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영배 큐텐 대표, 역마진 지시" 내부 증언 나왔다
페이지 정보
본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매출 증대와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 등을 위해 계열사에 ‘5% 역마진 프로모션’을 지시했다는 복수의 내부 증언이 나왔다. 큐텐 계열사에서 이뤄진 과도한 역마진은 회사의 손익을 악화시켜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검찰도 ‘일감 몰아주기’에 의한 배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역마진’은 최저가 경쟁을 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에서 종종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판매자셀러가 1만원에 팔던 상품을 할인쿠폰 등을 통해 9500원에 팔아 손해를 보는 대신 거래액을 키우는 전략이다. 그러나 티몬·위메프를 위한 마케팅이 아니라 구 대표가 나스닥 상장을 준비했던 배송업체 큐익스프레스의 이익을 위해 진행됐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큐텐 관계자는 10일 한겨레에 “큐텐 쪽에서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해서 역마진을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큐익스프레스가 국외에서 성장이 멈추니까 국내에서 성장을 이끌자는 취지에서 지시가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큐텐 관계자도 “큐익스프레스 실적을 개선해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물동량 확대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계열사들이 역마진을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큐텐 쪽은 지난해부터 티T프라임, 더블유W프라임 등 티몬과 위메프 상품을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큐텐 쪽은 올해 매달 80만~100만 상자를 티 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에 할당해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배송하라고 지시했다. 역마진은 이런 상품들에 집중됐다. 이 경우 역마진으로 상품 판매량이 늘어 계열사들의 적자 폭이 커질수록 큐익스프레스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난다. 티몬·위메프 등이 배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사건을 많이 다뤄본 한 변호사는 “큐텐 쪽이 티몬·위메프 등에 부당하게 큐익스프레스를 지원하도록 한 것으로 보여 배임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큐텐 계열사 등에서는 큐익스프레스를 위한 역마진 뿐 아니라 ‘최저가 확보’를 위한 역마진 프로모션도 잦았다고 한다. 큐텐 관계자는 “구 대표 지시로 압도적인 최저가를 위해 최대 5%까지 역마진을 보면서 상품을 팔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큐텐 관계자 역시 “구 대표로부터 역마진 프로모션 지시가 있었다”라며 “이런 프로모션으로 손익이 나빠진 것은 당연하다”라고 밝혔다. 이런 과도한 역마진 프로모션으로 큐텐 계열사의 손해가 쌓여온 것은 이번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겨레는 구 대표와 큐익스프레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는 큐텐 계열사 직원 등을 여럿 불러 대규모 역마진 프로모션이 이뤄진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또 이렇게 끌어모은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계엄’ 말 나오자마자…김용현 국방 “동의 안 해” 철벽
‘1골 2도움’ 손흥민이 구했다…벼랑끝 홍명보 감독, 귀한 첫승
프랑스 몽블랑 오르다 조난한 한국인 2명, 사흘 만에 주검으로 발견
‘반국가세력에 항전’ 윤, 이번엔 “반대한민국 세력에 맞서야”
응급실 의사에 ‘이래도 남을 거냐’…블랙리스트·거짓정보로 ‘괴롭힘’
4자 협의체 막히자…한동훈, 2025년 의대 증원안도 협의 시사
“추석 때 생선전 드시지 마세요”...의사 출신 국회의원 당부
지구의 경고…서울 사상 첫 9월 폭염특보, 89년만 가장 늦은 열대야
[단독] 총알 씹히는 코스트코 ‘미국 소고기’…검출 없이 밥상으로
응급 ‘25주차 쌍둥이’ 임신부 제주→인천…헬기로 뺑뺑이
한겨레>
▶‘딥페이크’와 ‘N번방’ 진화하는 사이버 지옥 [더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관련링크
- 이전글정부 "의대에 5조 투입-교수 1000명 확충" 의사단체 "증원 재논의한다며 투... 24.09.11
- 다음글응급실 수용 거부로 재이송 46% 늘어…제주→인천 440㎞ 이동도 24.09.1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