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장판 있어도 91살 할머니의 대피소 생활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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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에 마련된 임시 한방진료소에 70∼80대 방문 줄이어"
![[르포] 전기장판 있어도 91살 할머니의 대피소 생활은 힘들다](http://thumbnews.nateimg.co.kr/view610///news.nateimg.co.kr/orgImg/yt/2025/03/31/AKR20250330035100053_02_i.jpg)
[촬영 황수빈]
안동=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경북 북부 5개 시·군에 번진 산불은 진화됐지만 60대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인 이재민들의 힘든 생활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30일 찾은 경북 안동 길안중 체육관.
91살인 김모 할머니가 임시텐트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체육관 바닥의 냉기를 막아주는 건 그가 깔고 앉은 은색 단열재 하나.
아쉬운 대로 전기장판을 마련했지만 고령에 체육관 생활은 쉽지 않다.
김 할머니는 1934년 태어난 뒤 안동시 길안면 대곡2리에서 인생 대부분을 보냈다.
그는 이번 산불로 반세기를 살아온 집을 잃어버렸다.
10년을 함께해온 반려견도 미처 풀어주지 못해 곁을 떠났다. 불이 꺼진 뒤 집을 찾아가 묻어줬다.
김 할머니는 정신적 충격이 컸던 탓인지 소화가 잘 안돼 대피소에서 며칠간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못했다.
그의 왼쪽 이마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고 한쪽 어깨는 불편한 듯 움직이지 못했다.
산불이 집을 덮쳤던 당시 급히 불을 끄려다가 창틀에 이마와 어깨를 부딪쳤다.

[촬영 황수빈]
김 할머니는 제대로 걷지 못한다.
체육관 정문에서 열걸음이면 닿는 간이화장실은 멀게만 느껴진다.
화장실을 가려면 가족이 함께 부축해 휠체어를 타야 한다.
김 할머니는 이날도 딸과 손녀가 태워준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의 딸은 먼 길을 다녀온 천 할머니의 다리를 임시텐트에서 연신 주물렀다.
김 할머니는 "집이랑 사과나무가 탔고 농기계 다섯 대도 폭삭 내려앉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촬영 황수빈]
앞으로 임시주택에서 최소 1년은 살아야 한다는 소식에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경북도한의사회에 따르면 의성·청송·영덕·안동 대피소에 설치된 임시 한방진료소 8곳에 전날까지 나흘간 230명의 환자가 찾아왔다.
이들은 대부분 70∼80대의 고령이다.
김봉현 경북한의사회 회장은 "진료소를 찾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근골격계질환 등 지병이 있으신 분들"이라며 "심리적인 충격까지 겹치니까 소화 불량 등의 증세도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리적인 의료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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