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간작업 사고나면 누가 책임지죠" 대화 7분 뒤 하청 노동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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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밤 경남 거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32m 높이에서 작업하던 하청노동자 ㄱ41씨가 떨어져 숨진 가운데, ㄱ씨는 원청 한화오션의 요청으로 늦은 밤까지 작업했던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사고가 나기 불과 8분 전 하청업체 쪽은 “야간작업 하다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냐”고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1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지회를 통해 확보한 원청 한화오션 관리자와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하청업체 관리자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면, 사고가 난 지난 9일 저녁 6시24분께 하청업체 관리자가 작업 현장 사진을 대화방에 올리자 한화오션 쪽은 “이렇게 두고 퇴근한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원청의 질문에 ㄱ씨와 다른 하청노동자가 현장으로 돌아와 야간작업을 한 것으로 지회는 보고있다. 지회 관계자는 “하청업체 현장 소장이 사고 위험성을 경고했는데, 한화오션이 하청업체 대표에게 지시해 작업을 강행시켰다”고 말했다.
이후 밤 9시39분에는 하청업체 쪽에서 “토요일도 22시까지 작업시키고, 제발 조율해주세요”라고 항의했는데, 원청은 “해상크레인 부하가 많이 걸려 있다”며 “마무리 요청드린다”고 사실상 작업 강행을 요구했다. 하청업체 쪽은 “이런 얘기 듣자고 하는 얘기 아닙니다. 야간작업 하다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죠”라고 재차 항의하자, 원청 쪽은 9시51분께 “내일 이런 얘기는 만나서 하시죠”라고 답하는 것으로 대화가 끝났다. 7분 뒤 ㄱ씨는 32m 높이에서 작업하다 떨어져 숨졌다. 이 때문에 지회는 “위험 작업 중지 요청이 있었는데도 한화오션이 거부하고 강제로 업무를 지시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한화오션이 야간에 작업을 강행하면서도, 추락 방지를 위한 시설물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추락 방지를 위해 상부·중간 난간대, 발끝막이판, 난간 기둥 등 안전 난간을 설치하도록 하는데, 사고가 발생한 작업대에는 발끝막이판이 없었다. 게다가 발끝막이판을 대체할 추락 방지를 위한 ‘망’그물마저도 부실했다고 지회는 주장했다. 이날 지회가 공개한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망은 안전난간 옆면에만 설치돼 있고 발판 아래에는 없었다. 지회는 ㄱ씨가 작업 발판과 안전난간 사이 틈으로 떨어져 숨졌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와 올해 2월 진행된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에서 ‘추락 예방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적발된 건수가 각각 120건, 135건에 달했다.
한화오션 쪽은 “당일 해당 업체의 작업은 수일 전부터 계획된 작업 범위로, 일부 지연되면서 야간작업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원청이 무리하게 강행시켰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작업 인원 선정과 작업 지시는 협력사 관리자가 결정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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