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수가 와서…" 대치동 학원에 月 수백만원 쓰는 이유 [대치동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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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과 한경닷컴은 매주 월요일 대치동 교육현실의 일단을 들여다보는 대치동 이야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내신, 실기, 수능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어요. 말 그대로 육각형 인재를 뽑는 곳이 미대거든요." 대치동에 일반계열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체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더 좁은 문을 열기 위해 더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미대를 준비하는 A양의 하루는 미술과 공부라는 짐을 양손 가득 들고 뛰는 마라톤 같다. 그의 하루는 학교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화·목은 미술학원에 가고, 월·수·금은 단과 수업을 듣는다. 학원 수업은 6시에 시작되는데, 학교에서 대치동까지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간식을 먹는다. A양의 어머니는 간식과 도시락을 싸서 매일 오후 학교 앞에서 A양을 태운다. 학원을 마치고는 집으로 온다. 시험 기간에는 독서실에 가기도 하지만 그것도 집 가까운 곳으로 잡는다. 이동하는 시간을 아껴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집에 와서는 인터넷 강의를 듣고, 단과 수업을 복습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한다. A양은 거실에 독서실 책상을 두고 공부한다. 공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초등학교때부터 이어진 방식이다. A양이 공부하는 동안 A양의 부모님 역시 TV를 보거나 편히 쉬지 못하는 셈이다. 주변 친구 중에는 “방문을 아예 떼어내 공부하는 모습을 부모님이 수시로 확인하는 집도 있다”고 했다. 주말에도 대치동으로 간다. 수능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A양은 국어, 영어, 사회탐구 수업을 듣는다. 한 과목당 수업 시간은 평균 3시간~3시간 반 정도. 아침 9시에 들어간 학원에서 나올 때는 이미 캄캄한 밤이다. 방학에도 쉴 수 없다. 오히려 사교육을 제일 많이 받는 때다. 미술학원들은 방학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7일 수업을 한다.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온종일 그림을 그리는 강행군이다.
모든 과목을 완벽하게
예체능 계열 학생들은 공부를 덜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뽑는 학생 수 자체가 적은데다 대치동 학생들이 선호하는 서울대, 이대 미대 등은 수능 성적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실기와 함께 공부도 놓을 수 없다.
미대 준비생들은 국어, 영어, 탐구 점수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이들은 수학 대신 영어를 공부한다. 영어학원과 국어학원에 다니며 내신과 수능을 모두 준비한다. 시대인재 등 유명 학원을 고집하진 않는다. 오히려 내신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작지만 강한’ 학원들을 더 선호한다. 국어는 I 학원, 영어는 C 학원 이런 식이다. 수능, 내신, 실기를 모두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학생보다 시간이 더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과외를 받기도 한다. 강사마다 과외 가격이 다른데, 인기 많은 강사가 소수정예반을 내면 강의료가 더 비싸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소위 돼지엄마로 불리는 학부모와의 인맥이다. 대치동에서 미대를 준비한 B양은 수능 두 달 전부터 국어와 영어 과외를 받았다. 원래 신림동에 있는 선생님 집으로 가야 하지만 시간을 아끼기 위해 대치동으로 출장 과외를 부탁했다. 과목당 주 1회 1시간 반 수업에 100만원씩을 냈다. B양은 "신림동으로 가면 80만원인데, 집으로 부르다 보니 더 비싸졌다"며 "수능 직전에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대형강의를 들을 여력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예고 출신과 경쟁 위해 대치동에 더 의존
당연히 미대 준비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기다. 실기 준비를 위해 미술 학원을 절대 빼먹을 수 없다. 대치동에서 유명한 미술 학원은 G 학원, R 학원, C 학원 등이 있다. 이들이 유명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서울대, 이대 등 주요 대학 합격자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 대학 교수진을 초청해서 그림을 평가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C군은 "학부모들은 현직 교수가 직접 온다고 하는 학원을 훨씬 더 선호한다"며 "실제로 대학입시에서 그림의 점수를 매기는 것은 교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망하는 학교에 따라 선호하는 학원은 다르다. 서울대와 이대는 소묘를 보고, 한양대는 기초디자인을 보는 데 실기 종류에 따라 유명한 학원이 달라진다. 학원들은 서울대반, 이대·고대 집중반, 성균관대 집중반, 한양대·경희대·중대·단대 집중반, 건대·숙대 집중반 등 학교마다 반을 운영하기 때문에 한 학생이 여러 수업을 듣기도 한다. 미대 입시 역시 시험이다. 자기 고집대로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수능이 문제풀이 연습이 필요하듯, 미대 입시 역시 문제풀이 훈련이 필수다. 특히 입시기간에는 대학별로 나왔던 문제, 혹은 비슷한 주제들을 정해서 하루에 한 작품씩 그림을 그린다. 평가는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해당 대학의 교수가 와서 직접 하기도 하고 미술학원 원장이 하기도 한다.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그림은 정답이 된다. 학생들은 1등급 그림을 찍어서 자기가 그린 그림과 비교한다. 내 그림에서 잘못됐다고 지적된 부분도 사진을 찍어둔다. 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만큼 오답 노트를 만드는 셈이다. 이런 문제풀이를 제일 잘해주는 곳이 바로 대치동이다. 특히 예술고등학교 출신이 아닌 학생들은 대치동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다. 상위권 미대로 갈수록 예술중학교 때 예고를 준비하며 그림을 그려온 학생들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일반고 출신 한 학생은 "상위권 대학의 예고생 합격률이 너무 높다 보니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서는 학원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능, 내신, 실기를 모두 챙기다 보니 학원비도 만만치 않다. A양의 경우 기본적으로 한 달에 400만원 가까운 돈을 학원비로 썼다. 평일 국어, 영어 단과 학원비만 각각 50만~60만원이 들었다. 주말 단과 3과목 비용은 합쳐서 150만원. 미술학원은 100만원 정도였다. 여기에 스터디카페, 독서실, 교재비, 인터넷 강의 수강료 등도 추가됐다. 미대 준비 방학 특강은 2달 남짓한 기간에 600만원 이상의 강습료를 요구했다. 유명한 강사일수록 강습료는 더 비쌌다. A양은 "이곳을 다니지 않으면 합격할 수 없다는 생각 뿐이었다. 학원비는 신경 쓸 이유와 여력이 없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금액을 학원비로 지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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