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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쓰고 버려지는데 친환경?"…야구팬들 종이 응원봉에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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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65회 작성일 24-06-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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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에 1번 사용하고 구겨진 페이퍼스틱스 사진. 조아름16씨 제공

“금방 망가지니 버리고 계속 다시 사거나, 재활용이 안 되는 투명 테이프를 감아 써야 해요. 이게 친환경인가요?”



2024 프로야구KBO 리그가 한창인 가운데 기아타이거즈, 두산베어스 팬들 사이에서 지난해 구단이 친환경적 응원을 명분으로 출시한 ‘페이퍼 스틱스종이 응원봉’가 오히려 일회용 쓰레기를 늘리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재활용 가능한 종이 소재이지만, 내구성이 약한 탓이다. 한 번만 사용해도 다시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거나 비를 맞으면 금방 구겨지는 일이 흔하다.




종이응원봉은 지난해 11월 실외 경기장에서 막대 풍선, 비닐 방석 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계도 기간이 끝나면서 등장했다. 기아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는 막대풍선을 대체해 페이퍼 스틱스를 출시했고, 다른 구단들은 야구 배트나 야구공 모양 등의 플라스틱 응원봉을 판매하고 있다. 환경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자원 재활용법으로 금지된 응원용품은 일회용품인 비닐 막대 풍선으로 여러 번 쓰는 플라스틱 응원봉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프로야구 경기가 끝난 후 야구장에 기아타이거스 페이퍼 스틱스종이 응원봉가 버려져 있다. 엑스 갈무리

11일 기아와 두산 팬들은 한겨레에 페이퍼 스틱스가 친환경 소재인 것은 환영할 만 하나, 사실상 일회용품과 다름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아타이거즈 팬 조아름16씨는 “지난해 여름 페이퍼 스틱스를 처음 사고 지금까지 4∼5번 재구매했다.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날은 30분 만에 구겨지기도 하고 보통 2∼3경기마다 망가진다”며 “야구장에 갈 때마다 버려지는 페이퍼 스틱스를 많이 보는데 특히 비 온 날은 더 심하다”고 말했다. 기아 팬 황설하24씨도 “구단도 파손 문제가 심한 걸 인지해 보상판매를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광주광역시에 있는 매장까지 직접 가야 한다”며 “가격을 올려도 좋으니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응원용품을 제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단에 직접 응원봉 아이디어를 제시한 팬도 있다. 대학생 김아영20씨는 “환경에 덜 해로운 소재로 플라스틱 응원봉을 만드는 게 더 친환경적인 것 같아 생분해성 플라스틱, 콩기름 잉크, 버려지는 원단을 재활용해 만들 수 있는 응원봉 아이디어 제안서사진를 기아 타이거즈에 직접 보냈다”고 했다. 그가 한겨레에 내보인 제안서에는 친환경적이면서도 단단한 응원봉 소재와 재활용 방법 등이 적혔다.



기아타이거즈 팬이 구단에 직접 보낸 응원봉 아이디어 제안서 일부. 김아영20씨 제공

환경단체들은 쉽게 버려지는 물건을 많이 생산해 자원을 낭비하는 것 자체가 반환경적이라고 본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일회용의 대안은 다회용이 되어야 한다. 쉽게 찢어지고 버려지는 일회용 응원봉을 만드는 것이 친환경인지 의문”이라며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자원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기에 구단은 페이퍼 스틱스 판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페이퍼 스틱스를 가장 먼저 출시한 기아타이거즈 관계자는 “플라스틱 응원봉도 몇 년 쓰면 버려지기에, 환경부 정책에 발 맞춰 조금이라도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출시한 게 페이퍼 스틱스”라면서 “판매 공지에 기재한 올바른 사용법만 지키면 페이퍼 스틱스도 충분히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사용법은 두 개의 페이퍼 스틱스를 엑스X자로 겹쳐서 사용하는 게 아닌 ‘일렬로 2개의 전체 면이 맞닿게 치는 것’인데, 격정적인 응원을 벌이며 이를 지키긴 쉽지 않다. 두산베어스 관계자는 “플라스틱 응원봉은 현재 단종 상태라 추후 다시 제작할 예정이다. 페이퍼 스틱스의 내구성 문제는 업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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