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사건 피해자 측 "지적장애 있어…발언해도 직접 할 것" > 사회기사 | society

나락보관소,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재점화
판슥, "피해자가 준 것" 판결문과 통화 음성 게재해
피해자 측 "영상 내려달라…발언해도 직접 하겠다"

최근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벌어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된 영상을 잇달아 올리며 사건이 다시금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에 유튜브 채널 판슥은 사건 피해자로부터 직접 전달받았다며 판결문과 통화 음성을 게재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동의 없이 영상을 올렸다며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밀양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꼭 읽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이른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여동생 A씨의 직접 작성한 것으로, A씨는 "유튜브 판슥 영상에 올라온 통화 내용은 피해자 당사자가 맞다"라면서도 "피해자는 현재 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지적 장애가 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2004년에는 장애 검사를 받지 않았고, 장애 검사가 있는지도 몰랐기에 장애가 아니었다"며 "피해자와 의논 후 이 글을 작성한다. 판슥은 7개월 전 당사자가 연락했을 당시 본인 휴대폰 자동 녹음 기능으로 녹음한 걸 인제 와서야 피해자의 동의 없이 영상을 올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판슥은 지난 8일 밀양 사건 피해자와 직접 통화했다고 주장하며 피해자의 음성과 판결문을 공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에 피해자 측은 해당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판슥은 영상 속 통화 음성 부분만 삭제했다.

A씨는 "판슥은 피해자가 직접 요청할 시 영상을 삭제하겠다고 했기에, 저희는 계속해서 연락을 취했다"며 "그러나 판슥은 의령 경찰서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가해자가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밥집에 찾아간 것 때문에 고소당했다며 부담을 줬다"고 토로했다. 이어 "혹시 영상으로 가해자들에게 협박당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며 본인 구독자 얘기를 꺼냈다. 만나서 영상을 본 뒤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고 지워 준다기에 꾹 참았다. 그런데 현재까지 영상이 삭제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 본인은 당시 판단력도 없는 상태에서, 지금은 기억도 없는 유튜브 영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피해자보다 여론이 중요한 거냐. 영상을 완전히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유튜버 판슥은 본인 유튜브 채널을 생각해서인지 계속 상담소와 피해자 얘기를 언급하며 예쁘게 포장해서 올리겠다고 하는데 싫다. 발언하더라도 직접 하겠다"고 비판했다.

또한 A씨는 "판결문 공개 원하지 않고, 정보로도 쓰지 말라고 요청했으며 판슥 본인도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영상을 올린 상황이다"라며 "원치 않으니 당장 영상을 삭제해달라. 두 번째 영상 통화 녹음은 피해자가 원치 않아 피해자의 여동생인 제가 피해자인 척 통화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판슥은 같은 날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저에게 새벽 늦은 시간에 여러 차례 전화하며 영상통화, 신분증, 판결문까지 인증해주면서 가해자들을 응징해달라고 했던 피해자의 행동과는 다른 점이 의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상을 수정했음에도 글을 작성한 거 보고 억울한 점도 있었다"면서도 "피해자가 정말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해당 영상을 계속 올려놓는 것이 피해자를 힘들게 한다는 생각에 영상을 전부 내렸다. 의령 경찰서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포지션으로 돌아가 44명의 가해자를 끝까지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피해자분께서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처리되길 바란다", "피해자분과 가족분들이 얼마나 속상하실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왜 자꾸 피해자를 들먹거리냐", "피해자 목소리는 음성변조 없이 왜 그대로 올렸냐", "왜 피해자를 더 힘들게 하는 건지", "피해자분이 이 사건 언급 및 방송하지 말라고 그렇게나 얘기했는데 이렇게 또 글을 적는 건 피해자 조롱하는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유튜브 나락보관소측도 피해자의 요청으로 밀양 관련 영상을 전부 내렸다. 그러나 하루만인 8일, 신상 정보가 담긴 영상을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나락보관소는 "피해자 여동생이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피해자 남동생은 공론화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라고 말하며 새로운 영상을 지속해서 올리고 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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