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올해 운 트여, 놓치면 안돼"…노상원, 김용현에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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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계엄 논의 때 김용현에 조언
경찰 조사서 역술 관련 진술
경찰 조사서 역술 관련 진술
노상원의 안산 신당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신당神堂. 현관문에 붉은색 ‘만卍’자가 붙어 있다. 집 앞 탁자에는 북어가 잔뜩 쌓여 있다. /연합뉴스
당초 김 전 장관은 “미국 대선 등 굵직한 현안이 많다”며 올해 비상계엄 선포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민간 역술가’ 노씨가 ‘윤 대통령의 운’을 이유로 지난 3일을 ‘거사일’로 택일하는 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윤 대통령 사주팔자·관상을 근거로 조언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경찰 수사관들에게조차 “관상이 좋다” “당신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경찰들은 자신들의 관상·사주를 파악하려는 노씨를 무시했다고 한다.
경찰은 최근 노씨의 경기 안산 ‘아기 보살’ 신당神堂에서 비상계엄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긴 수첩을 확보하기도 했다. 노씨는 여성 2명과 이 신당을 운영했다고 한다. 본인이 신점神占 등을 직접 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당 신당에는 “저를 꿰뚫는 느낌” “곧잘 맞히더라” 같은 인터넷 후기가 올라왔다. 신당 주변에서는 노씨를 두고 ‘영적인 기운이 있다’는 말도 나왔다.
사주·관상·풍수를 보는 역술인과 신내림을 받아 길흉화복을 예견하는 무속인은 학문적으로는 엄연히 구분된다. 하지만 현업에서는 상당 부분 혼합된 상황이다. 한 종교학 전문가는 “노씨를 광범위한 무속 종사자로 봐도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노씨는 현역 시절부터 사주명리四柱命理·관상 등 역술에 관심을 보였고, 2018년 여군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한 이후로는 역술·무속 등에 종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본지와 인터뷰한 노씨의 육사 선후배·동기들은 “불명예 전역으로 군인연금에 불이익을 받게 돼 생계를 위해 역술·무속에 종사했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노씨는 현역 시절 계룡산 등을 다니며 10년 동안 사주팔자를 공부했고, 작명에도 능해 지인들 사이에서 ‘남자 보살’로 불렸다고 한다. 경북 문경 출신인 노씨는 대전고를 나왔고 1981년 육사에 수석 입학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는 그의 이름이 노용래盧龍來라고 나와 있다.
노씨의 육사 동창들은 그가 영관 장교 시절 개명했다고 말했다. 한 육사 졸업생은 갑자기 이름을 바꾼다는 노씨에게 “왜 그러냐”고 했더니 “나중에 큰 뜻을 이루려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틀부터 바꿔야 한다. 그건 이름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정보사령관 재직 시절에도 부하들의 진급 여부를 관상을 참고해 결정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보통 군 인사는 별도 위원회 판단을 존중하는데, 노씨는 대상자들을 직접 만나 ‘관상 면접’을 하고 “얘는 관상이 좋으니까 되고, 얘는 나빠서 안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상당수 동창은 노씨에 대해 “자기만 훌륭하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독불장군이었다” “상급자에겐 아첨하고 하급자에겐 가혹했다”고 말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X옛 트위터
현관문 앞 창고에는 대형 초와 막걸리와 소주 등 술병이 있었다. 대형 유리병엔 ‘소원성취’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쑥이 든 한 봉투에는 ‘부정 푸는 법’이라며 “어떤 이유로든 부정이 들어서 일이 막히고 안 풀린다고 생각되거나 좋은 기도를 할 때 이 성물을 적당한 장소에서 불살라 버리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노씨 신당 이웃을 일일이 탐문하며 노씨가 평소 실제 굿이나 사주간명 등을 했는지, 비상계엄 등을 언급한 적이 있는지 집중 조사했다.
한편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 3일 노씨 주도로 열린 이른바 ‘롯데리아 2차 회동’ 당시 구삼회 육군 제2기갑여단장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씨는 지난 1일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과 롯데리아에서 1차 회동을 하기도 했다. 부하들과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을 모의했다는 노씨가 실제 무속에 종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그에게 ‘버거 보살’ ‘무속 장군’ 같은 별칭을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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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식 기자 seek@chosun.com 안샨/고유찬 기자 originality@chosun.com 안산/김보경 기자 bob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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