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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 내렸다던데"…30분째 못 채운 장바구니, 한숨만 푹푹[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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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9회 작성일 24-09-1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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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의 한 과일가게/사진=오석진 기자
"가격 내렸다고 해서 왔는데…"

9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 한 과일 상회 앞. 70대 A씨는 제수용 팻말이 붙은 사과를 보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사과를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A씨가 30분 동안 장을 보면서 담은 과일은 없었다. A씨는 "과일 가격이 좀 내렸다고 해서 왔는데 가격이 싼지 모르겠다"며 "배가 필요한데 크고 먹을만한 것은 한 개에 6000원이나 한다"고 말했다.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 연휴 일주일 전인 이날 시장은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지만 시민들의 장바구니는 대체로 비어있었다.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B씨는 "손님들이 와서 가격 내렸다는데 왜 이리 비싸냐라고 따져 묻는다"며 고개를 숙였다.

B씨 가게를 찾은 한 손님은 "포도 3kg 한 박스가 지난주에는 1만5000원이었는데 그새 2000원 올랐네"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줬다. B씨는 "다 비싸고 안 오른 게 없고 추석이라 물량도 없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시민들은 비싼 과일 가격에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80대 C씨는 30분 넘게 장을 봤지만 적당한 배추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C씨는 "배추 상태가 괜찮으면 너무 비싸다"고 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배추 2포기가 1만8000~2만2000원에 판매됐다.

정부가 추석 성수품 가격을 고물가 시기 이전인 2021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물가안정 기조를 안착시키고 민생과 체감경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석 전 배추·무 1만2000톤을 공급하는 한편 사과 1만5700톤과 배 1만4300톤도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C씨는 "지난주에 장을 봤을 땐 괜찮은 배추 두 포기가 2만원이었는데 그새 2000원 올랐다"며 "일주일 전 생각을 하면 손해 보는 것 같아서 선뜻 고르기 어렵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다소 잡혔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과일 등이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물가가 하락했다고 해도 이미 그 전에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체감 물가는 고려할 요인이 많은데 물량이 빨리 풀리지 않았거나 유통 단계에서 비싸게 팔릴 수도 있다"며 "비싸지기 전에 빨리 사야 한다는 심리도 체감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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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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