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 주선하고 정관수술 복원 지원하고…산으로 가는 저출생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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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년 조기 입학, 무료 미혼남녀 만남 주선, 케겔 운동….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또 갱신하는 등 저출생 위기가 심화되자, 황당한 정책과 정책 제안 등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철학을 갖고 사회 구조를 바꾸려는 비전이 실종된 채 단기간에 ‘출산율’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발상이 녹아든 결과라고 비판했다. 3일 국책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재정포럼에 담긴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이란 보고서를 보면,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는데다, 유아 발달 특성을 무시하고 성차별적이란 비판이 일자 조세연은 “필자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이어지는 ‘황당 저출생 정책’ 제안은 또 있다. 저출생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지난달 23일 첫 지역 순회간담회로 인천시를 찾아 ‘무료 미혼남녀 만남 마련 지원’을 주문했다. 미혼남녀의 ‘커플 성사’가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이어진단 연결고리가 부족한데도 부처 승격을 앞둔 저고위는 이를 독려했다. 인구경제학자인 이철희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결혼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이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추세를 고려하면 효과적인 정책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추가경정예산안에 정관·난관 복원수술 비용 지원을 포함해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정관을 복원하는 분들은 아이를 갖겠다는 의지가 강해 이들을 위한 정책”이라지만, ‘생식기능 지원’ 사업의 기대효과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또 김용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괄약근을 조이는 케겔 운동과 체조 동작을 조합한 ‘국민댄조댄스체조 운동’을 저출생 대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김 의원은 “여성들이 아기 낳을 때 장점이 있다” “출산 장려를 위해 젊은 여성들이 춤을 춰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문제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검증되지 않은 ‘궁여지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정부가 출산율을 높여야겠단 다급한 목표를 갖게 됐고, 빠른 성과를 보겠다는 조급한 생각에서 적합하지 않은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며 “1960~70년대 국가주의 출산 통제 정책이 아이를 낳으라고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철희 교수도 “저출생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은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정책들”이라며 “우리나라의 저출생 원인은 낳지 않으려 하거나, 여건상 낳을 수 없는 사람들인데, 지금 제안되는 정책들은 매우 지엽적”이라고 짚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단독] 샤넬 본 김건희 카톡 “오시면좋죠…ㅎ 대통령은.생각보다…” 천공 5개월 전 ‘석유 예언’ 확산…“파면 아주 보물덩어리 나와” [단독] 채상병 수사 ‘뒤집기’ 결정 전날, 용산-이종섭 보좌관 13번 연락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소환 질문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 ‘포항 석유’ 깜짝 발표에 당황한 산업부…“대통령실이 결정” 최태원·노소영 재판에 따가운 시선…“범죄수익 서로 먹겠다고” ‘삐라-오물풍선’ 맞불, 언제든 또 터진다…서해 NLL 충돌 우려 작년 종부세 대상자 1년 만에 66% ‘뚝’…납세액도 71% 감소 [단독] 유엔, 윤 정부에 “여가부 장관 지체 말고 임명” 권고 “포항에 석유 난다” 처음 아니다…‘산유국 꿈’ 65년 도전과 좌절 한겨레>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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