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사람 죽어요" 같은 말 반복하는 수상한 신고…날선 촉에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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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경기북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정영래 경감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사람 살려. 납치 강도. 사람 죽어요." 지난 4월18일 오후 7시7분쯤, 경기북부경찰청 112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괴성을 지르며 납치 강도를 당했으니 살려달라고 했다. 신고자 위치값을 살펴보니 남양주시 별내휴게소 부근 세종포천고속도로였다. 가장 먼저 차량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신고 내용이 진짜인지도 확인해야했다. 당시 상황실에 있던 24년차 베테랑 정영래 경감은 52분 동안 신고자와 전화 통화를 이끌며 두 가지 단서를 쫓았다. 그는 빠른 판단력으로 신고자 위치를 특정했다. 신고자가 마약범이라는 사실까지 유추했다. 정 경감이 속한 상황팀은 해당 사건으로 국가수사본부에서 베스트 마약 투약 척결팀 인증패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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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리는 52분 추적…어떻게 운전자 위치 파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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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 경감은 112 신고를 받자마자 긴급 상황이라 판단했다. 종합지령대 전화를 이용해 스피커폰으로 내부 공청을 실시했다. 후배 경찰에게 무전으로 질문 방향성을 알려주는 등 현장 상황을 주도했다. 신고자는 전화 통화를 하는 내내 괴성을 질렀다. "차량, 납치, 강도, 사람 죽어요" 등의 말만 반복했다. 정 경감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다"면서 "동시에 강력 사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 위치 부근에 고속도로순찰대, 관할 경찰서 상황 관리관·초동대응팀, 인근 4개 경찰서 지역·교통 경찰, 형사 등을 출동시켰다. 정 경감은 하나라도 단서를 잡기 위해 계속해서 통화를 이끌었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후배 경찰관에게 "주변에 어떤 건물이 보이는지 물어보라"고 지시했다. 신고자는 횡설수설하며 "톨게이트가 보인다" "뒤에 차가 따라오고 있다" 등을 말했다. 신고 내용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금 어떤 상황이냐" "납치 당했는데 말을 할 수 있느냐" 등 질문을 유도했다. 정 경감은 신고자가 대답을 하지 않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며 마약 투약 가능성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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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도주로 미리 파악"… 실시간 소통으로 마약범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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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고속도로순찰대는 별내휴게소 부근 남구리 IC방향으로 갓길에 세워진 차량을 발견했다. 운전자는 경찰을 보고 급하게 도망쳤다. 정 경감은 "지금 어디 쪽으로 가는 거냐"고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정 경감은 해당 차량을 바탕으로 예상 도주로를 특정했다. 운전자가 남구리 IC에서 우회전하면 강변북로가 나왔다. 좌회전을 하면 경기남부경찰청이 보였다. 정 경감은 서울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에 미리 공조 요청을 했다. 운전자가 강변북로 쪽으로 빠지자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해당 방향에 순찰차를 미리 배치할 것을 요청했다. 뒤늦게 경찰을 본 운전자는 자동차에서 빠져 나와 도로 쪽으로 걸어갔다. 주머니에서 필로폰과 일회용 주사기 등이 발견됐다. 신고자는 마약을 투약한 채 남양주에서 서울 마포구까지 약 45㎞를 운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신고자는 50대 남성이었다. 그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현행범 체포된 뒤 검찰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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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3000건 신고… 남다른 시선으로 범인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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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도에 입직한 정 경감은 112상황실에 4년 넘게 근무했다. 경기북부경찰청에는 하루 평균 3000건 신고가 들어온다. 매일 같이 수천건이 넘는 다양한 신고를 접수하다 보니 사건을 보는 눈도 예리해졌다. 정 경감은 지난 5월에는 상습적으로 차량을 훔치고 훔친 카드로 수백만원을 결제한 10대들을 검거하기도 했다. 당시 한 택시 기사는 "손님 카드가 도난 카드로 뜬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정 경감은 전날 10대 청소년들이 훔친 신용카드를 사용하려다가 도주한 사건을 떠올랐다. 같은 사람인지 확인해본 결과, 청소년들 중 1명이 동일범이었다. 정 경감의 목표는 부끄럽지 않은 경찰이다. 그는 "악성 사기범들을 잡아서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업무적으로도 주어진 업무에 충실히 임하면서 맡은 업무 분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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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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