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이 다른 인생이지만 가난한 기분은 싫어"…영끌로 집 산 아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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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프레소-124] 영화 ‘판타스틱 Mr. 폭스’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화는 성인도 사유하게 한다. 어린 시절 읽을 때와 다른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여우와 포도’ 같은 게 대표적이다. 어릴 때는 자기가 못 따는 포도를 “어차피 신 포도”라며 체념하는 여우의 합리화를 비웃는다. 그러다 어른이 되면 본인 능력 밖의 일은 빠르게 포기하고 할 수 있는 일로 돌아가는 그의 ‘선택과 집중’을 다시 보게 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판타스틱 Mr. 폭스’2009도 마찬가지다. 처음 보면 여우와 두더지 등 동물 친구들이 합심해서 인간의 농장을 터는 소동극에 정신없이 웃는다. 어떠한 메시지도 없는 깔끔한 코미디로 느껴진다. 그러나 햇볕이 잘 드는 집에서 살고 싶어 도둑질까지 마다 않은 주인공 미스터 폭스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해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처럼 읽힌다. 이건 유사 이래 점점 심각해져온 부의 양극화를 풍자한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죽을 고비 넘긴 남편 “이제 도둑질 끊는다”고 했는데
이야기는 주인공 미스터 폭스목소리: 조지 클루니의 결심으로부터 시작된다. 폭스는 인간이 운영하는 농장을 털어 생계를 꾸리는 여우다.
어느 날 도둑질을 하던 도중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다. 임신한 부인메릴 스트립에게 개과천선하겠다고 약속한다. 부인,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칼럼니스트가 돼서 급여를 받으며 살아간다. 여우력으로 12년인간 기준 2년이 지나고, 미스터 폭스는 예전보다 덜 쫓기며 살게 됐지만, 삶에 만족하지는 못한다. 햇볕이 들지 않는 눅눅한 여우굴에 있노라면 어쩐지 “가난해진 기분이 들어”서다. 결국 그는 자기 벌이로 감당하지 못할 멋진 나무집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연간 9.5%라는 고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며 살게 된다. 다시 도둑질에 손대게 되는 이유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의 주거 조건을 갖고 싶은 게 죄일까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 이 영화는 동물들의 삶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떠올려 보게 한다. 여우와 두더지, 비버 등 이 작품에 나오는 여러 짐승은 인간처럼 입고 다니고, 공부하고, 경제 활동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묘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감독이 야생동물의 모습을 한 인간들을 통해 드러내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애초 출발선이 다른 인생이 존재한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반칙 없이는 다른 사람과 동일한 속도로 살 수 없는 인생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농장에서 풍족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은 처음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삶을 표현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 여우처럼 도둑질을 하며 풍요롭게 살자는 주장은 아닐 것이다. 단지, 햇볕이 잘 드는 집에서 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기본 조건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정당한 방법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되는 사회의 구조를 사유해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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