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가방에서 발견된 피임약…참극으로 끝난 신혼[사건의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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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뉴스1 강정태 기자 = 지난 3월 26일 오전 6시 53분쯤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 50대 남성 A 씨가 몰던 SM3 승용차가 두 살배기 아기를 안고 있던 20대 남성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차량은 남성과 차량 2대를 들이받고 멈춰 섰다. 이내 차에서 내린 A 씨의 손에는 흉기가 들려 있었다.
A 씨는 차에 부딪혀 쓰러진 남성을 살해하려고 흉기를 들고 달려갔으나 남성이 아기를 데리고 달아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A 씨는 이 사고로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경찰이 사고 경위를 묻자 A 씨는 대뜸 “내가 아내를 살해했다”고 자수했다.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A 씨는 2015년 10월 베트남 국적이었던 B 씨와 베트남에서 결혼한 후 이듬해 한국으로 들어와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B 씨와의 사이에서 자녀도 1명 낳고 B 씨는 2020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A 씨와 B 씨의 단란한 결혼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5월부터 B 씨가 베트남 지인들을 만난다는 이유로 외박을 하자 A 씨는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부터 B 씨가 스킨십을 거부하고 지난 3월에는 B 씨의 가방 속에서 피임약이 발견되자 A 씨는 외도를 더 의심하게 됐다.
결정적으로 피임약이 발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는 B 씨의 휴대전화에서 B 씨가 베트남 국적의 20대 남성 C 씨와 자주 나눈 메시지와 통화 내역을 확인하게 됐고, 결혼한 상태였던 C 씨의 아내가 B 씨에게 ‘상간녀 소송을 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까지 발견했다.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격분한 A 씨는 B 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흉기를 마련해 옷장에 숨긴 뒤 기회를 노렸다. 그러다 지난 3월 26일 오전 1시쯤 양산의 아파트 주거지 안방에서 잠든 B 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A 씨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살인현장을 정리한 후 집을 나선 그는 차를 몰고 C 씨의 주거지로 향했다. A 씨는 C 씨의 아파트 주거지 앞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기다리다가 C 씨가 보이자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 그대로 들이받았다.
A 씨가 낸 사고로 C 씨와 C 씨의 두 살배기 아기가 각각 골절상을 입었다. 또 차 2대가 파손됐다.
A 씨는 지난 4월 살인, 살인미수, 특수상해,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의 위험성과 잔혹성, 피해의 정도 등에 비춰 피고인이 호소하는 사건 발생의 배경과 그로 인해 그간 느껴왔을 패배감, 무력감, 상실감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중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차량으로 충격한 일로 출동 경찰에 살인 범행을 자수한 점, C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재범 위험성은 ‘낮음’ 수준으로 평가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현재 이 사건은 1심 판결에 대해 A 씨는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한 상태다.
jz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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