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탄 철로 자전거 타보세요…드라마 촬영지로 뜬 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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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드라마 촬영지로 뜬 경북 문경 여행 구랑리 철로 자전거는 폐선된 가은선 철로 중 구랑리역과 먹뱅이 구간을 느리게 오간다. 철로 자전거를 탄 연인이 드라마 눈물의 여왕 속 낯익은 벽화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촬영지 모두 문경의 정체성과 오랜 역사가 담긴 명소들이어서 ‘눈물의 여왕’을 몰라도, 시청자가 아니었어도 찾아가 볼 만한 곳들이다. 드라마 속 백현우와 홍해인김지원, 일명 ‘백홍 커플’이 데이트를 즐긴 구랑리역부터 위치를 알 수 없어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최종회 속 벚꽃 터널 뒷이야기도 공개한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목격할 수 있는 문경의 숨은 여행지는 덤이다. ◇눈물의 여왕’ 효과? 지난 5월 ‘눈물의 여왕 촬영지 투어’를 다녀와 체험기를 블로그에 올린 김현미씨는 “그동안은 교통이 편리하고 즐길 거리가 다양한 대도시 위주로 여행을 하다 드라마를 핑계로 문경에 처음 가봤는데 소도시의 매력을 한껏 느꼈다”고 전했다. 드라마 종영 후 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계절적 영향이 더해지고 재방송도 인기를 끌면서 눈물의 여왕 촬영지 투어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사극 촬영지로 유명한 문경이 현대 연속극의 배경이 된 건 ‘눈물의 여왕’이 처음이다. 드라마 방영 후 문경 여행객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단다. 문경시 측은 “여행객 연령층이 낮아졌고, 나들이를 즐기는 가족 단위 여행객, 데이트 커플이 눈에 띄게 늘었다. 수치를 확인해볼 수 있는 촬영지들은 드라마 노출 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방문객이 20~30%씩 늘었다”고 했다. ◇백홍 부부’가 탄 철로 자전거 드라마로 ‘고백 맛집’이란 별칭을 얻은 충주의 일몰 명소 ‘건지마을’을 비롯해 천안 ‘이화정’, 아산 ‘신왕리’, 대구 ‘사유원’ 등 눈물의 여왕 촬영지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는 가운데 문경이 여행지로 더 주목받은 이유는 시골의 소박한 풍경과 정겨운 이웃의 이야기를 풀어간 용두리를 비롯해 시골 동네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기찻길,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풍 분위기의 놀이공원 등 지방 소도시의 매력을 담은 공간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해진 곳은 ‘구랑리역’. 개천에서 용 난 격인 용두리 슈퍼집 아들 백현우와 퀸즈 그룹 출신 후계자 홍해인, ‘백홍 커플’이 홍해인의 수술을 앞두고 마지막 데이트를 즐겼던 장소다. 폐철로를 활용한 철로 자전거레일 바이크는 드라마 덕을 톡톡히 보며 로맨틱 데이트 명소로 떠올랐다. 눈물의 여왕에서 구랑리 철로 자전거를 타며 데이트를 즐기는 백홍 커플. 철로 자전거 승·하차역이자 매표소로 활용하고 있는 구랑리역. 기존 구랑리역에서 300여 m 떨어진 곳에 다시 지은 것이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눈물의 여왕 속 풍경처럼 장미 꽃이 만발한 구랑리 철로 자전거의 장미 터널 구간. 손을 뻗으면 만져볼 수 있을 만큼 철로에서 가까이 펴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드라마 속 놀이공원에서 석탄 역사를 구랑리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에코월드’는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오픈세트장’ 등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생태 영상 테마파크다. ‘눈물의 여왕’에서 퀸즈 그룹의 로맨티스트이자 ‘민폐 아이콘’인 홍수철곽동연과 천다혜이주빈가 아들 건우를 데리고 나들이를 즐긴 놀이공원이 에코월드다. 이곳 직원은 “방영 후 드라마 장면처럼 간판을 배경으로 뒷모습 인증 샷을 찍는 사람들도 있다”며 웃었다. 눈물의 여왕 속 홍수철, 천다혜 부부가 찾았던 놀이공원은 에코월드다. 폐광한 은성광업소 자리에 석탄박물관을 비롯해 가은오픈세트장 상상체험 키즈월드 등을 꾸며놓았다. 석탄박물관은 지난 5월 9일 재개관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5월 9일 재개관한 석탄박물관. 광부들의 실물 사진과 석탄 산업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에코월드 안에 있는 가은오픈세트장은 평양성, 고구려성, 안시성 등을 실제처럼 재현해놓은 사극 세트장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잉카마야박물관 캠핑장’도 최종회에 등장했다. 용두리 주민과 퀸즈 그룹 가족이 함께 어울려 캠핑을 즐긴 장면 속 그곳이다. 폐교였던 옛 문양초등학교를 활용한 박물관 겸 캠핑장은 은행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잉카제국 유물 등 김홍락 전 볼리비아 대사의 소장품을 전시해놓은 박물관 관람은 덤이다. 매달 4·9일로 끝나는 날 열리는 가은 아자개 장터 오일장. 소도시의 소박함이 느껴지는 장터는 때때로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은 분위기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가은 아자개 장터 맛집 중 하나로 통하는 40년 전통의 별미냉면전문점의 냉면과 직화고기.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자연 다큐’ 만나는 습지도 드라마 촬영지는 아니어도 습지가 왕성하게 호흡하는 계절에 가볼 곳이 있다. 지난 2월에 우리나라 25번째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문경 돌리네 습지’다. 돌리네doline는 석회암지대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으면서 형성된 접시 모양의 웅덩이. 문경 돌리네 습지는 연중 일정 수량이 유지되는 희귀한 습지에 속한다. 담비, 삵, 수달 등 멸종 위기 야생동물 8종을 포함해 932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지난 2월 2일 우리나라 25번째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문경 돌리네 습지. 여름에 들어서면서 왕성하게 호흡하는 습지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탐방 초소 초입에서 만난 희귀종 꼬리진달래. 김한웅 자연환경해설사는 "7월까지 볼 수 있다"고 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습지 위로 탐방로가 있어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다. 탐방로에 숨어 있는 글자를 찾아 다니며 스탬프 투어를 하면 보다 알차게 습지 탐방을 할 수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습지를 구석구석 둘러보려면 스탬프투어에 도전해볼 일이다. ‘문·경·돌·리·네·습·지’ 글자를 찾아다니면 된다. 글자 주변엔 주요 관찰 거리가 숨어 있다. ‘문’자에선 전망을 감상하고, ‘경’자에선 석회암 바위를, ‘리’자 부근에선 문경 돌리네 습지의 마스코트인 수달 등을 관찰 수 있다. 이곳 토박이인 김한웅 자연환경해설사는 “굶주린 시절에는 마을 주민에게 열매나 나물 등을 내어준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고 했다. 벚나무와 신나무 줄기가 서로 엉킨 연리목을 지나 ‘산국정원’ 방향으로 가는 길, 인기척에 놀란 담비 한 마리가 숲으로 몸을 숨겼다.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자연 다큐멘터리 생방송의 시작을 알리듯. 스탬프 투어 용지 속 문경 돌리네 습지 글자를 찾아다니면 글자 부근에 관찰 포인트가 숨어 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 드라마 세트장 같은 간이역 찾아가볼까? ] 인근의 강돌을 활용해 지은 불정역 폐역으로 여름 꽃이 활짝 폈다. 석탄 산업의 흥망과 함께 했던 폐철로 따라 간이역을 여행하는 것도 문경 여행에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소도시 간이역은 감성 여행의 상징. 폐역 후 다양한 모습으로 호흡을 이어 가는 문경의 간이역들도 드라마 세트장만큼이나 인기다. 모두 석탄 산업 쇠퇴로 인해 석탄을 실어나르던 철로가 폐선되고 덩달아 폐역이 된 곳들이다. 1955년 개통돼 문경선가은선의 첫 출발지였던 ‘가은역’은 은성광업소에서 캔 석탄을 운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역사驛舍다. 개통 당시는 ‘은성보통역’이었다. 1994년 은성광업소 폐광 후 2004년 폐역됐다. 지금은 ‘카페 가은역’으로 변신해 문경 특산물인 사과와 오미자를 활용한 사과밀크티, 오미자에이드 등 음료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역무원들이 입었던 제복 등이 전시돼 추억 속 간이역 풍경들을 소환한다. 박공지붕 형태의 목조 건물은 세로로 긴 창문과 출입문, 문설주가 그대로 남아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불정역 폐역은 중심지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 철로자전거를 운행하는 구랑리역에선 차로 10여 분 거리다. 낡은 철로 사이에 노란 금계국이 만발하는 요즘 문경의 인생 사진 명소로 인기가 급상승 중. 새재 자전거길 구간에 있어 자전거 동호인들에겐 제법 알려진 곳이다. 인근 영강의 강돌 등을 활용해 지은 독특한 외벽이 눈길을 끈다. 한때 철거 위기까지 처했으나 희소성을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빨간색 페인트로 쓴 예스러운 글씨도 그대로 남아 있다. 2017년 9월 역사를 활용한 ‘문경 아라리오 인형 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해 이따금 공연을 열기도 한다. 불정역과 가까운 문경사격장 쪽 옛 철길 터널도 감성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찾고 있다. 폐역된 불정역의 폐철로를 노랗게 뒤덮은 금계국.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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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박근희 기자 yaya@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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