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디서 반말" 지적했다 초등생 칼에…무섭게 느는 촉법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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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 사는 오모42씨는 지난 6월 1일 오후 3시쯤 신림역 근처의 한 아파트를 지나다 초등학생 A군11과 경비원 유모74씨의 다툼을 목격했다. 유씨가 A군과 그의 친구들에게 “차량이 다니는 아파트 입구 대신 다른 곳에서 놀라”고 조언하자 A군은 유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오씨는 A군 등에게 “어디서 어른에게 반말을 하느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A군은 오씨를 향해 “당신이 뭔데 시비냐”며 “칼에 찔리고 싶냐”고 받아쳤다. A군은 가방에서 검은 천에 싸인 흉기를 꺼내 오씨의 배를 찔렀다. 다행히 오씨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사건을 목격한 인근 주민은 관악경찰서에 이를 신고했다. 오씨는 피해자였지만, 동시에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A군의 친구가 오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맞신고를 넣었기 때문이다. A군은 또 아동을 학대했다며 유씨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관악서는 아파트 주변 CCTV를 확보해 추가 조사에 나섰고 오씨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이어 A군을 특수상해죄로 서울가정법원에 소년범으로 송치했다. A군은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촉법소년 범죄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검찰에 넘겨진 촉법소년은 6만5987명이다. 이들 중에는 방화 263명, 강도 54명, 살인 11명 등 강력범죄자도 포함돼 있다. 촉법소년은 2019년 8615명에서 지난해 1만9654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촉법소년은 현행 소년법상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주로 받는다. 미약한 처벌 탓에 재범률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소년범의 재범률은 12%로 성인5%의 배가 넘는다.
이런 이유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행 소년법에 근거한 소년의 처벌 기준 연령은 2007년 12월 개정된 뒤 17년째 그대로다. 소년범죄 처벌 강화와 관련한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만 10건 넘게 발의됐다.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2~13세로 낮추는 내용의 해당 법안들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촉법소년 기준 변경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초 보고서에서 “13세 소년이 형사책임 능력을 갖췄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기준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다만 현실에 맞춰 촉법소년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만 14세 미만이라는 촉법소년 기준은 1953년 만들어졌는데, 70년 전 14세와 지금의 14세는 범죄 지능이 다르다”며 “사실상 형사처벌이 불가한 현행 소년법은 아이들을 만성적 범죄자의 길로 나갈 수 있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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