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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전공의가 했는데 우리가 왜?"…백병원 업계 최초 강제 주4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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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2회 작성일 24-06-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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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자율신청 받다가 7월부터 의무화 계획... 직원들 "왜 의사들만 쏙 뺐나" 비판

[김화빈 기자]

quot;파업은 전공의가 했는데 우리가 왜?quot;…백병원 업계 최초 강제 주4일제
5일 오후 4시께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일산백병원의 모습
ⓒ 김화빈


인제대 백중앙의료원이 오는 7월~12월 동안 의사를 제외한 전직군에 무급휴가를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양대노총 소속 병원 사업장 중 무급휴가의 의무적용을 검토하는 곳은 백중앙의료원이 유일하다. 백중앙의료원을 필두로 무급휴가 의무화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 의정갈등으로 인한 병원의 어려움에 정부가 손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상계·일산·해운대백병원을 소유한 백중앙의료원은 전공의 파업 장기화로 운영손실 폭이 늘어나자 의사를 제외한 각 병원 및 재단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의무적용과 여름휴가비 등 각종 수당 이연지급2026년 2월까지을 검토 중이다. 지난 5월 28일 이같은 내용을 통보받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백병원지부는 무급휴가로 인한 강제 주4일제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이미 부분적으로 무급휴가를 시행 중인데다 진료교원의사의 동참 없이 간호사, 일반직원들만 대상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거세다. 백중앙의료원은 이미 지난 3월부터 ▲ 자율신청에 따른 무급휴가 ▲ 법인·의료원·각 병원 보직교원 및 행정부서장의 일부 급여 반납 ▲ 병동 통폐합 운영 ▲ 육아휴직 등을 실시해왔다. 지난 5일부터는 20년 이상 장기근속자 조기퇴직 신청도 시작했다.

"쉬고 싶을 땐 못 쉬고, 안 쉬고 싶을 땐 강제 무급휴가"
4일 오후 4시께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일산백병원 노조게시판에 게시된 대자보. 전사원 의무 주4일제 등 백중앙의료원이 제시한 경영위기극복방안에 노조가 반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 김화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급여삭감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월급 받는 우리가 돈 안 벌고 쉬고 있는 전공의들보다 빨리 망하는 웃긴 세상."
"온 가족의 밥줄이 타들어 간다."
"월급반납은 직원 생계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제가 신용불량자가 되어도 병원은 저를 도와주지 않을 거잖아요?"


지난 5일 오후 4시께 경기 고양시 일산백병원 로비와 후문 입구에서 <오마이뉴스> 와 만난 직원 10여 명은 무급휴가 의무적용을 묻는 질문에 "대외비라 말하기 어렵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라며 인터뷰를 피했다.

그러나 지하 2층에 위치한 임직원 식당에서는 "무급휴가를 의무로 하면 한 달에 60만 원이 그냥 나간다", "수당 지급되기 전에 퇴사하면 수당을 떼이는 거 아니냐", "아무 잘못 없는 우리가 왜 희생하냐" 등 비판 발언을 들 수 있었다.

식당 인근에서 만난 현직 간호사 A씨는 "전공의 부재로 추가적인 업무배치를 받으면서 쉬고 싶을 때는 못 쉬게 해놓고 지금은 안 쉬고 싶은데 강제로 휴가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8월 서울백병원이 폐업한 전례도 있어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에선 A4 1장도 아끼라고 눈치를 주는 상황서 이참에 무급휴가 강제에 따른 주4일제가 상시적 제도로 정착될까 두렵다"며 "지금 병원은 한시적이라고 주장하지만, 한 번 해 보니 힘들어도 병동이 돌아가네? 하면서 인력 충원도 안 해주고 평균 임금도 깎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강기두 보건의료노조 백병원지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 와의 통화에서 "저희 병원에서 업계 처음으로 무급휴가로 사실상 주4일제를 시행한다고 하니 상황이 비슷한 몇 군데 병원에서도 관련 질의가 들어오는 모양"이라며 "사측 입장에선 지금처럼 환자가 빠지고 병상 가동률이 낮아질 때 쉽게 임금을 낮추는 방법으로 쓰기 좋은 대책을 마련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성진 부산백병원 지부장도 "부산백병원은 병상가동률도 많이 회복했는데 전공의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업무가 가중돼 도저히 사실상 주4일제인 사측 대책에 동의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진료교원들이 진료를 어떻게 정상화할지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는데, 노조로서는 희생할 수 없단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상계·일산백병원은 20년 근속대상자들에게 조기퇴직 대상에 해당한다는 단체 안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메일을 수신받은 이들이 서로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조치해 무언의 압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A씨는 "그 명단에조차 의사들은 없었다"며 "상대적 박탈감마저 들었다. 메일을 받은 직원들은 서로 말은 안 하지만 조기퇴직 압박인가 싶어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백중앙의료원 "일부러 직군 나눈 것 아냐, 모두 노력 중"
5일 오후 4시께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일산백병원의 모습
ⓒ 김화빈


백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이날 사측이 제시한 비상경영안에 의사는 왜 해당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해 "지금 모든 대학병원들이 어렵다. 우리 병원도 의료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진료를 하는 의사들까지 무급휴가를 가면 진료정상화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닌가. 일부러 직군을 나눠 비상대책을 적용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각 병원에서는 자발적으로 보직을 맡고 계신 진료교원들이 보직수당을 반납하고, 일부는 급여도 반납하는 것으로 안다"며 "누가 더 얼마를 내고 안 내고 하는 게 중요한가. 정말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 중이란 것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솔직히 정부는 이번 기회에 시장경쟁에서 밀리는 병원들이 퇴출되기를 바라는 마음 아닌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 국장은 "강제로 무급휴가를 줘 주4일제를 시행한다는 건 거의 목구멍까지 위기가 왔다고 봐야 한다"며 "자본에 여유가 없는 사립병원들, 그 중 특히 수련병원들은 서로 누가 먼저 망하냐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산백병원 같은 곳들은 일산지역 중환자까지 다 커버할 수 있는데도 생존이 쉽지 않다"며 "한국의 의료전달체계가 철저히 시장경쟁이기 때문에 자본조달 순서에서 밀린 후순위 병원들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와 전공의 파업을 거치면서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는 병상가동률을 높여 수익을 내는 대신 로봇수술 같은 고액의 비급여 진료를 늘렸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반발하는 전공의들을 탓하며 2000명 의사 증원을 강행하면서도 지역이나 권역을 담당하는 병원들의 의료시스템을 살릴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시장주의 방식으로 이 사태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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