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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국제시장서 손 놓친 11살…56년만에 가족 찾아준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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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8회 작성일 24-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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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이선미 장성경찰서 경무과 경위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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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잃어버린 가족과 떨어진 A씨 가족이 경찰의 도움으로 56년 만에 가족들과 만났다. /사진제공=장성경찰서

"원난이가 내 손을 놨어. 원난이가 내 손을 놨어."


문맹에 장애 2급인 A씨67는 1969년 부산 국제시장에서 가족을 잃어버렸다. 11살 나이에 말이 어눌하던 A씨는 가족을 찾지 못하고 부산의 한 고아원에 들어갔다. 이후 전남 장성에 사는 고아원장 가족을 따라 장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수십년 동안 성실하게 일하며 가정을 꾸렸다. 그러다 올해 2월 하나 있던 아들이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또다시 가족을 잃었다.

평소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A씨지만 아들 사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자신의 법정 후견인에게 어릴 적 이름과 형제자매 3명의 이름을 어눌한 발음으로 되뇌었다. 후견인은 가족을 찾아달라는 거구나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지난 3월 이름이 적힌 쪽지를 들고 전남경찰청 장서경찰서를 찾았다.

사건을 담당한 이선미 장성경찰서 경무과 경위50는 "이날 A씨 아들 사망 확인서를 떼러 와 오래전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달라며 쪽지를 내밀었다"며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제도가 있으니 신청해보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제도는 6·25전쟁, 어릴 적 미아, 해외입양 등으로 오래전 가족과 헤어진 이들의 가족을 찾아주는 제도다.

이 경위는 A씨가 말한 자신의 어릴 적 이름 최종원과 큰형, 남동생, 여동생 이름을 토대로 경찰 전산망에 특정 조회를 했다. 그 결과 이러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287명 확인됐다. 이 경위는 287명의 주소지를 모두 분류해 관할 경찰서에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제도 관련 공문을 보냈다. 해당 경찰서에서는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 다시 공문을 내려보내 일일이 현장 확인을 했다.

불분명한 이름, 수십년 된 호적 기록 탓에 인물을 좁혀가는 데 어려움이 잇달았다. 이 경위는 "A씨가 알려준 이름은 어릴 적 집에서 부른 이름이라 호적상 이름과 달랐다"며 "형제들 이름을 파악하려 A씨 큰형이라는 사람의 아버지 호적을 확인했는데 전산화가 안 돼 있을뿐더러 식별이 어려운 한자로 돼 있어 한 차례 낙담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287명에 대한 전국적인 탐문 수사를 통해 신청 접수 37일 만인 지난달 3일 경남 하동에 사는 A씨 큰형을 찾았다. 이 경위는 A씨 큰형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어릴 적 잃어버린 가족이 있는지, 언제 헤어졌는지, 상봉 의사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 뒤 이들이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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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잃어버린 가족과 떨어진 A씨 가족이 경찰의 도움으로 56년 만에 가족들과 만났다. /사진제공=장성경찰서

이별 56년만인 지난달 7일 가족을 만난 A씨는 목을 놓아 울었다. 이들 형제는 실종 당시 A씨를 찾기 위해 국제시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긴 세월 A씨가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았다. A씨 큰형은 "아빠 얼굴이 보이네"라고 말하며 A씨를 꼭 안아줬다. A씨가 원난이라고 부르던 여동생은 "내가 손 놓은 거 아니야, 고모야 고모"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경위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들의 사연이 안타깝고 진심이 전해져 열심히 임했다. 결과가 만족스럽게 돼 기분이 좋다"며 "가족을 찾은 뒤 A씨 표정이 이전과 달리 자신감, 당당함으로 가득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1998년에 경찰이 된 이 경위는 20년 전쯤에도 이와 비슷하게 가족을 찾아준 적이 있다. 당시 경험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자신감을 줬다. 이 경위는 "제복이 멋있어서 경찰이 됐고 지금은 제복에 걸맞은 경찰이 되고 싶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믿고 찾는 경찰, 내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경찰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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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장성경찰서 경무과 경위. /사진=본인 제공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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