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최민식 말이 현실로…과거 악몽 되살아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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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백두대간 훼손에도 계속 되는 문경시 완장리 대야산 장석 광산 개발
[김원호 기자]
"보호구역을 왜 만들었어요? 보호구역을 만들어 놓고 그 보호구역 내에 장석 광산이라는 것을 허가를 내줘서 자연을 파괴시키고 있잖아요, 산림청에서."완장2리 조대연 이장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대야산. 백두대간 보호지역에 속하며, 속리산 국립공원과 대야산 자연휴양림에 둘러싸인 산 좋고 물 좋은 평화로운 마을이 시끄럽다. 이번이 벌써 3번째다. 1997년 산림청이 채석 허가 연장을 거부해 폐광된 구원경광업소 장석 광산 부지는, 2000년대 들어 산림청이 국유림 대부를 승인한 이래 몸살을 앓고 있다. 2000년, 2011년, 2021년 3차례에 걸쳐 산림청은 문경시 완장리 광산 개발 부지에 대해 국유림 대부 승인과 취소를 반복했다. 광산 개발을 위한 국유림 대부 신청이 승인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이 백두대간 보호지역 광산 개발 반대 운동을 벌였다. 인근의 수행 사찰인 봉암사와 조계종도 백두대간 광산 개발에 반대하며 주민과 함께했다. 한 번이면 족할 이 과정이 3차례나 반복됐다. 2023년 신규 사업자가 제기한 행정소송 2심에서 산림청은 패소했고 항소를 포기했다. 이로써 백두대간 보호지역 광산 개발이 백두대간 보호법의 보호 아래 이뤄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시작되었다.
산림청은 해당 부지가 "지난 2005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새로 제정·시행되기 전인 1985년 허가를 받은 곳으로 신규 허가 지역이 아니"며 "대야산 광산은 지역 주민들의 민원으로 산림청 영주국유림관리소에서 허가를 취소했지만 이미 허가한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존 허가지 내에서 다시 채굴을 시작"하게 됐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부지가 1997년 허가 취소된 뒤 복구되지 않고 방치되어 온 사실, 국유림 대부 허가권자인 산림청이 이후 수 차례에 걸쳐 해당 부지 국유림 대부 승인을 허가했다가 주민 반발에 뒤늦게 취소한 사실, 애초에 국유림 대부 승인을 거부했다면 사업자와의 행정 소송이 진행되지 않았을 거라는 불편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산림청은 또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발 예외 조항인 2만제곱미터 미만의 광산 개발이고 갱내 채굴 방식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문제가 없는 사업이라면 3차례에 걸쳐 허가 취소를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애초에 산림청이 폐광 훼손지 복구 및 생태 복원 사업을 진행했다면 광산개발업자의 국유림 대부 신청을 거부할 수 있었을 것이다. 1997년 산림청은 "문경 완장리 원경광업소가 1985년 광산개발을 시작해 수차례에 걸친 사업기간 연장으로 공사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속리산국립공원의 경관 훼손과 백두대간의 자연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채석 허가 연장을 거부했다. 백두대간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수 년전이었는데도 당시의 산림청은 지역 주민 피해와 산림 생태계 훼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완장리 광산 부지는 대야산 탐방로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과 속리산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922번 지방도로와 맞닿아 있다. 광산 개발이 재개되기 전, 주민들은 폐광 부지를 활용한 생태 관광 사업을 고민했다. 대야산 탐방로 입구에 마을이 관리하는 주차장, 농산물 직판장을 개설했다. 훼손된 광산 부지를 활용해 백두대간의 역사를 알릴 수 있는 활용 방안도 고민하고 있었다. 생태 명소를 꿈꾸던 주민들은 다시 시작된 광산 개발로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저기 광산 부지만 보면 눈물이 나와"
"말도 못해. 내 나이가 90인데 저기광산 부지만 보면 눈물이 나와. 이제 좀 마을이 평화로워지나 했는데. 도로가에 살다가 하도 트럭들이 지나다니고 발파하고 해서 집 무너져 나앉은 사람도 있는데 거기에 또 광산을 하겠다고 하니. 그걸 왜 승인해줘. 산림청이 제정신인가 싶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던 할머니는 광산 개발 부지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도시에 나와 살다가 80년대에 남편 고향인 문경시 완장리로 이사했다. 얼마 뒤에 원경광업소가 들어왔다. 차가 몇 대 다니지도 않던 시절, 좁은 도로에 대형 덤프 트럭이 수십 번씩 오갔다. 폭파 진동과 덤프 트럭 이동으로 도로가에 있던 집 몇 채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농작물에는 하얀 먼지가 수북했다. 그래도 마을을 지켰다. 용추계곡과 대야산, 속리산이 곁에 있는 물 맑고 경치 좋고 인심 좋은 아름다운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원경광업소 폐광 이후 산림청은 훼손된 경사면 일부에 식재를 조림했다. 주민들은 속살이 보이던 훼손지에 나무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기뻤다고 한다. 다시 광산 개발이 시작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산림청과 사업자는 노천 채광이 아닌 굴진 채굴갱내 채광 방식이기 때문에 생태계 훼손 및 분진 피해, 지하수 오염은 없다고 설명한다. 주민들은 믿기 어렵다. 산의 내부가 파헤쳐지는 데 지하수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 리 없고, 발파는 없다고 하더라도 대형 덤프 트럭이 하루 종일 오가는데 분진 피해가 당연히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게다가 산 내부를 파헤치는 것이 환경 훼손이 아니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문경시 완장리 대야산 광산은 1985년부터 장석 채굴을 시작했다. 직각에 가까운 노천 채굴 방법으로 백두대간 일부가 통째로 잘려나가며 3,098,000㎡309.8ha 면적의 백두대간 보호지역 산림이 훼손됐다. 1997년 산림청은 경관 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채석 허가 연장을 거부했고 2000년 이후 개발이 중단됐다. 사실상 폐광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던 구원경광업소 부지에 지난 2021년 1월 광업권을 인수한 MK광산개발산업이 산림청에 광산 개발을 위한 국유림 사용 허가를 신청했다. 보호지역 복원은커녕 훼손을 방치해 온 산림청은 결국 광산 개발 허가라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마을 주민은 배제되었다. 이후 주민 반발이 거세자 산림청은 국유림 대부 계약 허가 조건 미이행 등을 이유로 사업자의 국유림 대부 허가를 취소했지만 사업자는 행정소송을 재기했다. 행정소송 1심 재판부대구지방법원는 산림청의 국유림 대부 허가 취소에 위법 사유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하고 판결문을 통해 광산 개발은 환경 파괴와 주민 피해가 심각한 개발 사업임을 명시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는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대구고등법원는 "국유림 대부 취소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비례원칙 위반 및 산림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기에 산림청의 국유림 대부 취소 사유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주민 피해와 환경 파괴에 대한 고려없이 관련 법의 소극적 해석에 따른 아쉬운 판결이다. 행정소송 판결 이후 산림청은 대법원 항소 기일 만료 기한까지 항소 신청을 하지 않아 항소권이 소멸되었고, 결국 MK광산개발산업은 백두대간 보호지역에서 광산 개발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다. MK광산개발산업은 지난 5월에 중장비를 투입했고 조만간 채광에 착수할 예정이다. 광산 개발은 오염과 장기간에 걸친 주민 피해가 발생하는 사업이다. 또 기후위기로 극한 호우가 발생해 대형 산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요즘 지반을 약하게 할 광산 개발에는 더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대구지방법원 행정소송 1심 판결문 일부 발췌 공중에 떠있는 상태로 균열... 암반 붕괴될 우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규 광산 개발이 진행 중인 부지 위로는 과거 노천 채광 방식으로 개발된 뒤 훼손된 현장이 방치되어 있다. 산림청은 광산 훼손지 일부에 조림을 통한 복구 공사를 진행했지만 직각으로 잘려나간 절개지는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외부로 드러난 암반 곳곳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노출된 일부 암반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균열이 생기고 있어 광산 개발 재개로 인한 진동으로 암반이 붕괴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제대로 된 정밀 안전진단 없이 신규 광산 개발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산림청은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과거 폐광 직후에도 주민들이 훼손지를 관찰해 싱크홀을 발견하는 등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산림청은 광산 훼손지 암반에 대한 정밀 안전 진단, 채광 절개지 복구 및 관리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방치해 왔다. 2000년 10월 폐광 이후 20년간 폐광산은 물론 화약을 보관했던 화약고, 관리사무소, 컨테이너 등 온갖 불법 폐기물이 방치되다가 2021년에야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로 불법 건축물이 철거되기도 했다. "우리 후손들이 밟고 살아가야 할 땅이라고!"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 조항 중 보호지역 내에서 광산 개발 등 일부 개발 사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조문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백두대간 보호지역에서 가행광물을 캐는 작업을 진행하는 일 중인 광산은 허가 기간이 종료되면 국유림 대부 및 채굴 연장을 포기하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하고, 추가 개발 가능성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 백두대간 보호지역에 부실하게 복구된 광산 훼손지에 대한 적극적인 복원 대책이 필요하다. 산림청의 <제2차 백두대간보호 기본계획2016~2025> 에 광산에 대해 언급은 되어 있지만 채석, 채광 훼손지에 대한 온전한 복원은 요원하다. 폐광 후 복구 공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되어 절개지 암반에서 바위가 떨어지고 토석이 쓸려내려가기도 한다. 광산 개발은 산림 훼손과 지형 훼손을 가져오는 개발 사업이다. 이 때문에 허가 과정이 신중하고 엄격해야 한다. 국유림 대부만으로 산림청의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기준과 원칙으로 훼손지를 지속 가능하게 복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광산 개발이 불가피하더라도 산림 복원은 반드시 정확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백두대간 보호지역은 국토의 2.6%, 전체 산림의 4%를 차지한다. DMZ, 연안해안과 함께 한반도의 3대 생태축으로 엄격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 백두대간보호지역은 단일 보호구역으로 국내 최대 규모지만 실상 도로, 철도, 광산, 댐 등 개발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장 관리 조직이 없는 것도 적극적인 보호지역 관리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20년이다. 백두대간이 한반도의 생태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보호 정책을 펼쳐왔는지 돌아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가 가속화 되는 시대에 보호지역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생태축 회복과 재난 대비를 위한 복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다시 추진되는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광산 개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마침 뜻밖에도 올해 백두대간이 많은 이들에게 회자됐다. 천만 관객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백두대간을 상기시킨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 덕분이다. 영화에서 최민식 배우가 열연한 풍수사 김상덕은 말한다. "땅이야 땅. 우리후손들이 밟고 살아가야 할 땅이라고!" 그의 외침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20주년이 된 지금, 우리 모두 다시 되새겨야 할 때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김원호 기자는 녹색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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