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린 금액이 월급보다 많아요"…티몬 사태에 상테크족도 울분
페이지 정보
본문
할인 가격으로 상품권 구매 후 현금화
전금법 개정안 시행 전, 피해 키워 위탁 업체 규제 못해 허점 목소리 "출장 와 있는데, 숨이 안 쉬어져요. 물린 금액이 한 달 월급보다 많아요"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구매 고객들이 25일 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로 찾아와 환불 신청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경기도 수원에 사는 박모씨37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박씨가 일명 상테크를 시작한 건 지난해 한 직장인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관련 정보를 접한 이후다. 상테크란,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구매한 다음 이를 현금화해 차익을 남기는 일종의 재테크 방식이다. 수익률이 크진 않지만, 안정적으로 차익을 남길 수 있어 조금이라도 푼돈을 아끼려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박씨는 지난달 티몬에서 북앤라이프 5만원권 상품권을 8% 할인된 가격인 4만6000원에 10장 구매했다. 해피머니 상품권 5만원도 4만6000원에 6장 구매했다. 박씨가 티몬·위메프 사태로 묶인 돈은 상테크 목적으로 구매한 상품권을 모두 합쳐 약 400만원 어치에 달한다. 박씨는 "큰 욕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허리띠 졸라매서 푼 돈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시작한 거였다"며 "회사 사람들에게 티를 낼 수도 없고 일이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에서 시작된 정산 지연 사태가 티몬으로 확산되고 있다. 24일 서울 강남구 티몬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티몬·위메프 사태로 상테크족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마련된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아 법적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며 피해를 제도적으로 보상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북앤라이프·해피머니 문화상품권 등을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8~1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했다. e커머스가 판매하는 상품권의 통상 할인율이 3%대임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실제 지난달 티몬이 진행한 북앤라이프 8% 할인 딜의 경우 하루 만에 준비한 수량이 모두 동났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티몬이 무리하게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권 가격을 크게 낮춰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전 처음으로 상테크를 시작했다는 한모씨27는 "티몬이 지난달 해피머니 5만원권을 4만6000원에 판매하자 커뮤니티에서 이제 무서울 정도다. 위험한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선지급이라고 해서 결제를 하고 나서도 상품권은 한 달 뒤에 사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상한 점이 많았는데도, 파격적인 딜이 뜰 때마다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최대 수량을 꽉꽉 채워서 샀다"고 말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구매 고객들이 25일 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로 찾아가 피해 접수를 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이번 사태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잃게 된 상테크족들은 피해를 보상해달라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정된 전금법이 조금 일찍 시행됐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는 9월15일 시행을 앞둔 개정 전금법에 따르면 전금업자는 선불충전금 발행 잔액이 3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총 발행액이 500억원을 넘어서면 충전금 잔액 100%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자금이 부족한 업체들이 상품권을 팔아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다른 구매자들에게 지급하는 돌려막기를 막겠다는 취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로서는 선불충전금 대금 보호에 관한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전금법이 시행됐더라도 피해를 완전히 피할 순 없었을 테지만, 이처럼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무방비하게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전금법 개정안이 티몬처럼 상품권을 위탁 판매하는 업체를 규제하기까진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금법 개정안은 상품권을 발행하는 업체에 한해서만 선불충전금 예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이번 사태처럼 위탁 판매하는 업체까지 규제할 순 없어서다. 서 교수는 "전금법은 직접적으로 상품권을 발행하는 주체에 적용되는 법으로 이를 대리 위탁하는 사업체를 직접 규제하긴 어렵다"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업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관련기사] ☞ "하루 8억씩 번다" 파리올림픽 출전 선수 중 수입 1위, 누구 ☞ 속옷·화장품 자꾸 없어져…카메라 설치해보니 상간녀였다 ☞ 칼부림 현장서 도망친 여경 "피해자 대신 찔렸어야 했나" 항변 ☞ "경찰도 놀란 미스터리"…3시간 먼저 집에 왔는데 변기에 몰카가 ☞ 출근 첫날 아기 질식사 사고 낸 보모…부모 충격 ▶ 2024년 사주·운세·토정비결 확인! ▶ 파리올림픽, 메달보다 빛나는 열정의 무대 모아보기 lt;ⓒ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gt; |
관련링크
- 이전글"외제차 대신 중고차" 2030 돌변…욜로 가고 요노 왔다 24.07.29
- 다음글"어느 게 재활용이죠?"…쓰레기 투기에 멍드는 서울 관광지 24.07.2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