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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원·100만원·200만원…담배, 돈으로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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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1-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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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기업부터 지자체까지
금연 응원하는 포상금
“최고의 복지는 현찰 아니겠습니까.”

스무 살 때부터 매일 반 갑 이상 담배를 태웠던 김병규34씨가 단칼에 담배를 끊은 결정적 계기는 돈이었다. 그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의 금연 포상금. 1월 도전자를 모집해 6월까지 금연에 성공하면 100만원을 일시 지급한다. 지난해에는 ‘오징어게임’처럼 참가자 1명당 50만원씩 상금을 적립해 최후의 승자가 이를 가져가는 서바이벌 형식도 도입했다. 매달 소변 검사를 진행해 체내 니코틴을 체크하는데, 포상금을 받은 이후에도 3개월 유지 기간이 적용된다. 적발 시 상금 환수. 김씨는 “혼자 하면 외로운 싸움인데 포상이 걸려 있으니 의욕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 노원구 금연클리닉에 방문한 금연 도전자의 머리카락을 직원이 가위로 몇 가닥 자르고 있다. 니코틴 모발 검사로 3년간 금연 성공이 입증되면 포상금 총 60만원이 지급된다.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4일 서울 노원구 금연클리닉에 방문한 금연 도전자의 머리카락을 직원이 가위로 몇 가닥 자르고 있다. 니코틴 모발 검사로 3년간 금연 성공이 입증되면 포상금 총 60만원이 지급된다.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건강 친화 기업’으로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반도체 장비 부품 기업 엘케이엔지니어링은 금연에 성공한 직원들에게 200만원을 쏜다. 하루 일과 중 가장 오래 머무는 곳, 담배도 거기서 가장 많이 피울 것이기에. 더 절박해지려면 참가자도 돈을 걸어야 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성우하이텍의 경우, 금연 도전자가 급여에서 매달 10만원씩 공제해총 50만원 금연 기금을 조성한 후, 성공하면 100만원을 축하금으로 받고, 실패하면 50만원을 기부하기로 서약했다. 지난해에는 50명 중 44명이 성공했다고 한다.


백해무익한 담배, 새해 초마다 다짐하는 금연. 그러나 며칠 안 돼 흐지부지되고 마는 작심삼일의 대명사. 갈수록 금연 의지는 낮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3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성인 흡연자 중 “향후 1개월 내에 금연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1%에 그쳤다. 2007년 연례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 수치. 2020년18.9%, 2021년15.8%, 2022년14.2%에 이어 4년 연속 하락세다. 한 30대 흡연자는 “주변에도 전자담배로 갈아탄 경우가 많은데 ‘연초보다는 덜 해롭다니까 굳이 안 끊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연 의지를 드러내는 담배 파괴 장면. /조선일보 DB

금연 의지를 드러내는 담배 파괴 장면. /조선일보 DB

혼자서는 끊기 힘든 담배, 그러나 돈이 개입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13일 의학 논문 데이터베이스 코크란 라이브러리에 공개된 보고서 ‘금연을 위한 인센티브’에 따르면 “금전적 보상을 받은 100명 중 10명이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한 반면 대조군은 100명 중 7명이었다”고 한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 등 연구진이 전 세계 여덟 나라에서 2만19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금연 프로그램 48건을 분석한 내용이다. “보상은 사람들이 최소 6개월간 금연하는 데 도움을 주고 효과는 보상 이후에도 계속돼 장기적 이점이 있다.” 인센티브를 위해 발휘했던 인내가 지속적인 습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14일 서울 노원구보건소에 주민 엄동식53씨가 들어섰다. ‘금연 성공 지원금’ 도전자였다. 자리에 앉자 보건소 관계자가 엄씨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가위로 잘랐다. 국립암센터 흡연지표검사실에 보내 니코틴 검사를 진행한다. 깨끗하면 포상금이 지급된다. 1년 성공 시 10만원, 2년 성공 시 20만원, 3년 성공 시 30만원, 총 60만원. 2014년부터 지자체 최초로 금연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노원구 관계자는 “재원은 금연 구역 과태료로 마련한다”며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문의가 많다”고 했다. 누적 포상금 1억2800만원. 3년 금연을 달성한 엄씨는 “누군가 내 금연을 돕고 있다는 사실이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며 “포상금 60만원은 헬스장 등록비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담배의 주적은 담뱃값. 10년째 동결 중인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담뱃값이 일괄 2000원 올랐던 2015년 흡연자의 금연 계획 수치25.5%가 가장 높았음을 감안하면, 돈이 다른 의미에서도 금연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담뱃값 인상 소식이 2014년과 2015년 금연 결심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시간이 지나며 효과를 다해가고 있다”며 “담뱃값이 매우 중요한 금연 정책이자 가격 인상이 필요한 때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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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 기자 ti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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