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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안팎에서 흔들…이화영·쌍방울 사건 10가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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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61회 작성일 24-06-0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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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쌍방울 의혹 1년 8개월 만에 1심 유죄 선고 FIU 이상거래 확인 후 검찰 수사 착수 해외도피 김성태, 송환 후 폭로 시작 이화영 진술 번복 변곡점…부인의 법정 호통 불법 대북송금도 유죄…檢-李 항소 예정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의 모습. 류영주 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쌍방울그룹 사이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이 1심 유죄로 결론났다. 재판이 진행된 1년 8개월 동안 관련자들의 진술이 번복되고 변호인이 여러 차례 변경되기도 했다.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송환부터 엉터리 재판이라며 법정을 박차고 나간 변호인까지 10가지 주요 장면을 짚어봤다.

①FIU에서 시작된 쌍방울 의혹…법카 2972회 사용


시작은 2021년 10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이었다. 쌍방울그룹의 이상 거래를 확인한 FIU가 검찰에 통보하면서 쌍방울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쌍방울의 횡령·배임 의혹뿐 아니라 쌍방울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나아가 대북송금 혐의까지 파악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법인카드로 전자제품을 구매하거나 가족여행 비용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부임한 2018년 7월부터 킨텍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인 2021년 10월까지 총 2972회에 걸쳐 쌍방울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②도피생활 김성태, 국내 송환

2023년 1월 17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국내로 송환됐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다. 그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2022년 5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태국 등지를 돌며 도피생활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검거됐다.

김 전 회장은 도피 생활을 하면서도 골프를 치거나 신규 투자사업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쌍방울 한 계열사 대표는 지난해 1월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2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전 회장을 만나 골프도 치고 술도 마셨다"라며 "당시 코인이었나, 블록체인이었나 아무튼 투자도 좀 받고 사람도 만나려고 태국에 있는 거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김치나 회같은 음식을 공수 받았다는 증언도 뒤따랐다.

지난해 1월 17일 마침내 국내로 송환된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측근과의 접촉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③입 연 김성태 "10번째 묻나, 그렇게 들었다" 폭로 시작


하지만 이후 법정에 선 김 전 회장 입에선 작심한 듯 폭로가 쏟아졌다. 지난해 7월 3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의 대북사업 지원을 약속했는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 역시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묻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검찰이 쌍방울의 대납 사실을 이 대표도 알고 있었는지 여러 차례 묻자 김 전 회장은 "열 번째 물어보는 것 같은데 그렇게 전해들은 게 맞다"며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후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재판에서 "개인적으로 그분이 대표을 지지했고 그분 때문에, 그분 영향이 컸다" "쌍방울 뒤에는 경기도가 있고, 경기도 뒤에는 대권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대납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등 폭로를 이어갔다.

북측과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하기 위해 2019년 1월 떠난 중국 선양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전화를 바꿔줘 이 대표와 통화를 했다는 주장도 했다.

국내로 송환됐을 당시만 해도 이 대표와의 관계를 부인한 김 전 회장이 폭로를 이어가면서 연일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대표는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 없다"며 "쌍방울과의 인연이라면 내의를 사 입은 것밖에 없다"라고 일축했다.

④"이재명, 대북송금 몰랐다"→"보고했다" 이화영 진술 번복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했다. 대북송금 의혹과 이 대표는 무관하다고 줄곧 주장해오던 그가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이 방북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하기로 한 사실을 이 대표에게 두 차례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열린 40차 공판에서도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스마트팜500만 달러 관련해선 입장이 같다"며 "방북 비용300만 달러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는데, 방북을 요청한 건 맞는 것 같다"라며 번복 사실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 1월과 5월 쌍방울과 북한간 행사를 하면서 쌍방울이 북한과 굉장히 밀접한 접촉을 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그렇다면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는 진술을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 뒤 이 전 부지사는 입장문을 내고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다시 입장을 바꿨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⑤부인의 법정 호통…변호인 줄줄이 사임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은 재판의 변곡점이 됐다. 이 전 부지사의 양심선언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재판은 안팎으로 흔들렸다. 이 전 부지사의 부인 A씨는 10개월가량 남편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다. A씨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배경에 변호인단이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변론 전략도 문제 삼았다.

이후 열린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을 사임한 건 자신의 의사가 아니라고 재판부에 밝혔다. 그러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A씨가 일어나 "저 사람이 전 부지사은 얼마나 자기가 검찰에 회유당하는지 모르는 것 같고 답답하다"며 호통쳤다.

A씨는 "정신 차려야 한다. 만일 그런 판단을 하면 가족으로서 해줄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다 포기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무슨 이재명 방북을 그렇게 진술했느냐. 이게 이화영 재판이냐 이재명 재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해광은 사임했고, 이후로도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세 차례 더 바뀌었다.

⑥이화영 변호인, 서류 제출 후 퇴정 "엉터리 재판"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돌발 퇴정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8월 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했다. 기존에 변호를 맡아왔던 법무법인 해광은 사임 논란으로 출석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300만불의 대북 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검찰 조서는 오랜 시간 검찰과 김 전 회장의 회유와 협박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진술 임의성이 없다는 취지의 증거인부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며 기피신청 의사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재판에 더는 변호인 조력을 할 의사도 없다"며 사임 의사를 밝히고 돌연 법정을 나갔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법정이 술렁였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와 협의 없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변호사가 퇴정한 뒤 이 전 부지사는 재판부에 "기피신청을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증거인부서 관련해서도 "내 의사가 적절히 반영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정 밖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에 "재판이 엉터리여서 나왔다. 진작에 이 재판을 바로 잡으려고 했다"라며 "검찰은 이 전 부지사뿐 아니라 가족도 수사하고, 변호인들까지 입건했다"고 비판했다.

⑦제3자 뇌물 혐의 이재명, 검찰 출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2023년 9월 12일 수원지방검찰청에 재출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검찰은 이 대표가 대북송금 사실을 인지했다고 보고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사건 관련자 진술뿐 아니라, 대북사업같은 중요사안은 매월 간부회의나 티타임, 사전보고를 통해 누락없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경기도 시스템 등을 토대로 이같이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세 차례 소환통보를 했지만 이 대표는 일정상 이유로 연기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단식 열흘째이던 이 대표가 수원지검에 출석했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취재진 앞에 선 이 대표는 "화무십일홍, 권력이 강하고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것도 역시 잠시일뿐"이라고 말했다. 조사실 옆에는 의료진이, 검찰청사 앞에는 구급차가 대기했다. 검찰청사 밖에선 지지자들과 보수단체간 장외 투쟁으로 일대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 대표의 건강상 이유로 8시간 만에 조사가 종료되자 사흘 뒤 2차 소환이 이뤄졌다. 이 대표는 1시간 50분 만에 2차 조사를 마치고 검찰청에서 나왔다. 그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라며 "사실이 아니니 증거란 게 있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의미없는 문서확인을 하는 걸로 아까운 시간을 다 보냈다"고 했다.

⑧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공모 여부 등 다툼 여지 있어"

2023년 9월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성욱 기자

지난해 9월 26일 이 대표를 두 차례 소환한 검찰은 성남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사건과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의견서는 1600쪽에 달했고 영장실질심사는 9시간이 소요됐다.

이 대표가 대기하는 서울구치소 앞으로 지지자와 보수단체, 유튜버들이 모여들었다. 한쪽에선 "정치 검찰"을 반대쪽에선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7시간 동안 사건기록을 들여다 본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심사 다음날 새벽인 오전 2시 23분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과 증거인멸 염려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리고 2분 뒤 언론 속보를 확인한 일부 지지자들이 소리를 질렀다. 대다수 지지자들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속보가 쏟아지자 지지자들은 "기각이다 기각! 만세"라고 소리쳤다. 지지자들은 우비를 입은 채로 서로를 껴안았다.

지팡이를 짚고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이 대표는 "정치란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것이란 사실을 여야, 정부, 여당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⑨檢 "사법방해" vs 이화영 "술판회유"

술판 회유 의혹의 장소로 지목된 수원검찰청사 1313호 영상녹화실. 수원지검 제공

쌍방울 재판이 전환점을 돈 지난해 중순부터 검찰은 사법 방해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들이 잇따라 사임하고, 재판부 기피신청까지 이어지면서 재판이 77일 동안 공전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외부세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사법방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이 불공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수원지법 형사11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 수원지법과 수원고법을 거쳐 대법원까지 넘어간 신청서는 최종 기각됐다.

잠잠해질 것 같았던 재판은 술판 회유 논란으로 달아올랐다. 올해 4월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7월 검찰 관계자, 김 전 회장 등과 함께 검찰 조사실에서 술과 연어 등을 먹으면서 회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회유를 받은 장소로는 수원검찰청사 13층 창고방1315호을 지목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 곳에서 이 대표에게 대북송금 내용을 보고했다는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자신의 진술이 번복됐던 배경에는 검찰과 쌍방울 측의 협박과 회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회유를 당했다고 지목한 일시의 출정일지와 호송계획서, 조사실 사진까지 공개하며 반박했다. 검찰은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는 일시에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검 검사실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원지검 구치감이나 수원구치소에 있었음이 확인된다"며 이 전 부지사가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조작 수사에 나섰다며 당시 수사를 맡았던 수원지검 검사와 쌍방울 관계자 등을 형집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또 검찰이 반박 자료로 공개한 출정일지에 이 전 부지사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수원구치소장을 고발했다.

민주당은 술판 회유 의혹 등 검찰 수사를 밝히겠다며 지난 3일 대북송금 검찰조작 특검법을 발의했다.

⑩우여곡절 쌍방울 재판, 결국 유죄


1년 8개월 동안 법정 안팎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던 쌍방울 사건은 1심 유죄로 결론났다. 지난 7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징역 8년과 벌금 2억 5천만원 및 추징금 3억 2500만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 등 총 징역 9년 6월을 선고했다.

뇌물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북사업을 총괄하는 평화부지사로서 쌍방울로부터 1년 7개월 동안 법인카드 등을 지급받아 사용하고, 정치자금도 제공받았다"라며 "상당한 정치활동을 한 고위공무원으로서 장기간 뇌물을 받으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라고 판시했다.

이 대표와의 관련성 여부로 주목받았던 대북송금 의혹도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쌍방울 임직원들을 동원해 164만 달러를 국외로 불법 수출했다"라며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쌍방울 임직원을 동원해 23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고 판시했다.

선고 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는 "수원지법의 검찰 친화적인 진행으로 봐서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라며 "막상 이런 결과를 받으니 대단히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판결을 통해 피고인이 경기도 평화부지사로서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범행을 저질렀고, 대북송금 범행의 실체가 확인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양측은 모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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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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