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방 무너진 대전 정뱅이마을…"손 쓸 틈 없이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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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30여명 4시간만에 구조…"서로 소리 지르며 생사 확인"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하천을 확인하러 나왔는데 갑자기 우르르 쾅쾅 소리가 나더니 물이 막 쏟아져 내려왔어요." 10일 오전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 입구 앞에서 만난 주민 최재현64 씨는 "제방이 무너지면서 손 쓸 틈도 없이 고립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씨에 따르면 제방이 무너져 내린 건 이날 오전 4시께. 마을 안내방송이 나오는 순간 마을 앞 갑천 상류와 두계천 합류 지점 인근 제방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급류에 마을로 향하는 길이 모두 물에 잠겨버렸고, 27가구에 사는 30여명의 주민이 고립됐다. 마을 앞에 나와 하천 상황을 지켜보던 일부 주민들은 마을로 돌아가지 못한 채 집에 남아 있던 가족에게 휴대전화로 연락해 대피시키기 바빴다. 최씨는 "마을이 거의 1분 만에 섬이 되면서 오도 가도 못하고 생이별했다"며 우리 가족을 포함해 모두 지대가 높은 집으로 피신했다. 남은 주민들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자"라며 물에 잠긴 마을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신고를 받은 대전소방본부와 대전 서구청 관계자들은 이날 일찌감치 현장에 출동해 주민 구출에 나섰다. 잠수복을 입은 구조대원들은 고무보트를 타고 마을 안으로 진입, 주민들의 상태를 확인한 뒤 2∼5명씩 보트에 실어 나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구조된 한 주민은 "방안에까지 물이 차는데, 어두컴컴한 새벽이라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며 "주민들끼리 서로 소리 지르고 생사를 확인하고 허겁지겁 대피했다"고 말했다. 소방관계자는 "마을 진입로가 좁아 버스 등 대형 차량이 들어올 수 없다"며 "구출된 주민들을 구급차가 번갈아서 이동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고립됐던 주민들은 모두 구조돼 흑석동 기성종합복지관으로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주민들은 마을에 남아 물에 잠긴 주택과 농경지를 확인하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소 2마리와 송아지 3마리를 키우는 주민 박미원58 씨는 뒤늦게 대원들이 구출해온 송아지 한 마리를 연신 수건으로 닦아주기도 했다. 박 씨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온몸을 벌벌 떠는 송아지를 가리키며 "송아지 어미가 위험을 알아챘는지, 소방대원이 갔을 때 송아지만 축사 위 선반 위에 올려보내고 어미는 물속에서 목만 내놓고 있었다고 한다"며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과수원과 밭, 집까지 모두 잠겨버린 한 주민은 물이 가득한 집 주변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그는 "사람이 안 상해서 다행이긴 하다만, 밭이고 집이고 모두 다 잠겨버려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벌게진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서구청은 종합복지관에 이재민 대피소를 마련한 뒤, 구호 물품 제공 등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주민 모두 기성종합복지관으로 대피시켰고, 제방 복구공사도 시작할 예정"이라며 "주민들이 대피소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coo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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