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뇌경색 병원비 좀" 억대 사기의 시작…21살 사기범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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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A 씨가 박 모 씨21·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한 종교 모임에서였다. 같은 신도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A 씨는 박 씨에게 손쉬운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다.
작년 4월 12일 A 씨는 박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지금 뇌경색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급하게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말에 A 씨는 의심 없이 신용카드를 빌려줬다. 나이가 어린 박 씨가 카드 대금을 갚겠다는 말도 철석같이 믿었다.
5월 8일 박 씨는 A 씨 직장을 찾아와 "어머니 병원비 결제를 너무 많이 해 앞서 빌려준 카드 한도가 소진됐다"며 다른 신용카드를 빌려달라고 했다. 또 자신이 대신 원리금을 갚겠다며 A 씨 명의로 신용대출도 받아 달라고 요구했다.
무엇에 홀린 듯 A 씨는 그 자리에서 바로 다른 카드를 박 씨에게 내줬다. 박 씨는 또 A 씨의 승낙을 얻어 A 씨 휴대전화에 바로 앱을 설치하고 6460만 원 상당 신용대출을 받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박 씨는 이 과정에서 "잠시 찾아볼 것이 있다"며 A 씨의 휴대전화에 몰래 신용카드 앱을 설치하고 미리 알고 있던 A 씨의 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대출도 신청했다.
이후에도 박 씨는 여러 차례 더 찾아와 A 씨의 휴대전화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대출을 계속 신청했다. 작년 7월까지 박 씨가 약 3개월에 걸쳐 A 씨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1억 원이 넘었다.
작년 9월쯤 A 씨가 박 씨에게 그동안 빌려 간 돈과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하자 박 씨는 자신에게 1억 원의 예금이 있지만 잠시 압류된 상황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법원 판결문을 위조해 A 씨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A 씨는 참다못해 박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알고 보니 박 씨는 A 씨로부터 돈을 더 구할 수 없게 되자 무당 행세를 하며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수백만 원씩 돈을 빌려 가는 등 사기 행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 조아람 판사는 사기와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씨에게 지난 10일 징역 2년을 선고하고 피해자에게 편취한 1억 936만원 상당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수단과 방법, 편취액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쁜 점, 피해자 한 명은 채무 변제를 위해 본인의 주거를 매도하기까지 하는 등 극심한 금전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약 700만 원 정도 변제된 것 외에 피해가 회복된 것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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