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112에 아이 우는 소리만 5초가량 들린 뒤에 전화가 끊기는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지령실은 휴대전화 위칫값을 파악해 관할인 중림파출소와 강력팀, 여청수사팀, 실종팀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주변 수색, 휴대전화 소유자 조회 등을 통해 1300여 세대 아파트 단지 가운데 신고자의 집을 특정했다.
해당 세대를 방문해 보니 3살짜리 아이가 부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다가 잘못 눌러 112에 신고된 상황이었다.
경찰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의 피해사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신고를 종결했다.
이 사연은 서울남대문경찰서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출동해 주신 중림파출소 경찰관분들께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사연을 올린 김모 씨는 “어젯밤 저희 아들이 긴급통화 112 번호를 여러 번 눌러 경찰이 출동해 주셨다. 수화기 너머 울음소리에 걱정되는 마음에 경찰관들이 위치 추적해 찾아왔다고 한다. 바쁘실 텐데 멀리 출동해 주셔서 정말 죄송했다”며 “아이를 잘 지도해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편으론 ‘실제 범죄가 있었다면’ 싶어 경찰관들께 너무 감사하고 든든했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밤낮으로 고생해 주시는 경찰관분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경찰은 2022년부터 신고자가 말할 수 없는 위급상황에서 112를 누르고 숫자 버튼만 ‘똑똑’ 눌러서 신고하는 ‘말 없는 112 신고 캠페인 똑똑’을 시행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보이는 112’를 활용해 신고자의 휴대전화에 찍히는 모든 영상을 112 상황 요원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
남대문서 김지용 범죄예방대응과장은 “긴급하거나 가해자가 같이 있는 등의 상황에서 피해자가 말로 신고하기 어려운 경우에 112 신고 후 숫자 버튼만 누르면 긴급 신고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허위로 112 신고할 경우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라 6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