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 아내, 사장 가스라이팅에 새벽 2시까지 일…현대판 노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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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경리로 일하는 아내가 회사 대표에게 가스라이팅 당해 아침부터 새벽까지 주유소, 편의점 일까지 하고 있어 걱정된다는 남편의 사연이 전해졌다.
12일 JTBC 사건반장은 자영업을 하는 40대 남성 A 씨의 제보를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그는 최근 장사가 잘 안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정이 어려워지자 전업주부였던 아내는 15년 만에 맞벌이를 하겠다며 한 회사에 경리로 취직했다고.
그런데 아내의 원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어느 날부터인가 야근이 잦아졌다. A 씨가 아내에게 수상함을 느끼던 중 어느 날 하루는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는데, 여행길에 오르기 10분 전 아내 회사의 사장으로부터 갑자기 출근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A 씨가 말렸지만 아내는 "안 가면 잘릴지도 모른다"며 기어코 여행을 포기하고 출근했는데, 그날 밤 아내는 밤늦게 술에 취한 채로 집에 들어왔다. A 씨가 "어디서 술 마시고 온 거냐"고 묻자, 아내는 "대표가 고생했다면서 밥을 사줬는데 이 술만 마시면 보내주겠다고 여러 번 권유해서 어쩔 수 없이 마셨다"고 답했다.
A 씨는 달라진 아내가 이해되지 않아 허락을 맡고 아내의 휴대전화를 살펴봤는데, 아내보다 여섯 살 많은 회사 대표는 매일 "잘 들어갔냐" "OO아내 씨 덕에 회사가 잘 돌아간다" 등의 사적인 문자를 보내왔다. 다만 아내는 이에 답장을 잘 하지 않고 "네" "아니요" 정도의 답만 했다.
불안했던 A 씨는 이후 아내에게 "같이 밥 먹자"며 회사에 찾아갔는데, 아내는 또 야근한다고 답했다. A 씨가 씁쓸해하면서 돌아가려던 차에 그는 어디론가 급하게 뛰어가는 아내를 발견했다.
A 씨는 혹시 아내의 외도 현장을 잡게 되는 건 아닌지 긴장하며 아내를 따라갔는데, 아내는 뜬금없이 어느 고깃집에 들어가 갑자기 앞치마를 두르고 서빙을 하기 시작했다. 2시간 정도 일을 한 아내는 다시 옷을 갈아입고 주유소로 향했다. 또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아내는 주유를 하다가 마지막으로는 편의점에 가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A 씨가 아내에게 어찌 된 일이냐 묻자 아내는 그제야 사실을 다 털어놨다. 아내는 "경리로 취업한 게 맞지만 회사 대표가 지시하면 다른 사업장에 가서 계속 일을 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경리 일을 제외하고 하루에 아르바이트만 4건을 더했는데, 기가 찬 건 아내가 받는 월급이었다. 아내는 아침부터 새벽까지 일하면서 한 달에 고작 3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었다.
A 씨는 "부당하다, 갑질이다"라고 아내에게 말했지만, 아내는 "사장님이 시키니까 하는 거고 이게 사회생활이다.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해서 잘리면 어떡하냐"며 이렇게라도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내가 일을 더 할 테니 제발 그만두라"고 사정했지만 아내는 "나중에 우리 아들 유학이라도 보내려면 돈 벌어야 한다"며 거절했다. 또 "대표도 다른 직원도 내가 일을 너무 잘한다고 칭찬 일색이다. 내가 없으면 사장님 사업이 망할 수도 있다"며 이상한 책임감까지 보였다.
급기야 아들마저 엄마의 달라진 모습에 "제발 일을 그만두면 안 되냐"고 울면서 매달렸지만 소용없었다. 아내는 아들의 눈물에 경리 일만 하고 나머지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말뿐이었다. 아내는 또 주유소에서 일하다가 들켰고, A 씨가 화내자 "내가 안 힘들다는데 왜 당신이 그만두라고 강요하냐"며 "제발 나 좀 일하게 해달라"고 오히려 부탁까지 했다.
A 씨는 "아내가 정말 심각하게 가스라이팅 당해 충격받았다"며 "아침 9시에 출근해 새벽 2시까지 일하는 현대판 노비가 됐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라도 홀린 것 같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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