선을 그려 지역 축제 행사장을 노리고 있다는 예측을 내놔 검거를 앞당겼다고 한다. 윤 경장은

노인 소매치기 절도단을 검거한 오산경찰서 강력2팀 소속 윤태희왼쪽 경장과 김현유 경장이다. 윤 경장은 경남 함양 산삼축제 행사장 인근 주택가에 세워진 소매치기 피의자 일당의 차량 안에서 범행 도구인 니퍼를 발견했고, 김 경장은 이들의 동선을 그려 지역 축제 행사장을 노리고 있다는 예측을 내놔 검거를 앞당겼다고 한다. 윤 경장은 "소매치기 검거는 2016년에 경찰 생활을 시작한 뒤 듣기도 처음, 잡기도 처음"이라고 했다. 손성배 기자

체감온도가 31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도 A씨 일당은 긴소매 옷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행사장 주변을 배회하며 ‘먹잇감’을 물색했다. A씨가 들고 있던 선글라스를 바닥에 떨구는 게 소매치기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피해자가 허리를 굽혀 A씨의 선글라스를 주워주려는 사이 공범이 니퍼로 금목걸이를 끊어낸 뒤 긴 소매 옷으로 휘감아 숨겨 달아나는 식이었다. 여든이 넘은 B씨는 건강 악화로 현장에선 은퇴했지만 훔친 물건을 처분해주는 역할을 맡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오산에서 금목걸이를 빼앗긴 피해자는 수상함을 느낀 50대 여성이 다가가 “혹시 잃어버리신 물건 없냐”고 물은 뒤에야 20돈짜리 금목걸이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이미 A씨 일당은 사라진 뒤였다. 이들이 이동에 활용한 차량 2대는 자동차등록 번호판 확인 결과 각각 도난 차량과 대포 차량이었다. 그러나 오산서 강력2팀팀장 유병률 경감은 목격자 진술과 CCTV 분석을 토대로 이들이 경남으로 향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훈희 오산서 형사과장은 “이들이 주로 지역축제를 범행 현장으로 삼았다는 점도 추적의 실마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오산서는 강력2팀을 포함한 12명의 검거팀을 경남으로 파견했다. 이들이 덜미를 잡힌 곳은 오산경찰서에서 250㎞ 이상 떨어진 경남 함양의 산삼축제 현장상림공원이었다. 오산을 떠난 이들은 10일 경남 거제 둔덕포도축제를 거쳐 산삼축제 현장으로 이동해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검거팀의 시야에 포착됐다. 결국 일당 7명이 현장에서 전원 체포됐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현장에 나간 전부가 붙잡힌 건 소매치기 인생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원지법 차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A씨 등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후 수사 과정에서 A씨가 금목걸이를 손에 쥔 채 대포차량에 타는 CCTV 장면을 확보하고, 함양 산삼축제 행사장 인근 주택가에서 찾아낸 도난차량에서 범행 도구인 니퍼를 발견해 A씨 일당을 추궁한 끝에 “범행을 모두 인정한다”는 자백을 받았다. 경찰은 오는 19일 길씨 일당을 수원지검에 송치할 예정이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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