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번역기 돌려야 하나요?" 강남 아파트 漢字 당선사례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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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세 공학박사 명예교수 “인터뷰는 사양”
서울 서초구 L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최근 선출된 강모68씨가 게재한 당선소감문 원본왼쪽. 오른쪽은 네티즌들 이를 해독하기 위해 휴대폰 번역기로 작업한 결과물./L 아파트 이어 “入住民입주민님과 함께 前任전임 棟代表동대표님들께서 가꾸고 이루어온 우리 名品명품 團地단지를 더욱더 繁昌번창해 나가도록 盡力진력을 다해 努力노력하겠습니다. 많은 聲援성원과 協力협력을 付託부탁드립니다”고 했다. 총 280자짜리 이 안내문에서 한자는 165자. 한글 조사와 영어를 빼고는 모두 한자로 적혔다. 한 주민은 “쉬운 한글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한자를 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주민은 “예전엔 공문서가 다 이랬다”며 “나이 든 사람들에겐 친숙하다”고 했다. 아파트 관계자는 “회장 본인이 그렇게 인쇄해서 붙여 달라고 하길래 그대로 붙였다”고 했다. 이 당선소감문은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중국에 온 줄 알았다” “조선족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인가” “한 글자도 읽을 수 없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휴대폰 번역기를 돌려 한자를 한글로 변환하기도 했다. 강씨가 소감문에서 ‘▲豫·決算예·결산 透明性투명성 確保확보 ▲管理業體관리업체 및 專門警備業體전문경비업체 委託管理위탁관리 徹底철저 ▲住民주민 便益施設편익시설 增進증진’ 등 공약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데 대해서는 “열의가 느껴진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공학 박사인 강씨는 수도권의 한 대학 명예교수다. 회장에겐 월 40만원 활동비가 주어지는데 전임 회장은 액수가 너무 적어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전임 회장의 사퇴 이후, 올해 초 선거에 단독 입후보했고 과반 찬성률로 회장에 당선됐다고 한다. 본지는 수차례 강씨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사양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전광진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한자가 우리 생활에서 완전히 멀어졌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한자는 우리말의 70% 이상, 학술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늘리는 등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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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최낙원 기자 nakwon@chosun.com 고유찬 기자 originalit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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