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 된 군부대] ② [르포] 신병들 함성 넘치던 306보충대엔 10년째 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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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역사 뒤로하고 2014년 해체…건물 철거 후 토양 정화작업 중
의정부시 "도시개발사업 추진" vs 국방부 "매각 진행 상황 없어" 의정부=연합뉴스 심민규 기자 = 경기북부 지역 사단 신병교육대로 배치되기 전 3박 4일간 머물렀던 경기 의정부시 용현동의 306보충대. 병력 자원이 감소하고 교통이 발전해 역할이 줄어들자 2014년 12월 23일 마지막 입영식을 끝으로 55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해체됐다. 화요일이었던 지난달 28일 찾아간 306보충대 정문. 화요일마다 입소식이 열려 2천명의 입영장정과 가족들로 북적거렸던 10년 전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정문 입구에는 제306보충대대라고 쓴 현판이 검정 스프레이로 칠해져 있고, 철문은 굳게 닫힌 채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검정 천이 가리고 있었다. 다른 출입문은 흰색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가림막이 세월을 견디지 못한 채 찢어지고 해져 부지 안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부지를 둘러보니 병영 건물과 체육관, 홍보관, 종교시설 등은 모두 철거된 상태였다. 건물이 철거된 대지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나 있었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있거나 물이 고여 있는 곳도 있었다. 연병장과 병영 건물을 잇는 계단들은 남아있어 군가를 부르며 장병들이 오르락내리락했던 발자취를 가늠할 수 있었다. 부지 저 멀리에는 신축 아파트가 우뚝 솟아 있고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도 있어 시간이 멈춰버린 보충대와는 대조를 이뤘다. 306보충대는 1952년 부산에서 제2보충대대라는 이름으로 창설돼 1959년 육군 3군 사령부 예하 부대로 개편됐다. 이후 전신인 부산의 제2보충대 5중대가 의정부시 호원동으로 이전·개편됐고 1989년 12월 15일 의정부시 용현동의 29만㎡ 일대로 자리를 옮겼다. 연평균 8만여 명의 장병이 입소해 지금까지 어림잡아 500만 명 이상이 이곳을 거쳐 갔다. 호국 요람으로 불렸던 보충대가 기능을 다하고 사실상 빈터로 방치된 지 10년. 그동안 주변 상권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보충대 정문부터 큰 도로까지 길게 늘어선 식당, 마트, 여관 등이 지역경제를 이끌었다는 사실은 추억이 돼 버렸다. 인근 거주자들에 따르면 일대 식당과 카페 등 음식점들 대부분은 폐업했고, 남아있는 곳들도 큰 손님을 잃어 매출이 급감했다. 보충대 버스정류장 앞에서 개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77씨는 현재는 단골손님에게 담배와 음료만 팔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과거 2층에선 커피를 팔고 1층에선 군용품도 판매하는 편의점을 함께 운영했었다"며 "화요일에는 3시간도 안 돼서 1천만원어치 매출을 올렸지만, 요즘은 하루 매출이 20만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보충대 정문 앞에서 40여년간 오리고깃집을 운영하는 2대 사장 김모48씨는 "부대가 해체되고 나서 매출이 70~80% 줄었다"며 "어떠한 지원도 없이 한순간에 상권을 몰락시켰고 지금은 개발도 안 돼 자포자기 심정"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보충대의 건물들을 모두 철거한 후 현재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염된 토양을 파내거나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놔둬 미생물과 식물 등이 스스로 자라면서 토지를 정화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의정부시는 306보충대 부지를 포함한 일대에서 민간 투자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보충대 부지의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와 주상복합 등 공동주택 1천800가구를 비롯해 체육·문화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보충대 땅 소유자인 국방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화작업이 완료되면 국유재산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처분 방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직 부지 매각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개발이 언제 시작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wildboa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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