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 먹으세요" 요샌 출소해도 두부 안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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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출소할 때 두부를 왜 먹었을까 그러다 왜 끊었을까 2005년 개봉한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주인공 금자씨왼쪽·이영애가 막 출소한 감옥 담벼락 앞에서 건네받은 두부를 손으로 쳐 떨어뜨리고 있다. /CJ ENM 요즘은 출소자가 두부를 먹지 않는다. 교도관들과 출소자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없어진 관습이라고 했다. 세상만사가 다 그런데 이 또한 변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터. 그런데 왜 두부를 먹지 않게 된 걸까? 보다 근본적인 질문. 애초에 왜 두부를 먹었던 걸까? ◇생두부를 직접 먹어봤다 교도소와 구치소 앞에서 먹는 두부 맛이 궁금했다. 그러나 지도를 뒤져봐도 그 근방에 두부 식당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40년 가까이 두부를 팔아온 수퍼마켓은 있었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 ‘회관마트’. 옛스러운 하늘색 간판에 또렷이 ‘두부’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두부를 주문하자 가게 주인 안모76씨는 의아해했다. “굳이 먹어보겠다고요? 두부만 먹긴 쉽지 않을 텐데.” 두부 한 모를 요청했으나 주인이 걱정하며 ‘반 모’로 줄였다. 한 모 5000원, 반 모 3000원. 먹는 취향은 두 가지다. 데운 것과 차가운 것. 더위도 식힐 겸, 찬 두부를 골랐다. 두부만 먹는 식사. 여섯 조각으로 자르고 깨를 좀 뿌린 두부가 흰 접시에 놓였다. 옆의 작은 종지에는 고추·양파·깨 등으로 맛을 낸 간장이 있었다. 빨간 배추김치도 함께. 두부만 달랑 먹어봤다. 물컹하고 고소했다. 간장에 찍어 먹어보니 짭조름했다. 두부 김치는 아삭하고 새콤했다. 이 두부에 무엇이 들어 있기에 출소자들에게 인기였을까. 서울구치소 앞 슈퍼마켓에 차려진 두부 상. 왼쪽부터 깨를 뿌린 흰 두부, 빨간 배추김치, 까만 양념간장. /장근욱 기자 구치소 앞 관록의 마트에서도 “두부는 주민들이 막걸리에 곁들이는 술 안주일 뿐”이라고 한다. 얼마나 팔릴까. “하루에 한 모도 안 나간다”고. 두부 장수도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언제부터 안 팔렸을까. “코로나 거리 두기로 면회가 금지되면서 출소자들도 거의 찾지 않는다”고 답했다. 언제가 가장 잘 팔렸을까. “2021년 박근혜 전 대통령 출소 때 지지자들이 사서 반짝 인기였다”고 한다. ‘찬 두부’ 신세 된 것은 먹을 것, 먹고 싶은 것이 넘치기 때문이다. 최근 출소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31세 남성은 “편의점에 들러 교도소에서 못 먹던 맥주 한 캔을 ‘원샷’ 하고 오징어 안주를 먹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택시를 불러 집으로 간 다음 식구들과 노량진에서 회를 먹었다고. “안에서 소, 돼지는 먹어도 회는 못 먹는다”고 했다. 다른 40세 남성은 “데리러 온 동생 차를 타고 중국집 가서 ‘소맥’과 함께 짬뽕, 짜장면, 탕수육을 먹었다”고 했다. ◇과거엔 왜 먹었나? 과거에 출소자가 두부를 먹은 이유로 여러 설이 있다. 회관마트 한쪽 벽에 붙은 낡은 종이. 일목요연한 설명이 적혀 있다. 1흰 두부처럼 깨끗한 사람이 되기를. 2모자란 영양을 보충. 3원재료인 콩으로 돌아갈 수 없는 두부처럼 과거의 잘못을 다시 하지 말라는 뜻. 어쩌면 모든 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옛 풍속 또는 미신일 수도 있다. 정초에 점을 쳤다고 한다. 나라의 벌을 받는 액운을 뜻하는 ‘관재수’가 나오면 정월대보름에 두부를 먹으면서 나쁜 기운을 씻어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어려움을 겪게 될 ‘구설수’에도 두부가 활약했다고. 출소 후 두부를 먹으면 오히려 기분이 나쁘다고 한다. 한 출소자는 “99%가 ‘나는 억울하게 들어왔다’고 생각하는데 출소할 때 ‘하얀 마음 갖겠다’는 결심을 누가 하느냐”고 했다. 다른 출소자는 “가족이 두부 사오면 ‘나 죄인 취급하나?’ 싶어 기분 나쁠 것”이라고 했다. 두부로 죄를 하얗게 씻어낸다는 건 비합리적인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서울구치소 앞에서 두부를 먹는데 간장 종지에 작은 딱정벌레 한 마리가 빠졌다. 허우적거리기에 식탁 구석에 있던 하얀 휴지로 꺼내 감싸 뒀다. 두부를 먹는 동안 어느새 날아갔다. 누구나 잘못된 곳에 빠질 수 있지만, 거기서 건져줄 뭔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꿀꺽, 두부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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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장근욱 기자 muscl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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