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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이 없는 마라톤, 진짜 인생 같아요"…장애인 마라토너의 찬란한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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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60회 작성일 24-06-0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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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이 보이지 않지만 마라톤 풀코스를 400번 완주한 사람이 있습니다. 함께 뛰는 동반 주자와 연결된 50cm 끈에 의지하고 뛰는데요.

60세 마라토너의 찬란한 레이스를 몽글터뷰 이상엽 기자와 함께 달려보겠습니다.

[기자]

[김은기/시각장애인 동반주자]
"철인 3종도 시각장애인 최초로 했고. 울트라 마라톤도 시각장애인 최초로 했고. 이번에 풀코스 400회도 시각장애인 최초예요. 전국에 OOO 팬이 있어요"


23년간 마라톤 풀코스 400회 완주, 누구일까요?

[차승우/시청각장애인 마라토너]
"이게 무슨 통이에요? 김치통이에요. 김치냉장고 김치통. 풀코스 1등을 한 사람도 이거 하나는 줘요. 꼴찌를 한 사람도 이건 하나 줘요"

50cm 끈 묶고 16,878km 달렸다!

이상엽의 몽글터뷰 찬란한 마라톤 인생

올해 60살 차승우 씨가 달립니다.

눈이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지만 불가능은 없습니다.

끝이 없고 빛도 없지만 인생은 여전히 찬란합니다.

학창시절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섬유회사에서 일했는데 바늘과 실을 꿸 수 없었습니다.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났고 언제나 홀로였습니다.

하지만 뛸 땐 여럿이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23년간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400회 완주했습니다.

[차승우/시청각장애인 마라토너]
"풀코스 처음 완주했던 순간. 2002년으로 돌아가볼까요? 그때요. 진짜 막…4시간 12분에 처음 풀코스를 뛰었거든요. 마음이 벅차고. 완전히 제가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그때 느꼈어요"

이렇게 달릴 수 있는 건 동반주자 덕분입니다.

기자 저와 카메라가 함께인 것처럼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도 이 사람과 함께 뜁니다.

올해 72살 김은기 씨입니다.

[김은기/시각장애인 동반주자]
"1951년 9월 18일생 김은기입니다. 시각장애인과 동반주를 많이 했습니다. 서로 엇박자가 나면 부딪히게 되죠. 손을 놓칠 때가 있어요. 50cm 끈으로 양쪽 손목에다 걸고 뛰면 혹시 박자가 안 맞아도 멀리 떨어지지 않죠"

2015년과 2017년 경북 영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김은기/시각장애인 동반주자]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셨어요? 나무가 멋있는 게 있고 예쁜 꽃이 피었다 얘기해주고. 2년 후에 다시 뛰는데 저는 멋있는 나무가 있던 걸 까맣게 잊고 있어요. 그 꽃이 폈다는 걸 다 잊고 있는데, 앞으로 몇 km 남았다고 하면 아 여기 조금 더 가면 멋있는 나무 있지 않냐 이걸 기억하고 있어요. 보지 못하지만 제가 설명해준 것을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경치를 마음 속으로 새기는 거죠."

그래서 아직 함께 더 뛰고 싶습니다.

[김은기/시각장애인 동반주자]
"내가 더 행복하더라. 정말 제가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승우야 내가 너와 동반주를 하면서 내가 너를 도와주는 줄 알았는데, 오랫동안 같이 달리다 보니까 내가 너한테 도움을 준 것보다 도움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나도 몸 관리 다시 해서 너하고 같이 동반주를 할 수 있도록 내 몸을 만들어볼게. 차승우 파이팅"

동반주자 응원을 받고 차승우 씨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왜 오래 달리는지 말입니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차승우/시청각장애인 마라토너]
"의족을 신고 9시간, 10시간을 뛰는 분도 있고. 팔이 없어도 뛰시는 분이 있고. 휠체어에 아들을 태우고 밀면서 풀코스 완주를 하시는 분들이 있고. 마라톤은 차별이 없어요. 출발지는 같지만 골인점은 달라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자기 만족을 해요. 늦게 들어와도 빨리 들어와도 아니면 천천히 걸어도 그게 진짜 마라톤이 인생 같아요"

그래서 이 도전은 내일도 계속될 겁니다.

[차승우/시청각장애인 마라토너]
"마주하는 언덕들이 일종의 오르막인데 선생님의 오르막 끝은 어디일까요? 삶의 보람을 느끼잖아요. 제가 살아있다는, 숨 쉰다는 그 느낌. 완주했을 때 그 느낌은 뛰어본 사람만 알잖아요. 계속 달릴 수 있으면 계속 달리고 싶고. 아프지만 않고 건강하면 끝까지 달리고 싶어요"

이상엽 기자 lee.sangyeop@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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