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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 사진 올리며…"살고 싶어 상처 낸다"는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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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2회 작성일 24-09-1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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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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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으로 아픔이 굉장히 크면 무감각해져요. 기쁜 일이 있어도 기쁘지 않고, 슬픈 일이 있어도 왜 안 슬프지 싶고. 살아 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 몸에 자극을 줬던 거예요.”




나연17·가명양이 자해를 처음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우울감이 깊었지만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부모님은 너무 바빴고, 선생님과 친구들은 ‘내 우울’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나연양이 찾은 탈출구는 ‘자해계’자해 계정, ‘우울계’우울 계정 등에서 만난 온라인 친구들이었다. 나연양은 그들을 “기댈 구석”이라고 표현했다. 학교에서는 애써 밝은 척 가면을 써야만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데, 온라인에선 본인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했다.



청년들이 자해를 한 뒤 그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자해계’, ‘우울계’, ‘자해전시’ 등으로 불리는 이들 행위는 흔히 자살의 징후로 언급되지만,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외려 ‘살기 위한 응급 구조 신호’라고 입을 모았다. 구조를 요청하는 청년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상담기관의 전문가들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최근 자해 행위가 증가하는 추세로 본다. 강유임 한국청소년상담복지센터협의회장은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목숨을 끊으려는 의도가 있어 자해를 한 사례와 함께 목숨을 끊을 의도는 없는 비자살적 자해 관련 상담도 청소년들 사이에서 꾸준히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지난 1월 발간한 ‘2021~2022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 현황’을 보면, 2022년 응급실을 이용한 자해·자살 시도자4만3268건 가운데 10~20대가 1만9972건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자해와 이를 온라인에 내보이는 행위를 ‘개인의 비행’으로 낙인찍거나 단순한 ‘관심 끌기’ 정도로 봐선 안 된다고 짚었다. 청년을 자해로 내몬 사회를 돌아보는 일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심리학는 “자해 사진을 전시하는 건 ‘내가 외롭고 힘들다’ 혹은 ‘살고 싶다’는 에스오에스SOS를 보내는 것”이라며 “결국 아이들을 경쟁 사회로 내몰고 소통할 곳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몬 사회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자해로부터 청년을 구하는 과정에서 ‘개인에 대한 낙인’은 이들을 음지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연양은 “어른들에게 말해봤자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할 것 같았고, 학교에 알리면 소문이 날까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자해 경험이 있는 문다나씨‘멘탈헬스코리아 아픔의 경험’ 전문가도 “아이들 입장에선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보니, 온라인 공간 같은 음지로 숨어들어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해하는 청년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선 이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고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씨는 “내 아픔을 입 밖으로 꺼내면 나의 약점이 돼 버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학습해왔다”며 “의례적으로 하는 자살 예방 교육을 넘어 아이들이 타인의 아픔과 생명에도 관심을 가지게 하는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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